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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2월 15일 09시 15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2월 15일 14시 12분 KST

DDP 포럼 x AGI 인터뷰 | 니키 고니센

Thonik

오는 2월 19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나눔관에서 'DDP 포럼', 그 세번째 행사가 열립니다. DDP 포럼은 창조 산업에서 활약하는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활동 기반이자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도록 DDP가 기획하는 세미나 이름인데요. 건축과의 컬래버레이션을 주제로 한 첫번째와 한국의 푸드 트럭 문화를 다룬 두번째에 이어 이번에는 세계 최고 권위의 그래픽 디자이너 단체인 '국제그래픽연맹(Alliance Graphique Internationale, 이하 AGI)'과 함께 DDP 포럼을 엽니다.

1951년 프랑스와 스위스의 뜻 맞는 그래픽 디자이너 몇 명을 중심으로 출발한 AGI는 현재 총 30여 개국 출신의 그래픽 디자이너 400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한 세계 최고의 그래픽 디자인 관련 단체입니다. 기존 회원의 추천을 통해 철저한 검증을 거쳐 AGI 회원 명부에 이름이 오르는 것은 당대를 풍미하는 그래픽 디자이너의 증표나 마찬가지입니다. 위대한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모두 AGI 회원은 아니었을지 몰라도 AGI 회원을 제외한다면 20세기 그래픽 디자인을 논하는 시도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죠. 고인은 물론이고 생존 회원들까지 시중의 디자인 서적에 끊임없이 등장하며 그래픽 디자인 역사 곳곳을 빼곡히 채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AGI 홈페이지의 회원 섹션에 들어가보면 모든 회원들이 이름의 알파벳순, 혹은 나라 별로 단정히 정리돼 있습니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회원들의 이름이 검정색과 회색으로 뒤섞여 있는 건데요. 검정색은 생존 회원, 회색은 고인을 의미합니다. 그런 이유로 AGI 홈페이지는 곧 현대 그래픽 디자인을 탐구하는 사람에게 하나의 인덱스나 마찬가지입니다. AGI 홈페이지에 올라온 회원 명부를 확인하며 누구의 이름이든 구글에 검색해본다면 그래픽 디자인의 '결정적 순간'으로 통하는 수많은 창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대표적인 회원들을 따로 열거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대다수 구성원들은 각자 활동한 시대에 자신의 영역에서 최고의 역량을 발휘했는데요. CEO만 상대했다는 아이덴티티 디자인의 제왕, 폴 랜드도 생전 AGI의 회원이었고 지금 생존한 그래픽 디자이너 중 일반인에게 잘 알려진 스타 디자이너만 하더라도 '아이러브뉴욕(I LOVE NY)' 캠페인 심볼을 만든 밀튼 글레이저(Milton Glaser), 일본 무인양품(MUJI)의 아트 디렉터인 하라 켄야(Hara Kenya), 세계 최고의 디자인 에이전시로 꼽히는 펜타그램의 파트너이자 역사상 가장 성공한 여성 그래픽 디자이너로 꼽히는 폴라 셰어(Paula Scher), 최초의 탈네모꼴 한글 서체인 안상수체를 만든 타이포그래퍼 안상수 현 PaTI 교장 등이 있습니다.

AGI는 매년 세계 각국을 돌면서 총회를 개최합니다. 재작년 브라질 상파울로, 작년 스위스의 비엘에 이어 2016년 올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서울에서 총회를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100명이 넘는 세계 최상급 그래픽 디자이너 회원들이 참여하는 총회는 크게 공개 강연인 AGI Open과 비공식으로 열리는 단체 총회인 AGI Congress로 나뉘는데 특히 해당 도시의 젊은 디자이너에게 영감과 지식을 공유하는 AGI Open은 참여 연사의 명성 덕분에 세계 그래픽 디자인 계에서 독특한 위상을 차지합니다.

오는 9월 말 열리는 AGI 서울의 준비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AGI 회장단(International Executive Committee, IEC)이 곧 방한하는데요. DDP 포럼의 일환으로 AGI를 대표하는 회장을 비롯해 AGI를 이끌어가는 수뇌부인 회장단이 시민에게 열려있는 공개 강연의 단상에 올라 세미나를 진행합니다. AGI 회장인 네덜란드의 니키 고니센(Nikki Gonnissen)을 비롯해 일본의 타쿠 사토(佐藤 卓), 아일랜드의 데이비드 스미스(David Smith), 미국의 에릭 브란트(Erik Brandt), 오스트리아의 엘리자베스 코프(Elisabeth Kopf) 등 세계적인 그래픽 디자이너 5명이 연단에 오를 계획입니다.

포럼에 앞서 참여 연사들의 인터뷰를 공유합니다.

그 첫번째 주인공은 AGI의 회장인 니키 고니센입니다.

니키 고니센 Nikki Gonnis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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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 고니센은 암스테르담에서 활동하는 네덜란드의 디자이너이자 교육자입니다. 현재 AGI의 회장을 맡고 있으며 디자인 스튜디오 토닉(Thonik) 대표와 아이트호벤 디자인 아카데미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1993년 고니센이 토마스 비데르스호번(Thomas Widdershoven)과 공동으로 설립한 토닉은 그래픽 디자인, 인터랙션 디자인, 모션 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는 프로젝트를 선보였는데요. 주요 클라이언트로는 보익만스 판 뵈닝엔 미술관(Museum Boijmans van Beuningen), 암스테르담 시청, 네덜란드 사회당(Dutch Socialist Party), 암스테르담 공공 도서관 등이 있으며 상하이 미술관, 베니스 국제 건축 비엔날레, 도쿄 스파이럴 갤러리, 갤러리 아나톰 등에서 단독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Q. 안녕하세요, 니키!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할게요.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니키 고니센입니다. 1993년 남편인 토마스 비데르스호번(Thomas Widdershoven)과 함께 토닉(Thonik)을 설립해서 지금까지 이끌어오고 있어요. 오랜 기간 전 세계의 재능 넘치는 디자이너와 일하면서 지금의 토닉 가족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Q. AGI의 회장으로서 단체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부탁해도 될까요. 또한 AGI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이나 생각도 듣고 싶어요.

AGI는 세계 유수의 그래픽 디자이너를 묶는 세계적인 플랫폼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는 그래픽 디자인 분야의 선구자들을 대표하고 있어요. 저희는 기업체, 소상공인, 공공 기업, 전시 큐레이터, NGO, 그리고 지역 운동가들과 함께 일하곤 한답니다. AGI에서는 멤버 간의 문화 차이가 소통의 장애라기보다 오히려 21세기 그래픽 언어를 발전시키는 데 기여를 한답니다. 

제 인생의 첫 AGI는 런던이었어요. 저는 그때 일어난 토의와 발표에 깊은 감명과 영감을 받았어요. 특히 뛰어난 동료 그래픽 디자이너뿐 아니라 작가이자 예술가인 에드문드 드 월(Edmund de Waal), 건축가인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의 발표는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경험으로 인해 매해 열리는 AGI 모임이 세상에 필요한 엄청난 가능성을 입증하는 기회의 시간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희 AGI의 모임이 좀 더 공공의 성격을 띠고 많은 사람들에게 보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제 목표 중 하나는 AGI를 그래픽 디자인 분야에 있어 토론의 중심으로 이끄는 것입니다. AGI가 생각하는 미래의 디자인 교육이나 기술의 발전이 해당 업계에 끼치는 영향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여러 주제에 관해 생각을 교환하는 통로는 더 넓어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협회의 국제적인 성격에서 비롯하는 문화적, 경제적 차이부터 세대 차이, 생각 방식의 차이까지 다양한 '다름'을 토대로 우리 회원들은 좀 더 정보적이고, 활동적인 토론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저는 변화하는 세상에서 디자인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담론이 활발해지길 기대합니다. 스킬과 기술의 발전뿐 아니라 우리를 에워싸는 세상에 대해서도 알고 싶습니다. AGI의 선대 회장이신 빔 크로우웰(Wim Crouwel)이 예전에 하신 말씀이 있어요. 그는 젊은 디자이너에겐 요즘 사회의 복합성을 상대할 능력이 있다며 부럽다고 하셨어요. "내가 일을 하기 시작했을 때는 모든 게 훨씬 쉬웠어." 복합성이 증가하는 현상은 디자이너를 비롯한 인류 모두에게 큰 이슈입니다.

Q. 한 사람의 디자이너로서 주지하는 당신만의 디자인 철학이 궁금합니다. 

토닉의 문을 연 첫날부터 저희는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선보이고 싶은 열정이 있었어요. 특히 사회적, 문화적 이슈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그런 이슈를 다루는 작업을 의뢰받고 싶었죠. 그래픽, 타이포그래피, 그리고 아이덴티티 작업을 아우르는 디자인 계는 시험하고, 협업하며, 사회적 참여까지 꾀할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저희는 그런 세계에 너무나 자연스레 녹아들었고, 그렇기 때문에 떠날 생각일랑 하지 않고 있답니다.

지금까지 토닉의 이름으로 진행한 프로젝트는 무척 많기 때문에 최근 작업한 두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중국의 '센젠 도시/건축 바이-시티 비엔날레(Shenzhen Bi-City Biennale of Urbanism/Architecture, UABB)'와 '플로리아나폴리스 자!(Florianapolis  JÁ!)' 깃발 프로젝트입니다.

2015년 센젠 비엔날레의 테마는 '도시 재생'이었는데요. 도시계획(urbanism)은 대단위로 진행하는 하향식의 도시 디자인 방식에서 벗어난 지 오래입니다. 도시는 작은 규모의 해결책과 기존에 존재하는 구조물을 다시 활용할 때 더 발전하기 마련이죠. 새로운 도시계획 전문가는 이제 수렵과 채집 성향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런 '수렵채집가'의 상징으로 가방을 선택했습니다. 직물을 서로 얽히고설켜 만든 모습이 곧 도시를 상징하는 것 같았거든요. 이런 직물 위에는 지그문즈 랍사(Zigmunds Lapsa)와 함께 만든 특정한 서체만 사용하기로 했죠. 가방에는 재사용을 뜻하는 RE를 적었는데요. 저희는 센젠의 뒷골목에서 이 가방을 활용해 여러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들은 이후 프로젝트를 이끌어 가는 작업의 기본 재료가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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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아나폴리스 자! 깃발 프로젝트는 작년 상반기에 피케 베르흐만스(Pieke Bergmans)와 함께 브라질에서 진행한 프로젝트입니다. '자!(JÁ!)는 1979년 일어난 노벰브라다 시위에서 영감을 받았는데, 브라질의 군부 정권을 반대하는 첫 대규모 시위였습니다. 그 시위는 더치 비엔날레(Dutch Biennale)가 열리던 플로리아나폴리스시의 팔라시우 크루스 이 소자 박물관(Museum Palácio Cruz e Souza) 앞에서 벌어졌었죠. 

저희 토닉은 플로리아나폴리스시의 평범한 집에서 색과 장식을 따와 깃발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각 깃발에는 특정한 집의 아이덴티티가 담겨 있죠. 이 프로젝트의 아이디어는 "한 사람, 한 투표"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는 깃발을 시민에게 건네면서 함께 사진을 찍도록 유도했어요. 이런 시도는 정말 놀라운 결과를 낳았는데요. 많은 참가자들이 그들만의 이야기, 과거의 기억, 정치적, 견해, 그리고 미래를 위한 소망까지 말을 하도록 도와줬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깃발처럼 단순한 무언가가 시민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표현하도록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었는데 결국 성공을 거둔 셈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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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 2월 19일 서울 DDP에서 열리는 특강에는 이미 많은 분들이 신청했답니다. 당신이 맡은 스피치에 대해 미리 간단히 알 수 있을까요?

모순되게 들릴 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사랑과 행동주의(activism), 또는 긍정과 행동주의에 대해 이야기를 할 것 같아요.

Q. AGI 멤버들은 차세대 디자이너에게 관심이 많다고 들었어요. 혹시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와 학생들에게 건넬 조언이 있다면 부탁할게요.

우리가 하는 디자인은 언제나 실험적이어야 합니다. 실험적인 디자인은 사회적, 기술적인 발전을 이끌며 형국을 바꾸는 힘이 있습니다. 좋은 디자인이란 보기 좋은 겉모습에 국한하지 않고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젊을 때는 디자이너에게 중요한 시간입니다. 그 시간을 즐기세요. 작은 시도가 세계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는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이니까요. 

Q. 마지막으로 궁금한 게 있어요. 서울을 방문하는 감회가 어떤가요!

서울은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에요. 토마스와 저는 지난 12월 서울에 처음 왔었죠. 지금 동대문 지역에서 곧 오픈하는 현대 아울렛 작업을 진행하고 있거든요. 좋은 사람들이 있고 거대한 한강이 흐르는 이 사랑스러운 도시가 무척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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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P FORUM VOL.3 X AGI

2016.02.19.19시~22시, DDP 살림터 3층 디자인 나눔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