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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9월 17일 11시 24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9월 17일 14시 12분 KST

디자이너의 눈으로 채집하다, 〈맛 MA:T - 한국의 멋과 정〉

국제교류재단 KF 갤러리 개관 10주년 기념으로 열리는 <맛 MA:T - 한국의 멋과 정>전은 아는 만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전시다. 대중적인 사물을 억지로 보기 좋게 꾸미지 않고도 '맛'이라는 대주제 아래 일상의 멋과 정을 전달하려는 참신하고 정직한 의도는 훌륭하지만, 전시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일정한 지식이나 관점이 부족하다면 여러 사물의 무더기로 전락할 위험이 상존한다. 전시의 큰 축만 이해한 채로 전시를 둘러본다면 그 치밀한 구성이 온데간데 녹아 없어져 단순한 물건의 나열로 뒤바뀐다는 뜻이다. 이를 막기 위한 장치인 전시 소개는 현장에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어 통합적으로 생각하기에 역부족인 상황이라 결국 전시품과 우리의 일상이 서로 겹치는 맥락을 구별하고 전시가 잠에서 깨어나는 주문을 미리 습득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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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를 쉽게 보는 포인트는 한국의 식문화를 벌거벗겼을 때 발견하는 몇몇 특성들이 어떤 재료와 모양으로 물화되는지 여부다. 밥, 술, 김치, 배달이라는 주제어를 중심으로 "동시대적인 '공감'에 집중하여 흔적들을 채집했다"는 전시 소개 글에 이런 특징이 잘 압축돼있다. 유기그룻, 나무 등 자연의 재료에서 플라스틱, 스테인리스 등 식기구의 재료가 다양해지고 그 주도권이 바뀌면서 기존 물건의 변화와 새로 탄생한 물건의 존재는 새로운 한국의 식문화, 나아가 한국인의 성격에 영향을 미치며 전통적인 태도와 서로 융합됐다. 그 자체로도 의미를 충분히 가진 문화 요소로 발전한 물건들은 '볼품없는 멋'이라도 빼놓지 않고 의식하는 전시의 태도와 맞물려 전통과 현대 사이에 막을 치지 않고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현대 한국의 미시사를 디자이너의 시선으로 재치있게 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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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술, 김치, 그리고 배달은 이런 '일상'이 화이트 큐브로 들어오게끔 도와주는 자석이나 마찬가진데, 그 인력에 영향을 받은 온갖 물건들은 서로 간의 존재를 의식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생산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배달이다. 언제 어디서나, 한 상 가득,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배달 음식은 그 용기의 특징부터, 음식의 종류, 철가방과 오토바이 등 배달에 필요한 여러 도구, 배달의 주체와 소비하는 계층까지 한국만의 새로운 식문화가 얼마나 삶과 근접한 곳에서 탄생하고 그 가치를 보여주는지 여실히 알려준다. 이런 맥락을 모르는 상태에서는 전시장 제일 끝에 서 있는 대림 오토바이 실물과 이를 탄 배달원을 마치 도심을 넘나드는 영웅으로 표현한 정연두의 미술 작업이 함께 있는 이유에 대해 파악하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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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광주리를 벽에 그대로 붙이면서도 이를 활용한 설치 미술 작업을 함께 배열하거나 실제 음식을 디자인 스튜디오가 만든 가상의 소품으로 대치하며 단순히 기물을 배치하는 것을 넘어 이차적인 이미지와 영상까지 함께 전달하는 등 사실적인 물건과 상상력 간의 균형을 조절하는 능력은 전시의 매력을 한층 강화한다. 하지만 물건에 얽힌 '사연'과 '장소성'을 서로 엮으며 공동체에 대한 부분을 다루려 할 때 불협화음이 들리는 건 안타깝다. 큐레이터의 건강한 욕심 때문이리라. 그러나 <맛 MA:T - 한국의 멋과 정> 전은 보면 볼수록 밍밍하지 않고 오히려 깊은 맛이 배어나는 좋은 전시다. 상상의 폭을 넓히면서도 전시품마다 꼬박꼬박 준비한 캡션을 놓치지 않는다면 분명 익숙함 속에서 피어나는 신선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고 믿는다.

* 전시 보도 자료를 보내주실 분은 thedesigncracker@gmail.com으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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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MA:T - 한국의 멋과 정

그 동안 한국의 전통 문화를 통해 발견한 멋과 정이라는 한국적 정서와 감각이 과연 일상 문화에서는 어떻게 발현되고 있는지 알아보는 전시. 우리가 그간 다소 부끄러운 것으로 여겨왔던 것과 무가치 하다고 생각한 문화를 재조명하면서 오늘날 우리 삶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음식문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본다, 한국인의 식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인 밥, 김치, 술, 배달문화를 소개하고, 그 안에 담긴 정(情)과 감(感), 덤 문화, 임기응변적 접근 등 한국적 감각과 문제해결 방식을 엿본다. 이를 통해 동시대적 관점에서 주체적인 시각으로 우리의 일상문화를 재평가하고, 한국적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를 고찰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게 목표다.

기간 2015년 8월 1일 - 2015년 10월 3일

장소 국제교류재단 KF 갤러리

입장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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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CA Korea 2015년 09월호 'EXHIBITION'에 기고한 원고를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www.ca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