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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8월 07일 06시 22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8월 07일 14시 12분 KST

'밀당'의 심리

gettyimagesbank

연애를 잘하기 위해서 '밀당'은 필요한가? 그리고 '밀당'은 커플의 관계 유지에 도움이 되는가? '밀당'이 연애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뿐 아니라, 연인 사이에 밀고 당기는 쫀쫀한 관계의 역동이 커플의 갈등 관리의 탄력성을 높여준다고 믿는 심리학과 대학원생 "싸이남"과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지고지순한 사랑을 꿈꾸는 대학원생 "여리심"이 커피 한잔을 들고 만났다. 이들의 대화를 통해 심리학에서 바라본 '밀당'을 엿보기로 하자.



싸이남

어제 대학로에서 <작업의 정석>봤는데 정말 재밌더라.

너처럼 연애 세포가 말라가는 애들은 꼭 볼만한 연극이야. 강추~



여리심

헐! 난 연애를 못하는 게 아니라 진짜 연애를 기다리는 중이라구.

너처럼 '밀당'이나 하면서, 연애를 상대를 꼬시기 위한 작업쯤으로 아는 애들하고는 근본이 다르지.



싸이남

허걱~ '밀당'이 뭐 어때서? '밀당'이 얼마나 중요한 연애의 기술인 줄이나 알아?

그걸 알면 여태까지 모태 솔로일 리가 없겠지만...



여리심

뭐야. 그럼 '밀당'이 연애에 도움이 된다는 무슨 객관적인 근거라도 있어?



싸이남

일단 너처럼 모태 솔로들은 흔히 이렇게 생각하지.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나도 아낌없이 사랑을 줄 거야.' 바로 상호성의 원리(reciprocity principle)라고 하는 거지. 사람들은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는.

그런데 과연 그럴까? 자, 잠깐 심리학 실험 하나 얘기해줄게.

버지니아 대학교와 하버드 대학교 연구팀1)이 최근에 한 실험이야. 47명의 여대생들에게 자기의 페이스북을 방문한 남학생들의 페북 프로파일을 보여주었어. A는 자기를 많이 좋다고 한 놈들, B는 그저 그렇다고 한 놈들, C는 많이 좋다고 하거나 그저 그렇다고 한 놈들(불확실 조건).

당근 여대생들은 그저 그렇다고 한 놈들(B)보다는 자기를 많이 좋다고 한 놈들(A)을 더 매력적이라고 평가했지.

맞아, 상호성의 원리지. 그런데 흥미로운 건, 자기를 많이 좋다고 하거나 그저 그렇다고 한 놈들(불확실 조건, C)이 자기를 많이 좋다고 한 놈들(A)보다 여대생들에게 더 끌린다고 평가됐다는 거지. 불확실 조건에 해당되었던 여대생들은 자기를 많이 좋다고 하거나 그저 그렇다고 한 놈들(C)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고 그래서 그 녀석들에게 더 많은 매력을 느꼈다는 거야. '불확실성의 즐거움'이 '상호성'을 이긴 거지.



여리심

확실하게 나를 좋아하는 사람보다 나를 좋아하는지 아닌지 모르는 사람에게 더 끌리게 된다구? 그건 너처럼 연애를 승패를 알 수 없는 불확실한 게임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진 독특한 심리 아냐?



싸이남

후훗~ 내가 쫌 스릴을 즐기긴 하지.

근데 말야. Brehm2)이란 양반이 '정서 강도 이론(theory of emotional intensity)'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어. 정서, 감정, 기분은 목표를 향한 어떤 행동을 이끄는 동기적 상태인데, 이때 정서의 강도는 목표를 획득하는 난이도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는 거야. 즉, 목표를 획득하는데 따르는 어려움(저지)이 약하다면 정서의 강도는 약할 수밖에 없는데 왜냐하면 목표를 얻는데 적은 양의 노력이 요구되기 때문이지.

목표를 획득하는데 따르는 어려움이 중간정도일 때는, 어려움이 점점 강해질수록 정서의 강도도 강해질 수밖에 없겠지? 왜냐하면 목표를 얻는데 점점 더 많은 양의 노력이 요구되기 때문이지. 하지만 목표를 획득하는데 따르는 어려움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정서 강도는 뚝 떨어질 수밖에 없지. 왜냐하면 목표를 얻는 게 아예 불가능해 보이니까.

잘 이해가 안 된다구? 에효~ 연애지능만 낮은 줄 알았더니 지능수준도~. 그럼 그림3)으로 그려줄게. 이제 좀 이해가 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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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리심

넌 어쩜 점점 공돌이를 닮아 가냐?

인간을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학문을 한다는 애가 실험결과 몇 개 그래프 몇 개로 사람 마음은 안다고 들이대다니... 쯧쯧.

내가 메마른 너를 위해 시 한편 읊어줄게. 음음~. "벼랑에서 만나자. 부디 그곳에서 웃어주고 악수도 벼랑에서 목숨처럼 해다오. 그러면 나는 노루피를 짜서 네 입에 부어줄까 한다. 아. 기적같이 부르고 다니는 발길 속으로 지금은 비가...-조은 詩 <지금은 비가>-" 노루피를 짜서 네 입에 부어주는 극진함이 없다면 그 관계는 가짜야. '밀당'을 하고, '썸'을 타고, 인맥을 '관리'하는 따위... 사랑이건 우정이건 제 것을 아낌없이 주며 환대하고, 받을 때도 벼랑에서 목숨 받듯 하는 것. 전율이 전류처럼 짜릿하게 흐르는... 그게 바로 진짜야.4)

나 수업 있어 먼저 간다~



싸이남

('야 기다려 같이 가!' 하려다가, 아냐, 이 대목에서 따라가면 안 되지 가든 말든 상관없다는 시크한 태도로) 그러시든가~



참고문헌

1) Whitchurch, E. R., Wilson, T. D., & Gilbert, D. T. (2011). "He loves me, he loves me not...": Uncertainty can increase romantic attraction. Psychological Science, 22(2), 172-175.

2) Brehm, J. W. (1999). The intensity of emotion.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Review, 3, 2-22.

3) Reysen, S., & Katzarska-Miller, I. (2013). Playing moderately hard to get: An application of Brehm's emotion intensity theory. Interpersona. 7(2), 128-160.

4) 장석주(2014). 시가 있는 아침. 중앙일보.

* 이 글은 한국심리학회 웹진 PSY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