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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8월 14일 12시 59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8월 14일 14시 12분 KST

[엄마,달려] 세번째 이야기 | 애는 누가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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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달려] 세번째 이야기 | 애는 누가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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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해 혜린씨, 그럼 애는 누가 키워?'

사람들이 가장 많이 물은 이야기.

아이는 누가 키우냐는 물음.

'친정엄마? 아니면 시어머니? 그래도 친정엄마가 편하지.

혜린씨 어머니 아직 젊으시잖아. 친정도 회사랑 가깝고 좋네 딱이네."

이미 정답이 정해져 있었다.

모두가 답을 알고 있는 그 물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고작 '잘 모르겠어요. 여쭤봐야죠'였다.

알고 있다.

지금의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3개월이 있으면 대부분 복직을 해야 하고

피치 못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은 그 핏덩이 같은 아이를

자기 몸도 하나 못 가누는 아이를 시설에 보낸다는 건

게다가 지금처럼 어린이집에 대한 믿음이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아이를 남모르는 사람에게 맡긴다는 건

너무나도 위험한 일처럼 보인다는 걸.

그렇기에 당연히도 조부모가 키워주는게

어쩔 수 없으면서도 당연한 일이 되었고

손주사랑은 자식사랑보다 더 위대하니

그 정도는 충분히 감내하실 수 있을 거라는 걸

우리는 그렇게 믿고 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위안한다.

어쩔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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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라도 효도해. 잘해드려. 그래야 키워주신다고 하지"

그랬다. 혹시라도 수가 틀리면

그래서 아이를 키워주지 못하시는 상황이 되면

일이 너무 복잡해지니 지금부터라도 효도하라는 그 말.

무엇하나 틀린 게 없는 말이었지만 왠지 가슴이 아팠다.

효도라고는 할 줄 모르는 딸이었다.

맏딸이어서 항상 무뚝뚝했고

친구들사이에서 유명할정도로 엄마와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둘 다 성격이 불같아서였는지 꽤 오랜 시간 서로 상처가 되는 말을 퍼부어가며

서로를 아프게 했고

이제서야 결혼해서 엄마를 조금씩 이해하며 가까워지기 시작했는데

이제서야 효도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왠지 모를 불효를 위한 효도를 해야한다니

마음이 먹먹했다.

어느 날 친정엄마는 나에게 말했다.

어느 집 엄마는 딸의 복직전에 긴 여행을 다녀온다고 했다고.

앞으로는 그런 여행을 가기 힘들어질테니.

요새 목욕탕에서는 아줌마들이 모이면 도원결의를 한다고 했다.

절대 손주를 봐주지 말자고.

하지만 막상 손주를 데리고 와서 키워주세요 하고 매달리면 어쩔 수 없이 키워주는데

내 자식이 불쌍해서 어쩔 수 없는 거라며

자식이 뭔지 허허하고 웃으셨다.

내가 아이를 낳는다.

평생 나를 뒷바라지해온 나의 부모는

내가 낳은 아이를 또 키운다.

평생을 먹고사는것과 싸우며 살아온 부모님.

가난이 지긋지긋하게 싫어서 본인 자식만큼은 아쉬운 것 없이 자라게 하고 싶어

본인 먹을 것 입을 것 모두 다 포기해가면서 살아온 지난날.

이제 자식들 다 키우고 모자람 없이 살게 돼서

친구들과 여행도 다니기 시작하고

이제 즐기는 법 사는 재미를 알기 시작했는데

다시 그 삶을 빼앗아 가야 하는 것만 같아 마음 한 켠이 무거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이제껏 키워온 본인의 딸이

자기처럼 자식만 바라보는 그런 삶을 살까봐

너는 더 멋지게 살라고 공부시키고 뒷바라지해놨는데

왜 이렇게 주저앉으려고 하냐고 가슴을 치신다.

내가 정말 일을 계속해서 멋지게 사는 게 효도일까.

남은 여생을 조금이나마 자신을 위해 살도록 돕는 게 효도일까.

일도 하면서 내가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건

판타지 소설에서나 있을법한 일.

내애는 내가키우는게 불가능해져 버린

그렇기에 나를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이 불가피해지는

그렇게 희생과 희생이 거듭되는

진짜 현실에 대해 한 발 짝 걸어나가게 된다.

그렇게 엄마가 살아온 삶의 궤도를 차근차근 따라간다.

엄마가 포기해온 삶의 역사를,

엄마가 잃어온 엄마의 자신을.

작가의 실시간 육아일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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