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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3월 03일 09시 57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5월 03일 14시 12분 KST

경찰은 총기 범죄에 대처할 능력이 있는가

연합뉴스

지난 2월 27일, 경기도 화성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무려 4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 직전에 세종시에서 또 다른 총기 난사로 몇 명이 목숨을 잃은 직후에 벌어진 사건이어서 더욱 충격적이지만, 또 다른 충격적인 부분은 사건 대응에 나선 경찰관이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민간용 엽총의 관리 부실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데, 물론 철저한 관리와 규제도 필수적이다. 그러나 100% 완벽한 관리와 규제는 불가능한 법이다. 민간용 총기가 어떤 형태로든 존재할 뿐 아니라 불법 총기의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다면 경찰이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을 총기 사고에 대한 적절한 대처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그 능력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지극히 어처구니없는 비극

먼저 이번 사건에서 목숨을 잃은 경찰관은 자신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애썼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의 대응방법이 지극히 부적절했으며, 더욱 큰 문제는 대부분의 일선 경관이 이런 상황에 필요한 '적절한 매뉴얼'을 숙지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우리 경찰에 일선 경찰을 위한 적절한 총기대응 매뉴얼이 존재하는지조차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대로라면 해당 경찰관은 사건이 발생하자 출동하면서 총기가 아닌 테이저, 즉 전기 충격총을 휴대했다고 한다. 아마 테이저라면 수 미터 밖의 상대를 무력화시킬 능력, 즉 어느 정도는 총과 비슷한 원격 대응능력을 가진데다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히지 않을 테니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파출소까지 총을 가지러 갈 시간이 없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일단 여기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 전 세계 어느 경찰도, 체계적으로 총기 위협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면 실총을 소지한 범죄자를 테이저로 상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테이저가 아무리 효과적이라 한들 비살상무기이다. 비살상무기와 총기의 대결에서 비살상무기가 이기는 확률은 매우 낮다. 한마디로 테이저 쏘기 전에 먼저 총에 맞을 확률이 너무 높다는 이야기다. 설령 테이저를 범인에게 쏘는데 성공했다 해도 범인이 무력화 될 때까지 방아쇠를 또 당기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특히 문제는 범인이 더욱 공격적으로 나설 경우다. 만약 범인이 흥분 상태에서 주변에 보이는 모든 사람을 사살하기 위해 움직인다면 테이저로 무장한 경찰이 그를 막을 확률은 더더욱 낮아진다. 만약 당시 범인이 목숨을 잃은 파출소장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사살하러 나섰다면 자칫 현장의 다른 경관들, 그리고 주변 사람들까지 피해자가 되었을 것이다. 더할 나위 없이 끔찍한 대학살극이 될 뻔한 셈이다.

장비만 문제가 아니다

또 다른 문제는 숨진 경찰관의 대응 그 자체다. 지극히 부적절한 장비만을 가져간 것에 모자라 현장에서 지극히 부적절한 대응을 한 것이다.

총기를 휴대한 범죄자와 대응할 때의 첫 번째 필수 수칙은 대응하는 경찰관 자신의 안전을 무의미하게 희생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즉 이런 경우 먼저 사건 현장 외곽을 차단해 범인의 도주를 막은 뒤 외부에서 확성기나 전화 등의 수단을 이용해 범인과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범인과의 직접 대면 및 대화는 안전이 충분히 확보되었다는 확신이 들기 전에는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문제는 이번 사건에서 해당 경찰관은 현장 도착 직후 범인과의 직접 대면과 대화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살인이라는 극도의 폭력을 저지른 범인이 매우 흥분되고 불안정한 상황임은 틀림없다. 게다가 다른 것도 아닌 총기까지 휴대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충분한 정보 입수나 상황 판단 없이 곧바로 대화를 시도했다는 것은 총기범죄 대응 매뉴얼을 떠나 범죄 대응 매뉴얼 그 자체를 숙지했는지도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언론에서는 이번 사건에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방탄복이 없었다는 사실을 문제 삼는데, 사실 이 정도로 대응체계가 없다면 방탄복의 유무는 정말 사소한 문제다. 설령 방탄복이 있었다 한들, 총기도 없이 범인을 설득하겠다고 덜컥 들어가는 식의 대응이면 해당 경찰관의 목숨을 보장할 방법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방탄복은 어디까지나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 최초 공격을 막아내는데 사용하는 물건일 뿐이다. 이번처럼 테이저만으로 무장하고, 심지어 범죄자와 거두절미하고 대면하겠다고 나서는 경우에도 착용자의 목숨을 보장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경찰의 현장 대응 전체를 점검해야

결국 이번 사건은 장비 그 자체의 문제를 떠나 전반적인 대응 매뉴얼의 존재 여부 그 자체부터 문제다. 아무리 봐도 매뉴얼화된 대응과는 백만광년쯤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만약 존재한다 쳐도, 그것이 현장 경관들에게 숙지된 상태가 아니라면 그것은 그것대로 심각한 문제인 셈이다.

물론 우리 경찰이 해외 경찰처럼 총기 범죄가 일상화된 조직들의 매뉴얼과 수칙을 그대로 따라야 할 필요는 없다. 우리 여건에는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기 범죄는 이번 사건에서도 보듯 없는 셈 치고 무시해도 좋은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현실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사건이 정상적으로 처리된다면, 먼저 경찰은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총기를 휴대해야 했다. 테이저로는 아무리 빨리 출동한다 한들 경관의 희생이나 범인의 도주를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동시에 범인 포착에 성공했다면 무모한 대처를 지양하고 범죄자의 도주를 최대한 막은 상태에서 경찰특공대 등의 지원을 기다려야 한다. 애당초 경찰특공대라는 존재 자체가 이런 상황에서 일반 경관들에게 곤란한 효과적인 대처를 하라고 만든 것인데 말이다.

꼭 총기범죄만이 문제가 아니라 범죄 대응 매뉴얼 전반에 대해 점검이 필요하다. 애당초 극도로 흥분한 범죄자가 흉기를 소지하는 상황은 총기범죄 외에도 종종 발생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단지 '총기범죄가 드물기 때문에'라고만 치부하기에는 이번 상황의 심각성이 매우 크다. 경찰은 이번 사건에서 총기 관리만 강화하고 그칠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범죄 대응체계 전체를 점검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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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사용된 테이저. 몇 미터 정도의 철침이 달린 전선을 발사, 상대를 일종의 전기충격으로 제압할 수 있으나 총기를 휴대한 범죄자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총기 범죄가 많은 나라들은 총기 범죄자에 이것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