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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2월 24일 10시 19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4월 26일 14시 12분 KST

인터뷰를 팬레터로 바꾼 뉴미디어 아티스트, 양민하

"제가 지금 한 20호봉 정도 될 거에요." 양민하 작가는 밀레니엄 시대의 한국 뉴미디어 아트 씬에서 결코 빠지지 않는 이름이자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디자인전문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이기도 하다. 그런 그에게서 직장인에게 어울립 법한 단어를 듣자 이질감이 찾아왔다. 작가와 호봉라는 단어 사이의 기묘함 뿐만 아니라 올해로 41세인 그에게 20이란 숫자는 어불성설이란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런 선입견은 곧 무참히 깨졌다.

yangminha

뉴미디어 아트는 예술과 공학, 디자인과 기술이 융합된 산물이다. 사람의 행동에 마치 살아있는 듯 반응하고, 데이터를 활용해 눈에 보이지 않는 정보를 세상에 현신하며 0과 1을 앞세운 가상의 세상을 통해 신선한 감흥을 전달하는 특징은 전통적인 예술 분야에서 기대할 수 없는 매력이다. 작년 '2014 오늘의 젊은 예술가 상' 미술 부문을 수상한 뉴미디어 아티스트 양민하는 가상과 현실 사이에 숨어 그 끝을 알 수 없는 듯 매 순간 새롭게 다가왔다.

묵상(Meditation) 1008

"제가 지금 한 20호봉 정도 될 거에요."

양민하 작가는 밀레니엄 시대의 한국 뉴미디어 아트 씬에서 결코 빠지지 않는 이름이자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디자인전문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이기도 하다. 그런 그에게서 직장인에게 어울립 법한 단어를 듣자 이질감이 찾아왔다. 작가와 호봉라는 단어 사이의 기묘함 뿐만 아니라 올해로 41세인 그에게 20이란 숫자는 어불성설이란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런 선입견은 곧 무참히 깨졌다.

"제가 학부 때부터 계속 회사를 다녔어요. 친형이 워낙 프로그래밍을 잘해서(그의 형은 이지위드 양정하 대표다) 형에서 많이 배우기도 하고 회사 실무를 뛰면서 계속 관련 지식을 습득했죠. 대신 학교 출석이 완전 엉망이었지만. 하하. 작가로 활동하면서도 회사는 꾸준히 다녔고...창업도 했었구요. 사실 예전에는 작가와 디자이너 사이에서 괴리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전혀 상관하지 않아요. 전시에 참여할 때는 비평과 평론의 대상이 되는 아티스트의 태도를 견지하고요. 커머셜 작업을 할 때는 디자이너, 아트 디렉터의 태도로 자존심 세우지 않고 수정도 계속 하는지라 지금까지 회사 일을 손에서 뗀 적이 없네요."

서울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을, 동 대학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1999년 학부 2학년 때 김수정 교수의 수업에서 전 RISD 총장인 존 마에다(John Maeda)의 작업을 접하고 자신의 커리어 방향을 뉴 미디어로 정했다. 당시 MIT 미디어 랩 교수였던 존 마에다는 미디어 아티스트로서 최고의 전성기를 달렸다. 오죽하면 포털 사이트 야후에서 디자이너 섹션을 검색하면 CEO만 상대했다는 전설적인 CI 디자이너인 폴 랜드(Paul Rand)와 함께 단 두명만 나올 정도였단다.

"존 마에다가 훌륭한 아티스트이긴 하지만 종교적인 대상으로 추앙받는 게 싫었어요. 그래서 작가 활동을 시작하면서 만든 제 사이트 주소를 '21st century Digital Shaman'의 준말인 '21dish'로 정했죠. 이제 존 마에다 말고 나를 추앙해보실까? 이런 조소를 담았던 건데.(웃음)."

그는 작업 초기에 MIT의 브루스 매즐리시(Bruce Mazlish) 교수가 [네번째 불연속]에서 다룬 개념인 '인간과 기계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발전한다'는 공진화(共進化) 이론에 푹 빠졌다.

"공진화는 제 작업 세계의 주요 모티브 중에 하나에요. 다른 사람들은 기계의 발전을 긍정적으로 봤지만 저는 약간 공포심을 느꼈어요. 제가 디자인을 전공하면서 공학을 따로 배우는 입장이라 그런지 기계의 입장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죠. 기계가 발전해서 자연과 닮는다면 대체 어떻게 될까 이런 질문이 계속 멤돌았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가든(A Garden)'이에요. 가든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리뉴얼을 거치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

가든 2010: 24 hours

2001년과 2002년 사람의 손길을 싫어하는 기계의 입장을 대변한 넷 아트 작품들은 세계적인 상을 연이어 수상하며 화제를 뿌렸다.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인스톨레이션으로 작업 방향을 바꾼 후 공학적이고 미학적인 부분을 탄탄히 만족시키는 뉴미디어 작업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한국 뉴미디어 아트의 중심부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관객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인터랙티브적 요소가 돋보이는 작업들이 수많은 기획전의 러브콜을 받으면서 스스로 '남용'이란 표현을 쓸 정도였다.

Interactive Table Test

"2000년대 이후 하이브리드 기획전이 유행하면서 작가들에게 전시 참여의 기회가 굉장히 넓어졌어요. 스스로 여물어질 시간적인 여유가 필요한 작가들조차 쉼 없이 전시용 작업을 하다보니 결국 작가나 관객들 모두 1차적인 인터랙션에 머물기 시작했죠. 저는 인터랙티브를 단지 흥미의 요소로 접근했는데 외부에 마치 인터랙티브 작업의 기수처럼 비춰지는 모습이 부담스러웠어요. 나중에는 뉴미디어 작가들이 자주 쓰는 알고니즘 작업에 회의적인 메세지를 작업에 넣을 정도였어요."

Bugging the bugs

2010년 즈음 한국 뉴미디어 아트가 1차 인터랙션에 집착하는 현상에 책임이 있다는 말을 연거푸 들은 그는 이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인터랙션 요소를 배제하려고 노력하고 있단다. 서울에 존재하는 종교들의 기표를 모아 표상적인 오브제로 뭉친 2010년 작품 '묵상(Meditation)'은 단 하나의 센서만 활용하면서도 작품에 내재된 의미가 폭발적으로 관객을 덮치는 터라 작업 앞에서 기도하는 장면이 목격될 정도로 시각적인 숭고함의 감동 때문에 아직까지 회자되는 대표작이다. 옹기를 만드는 흙이 모였다가 분해되는 과정을 디지털 화소로 재해석한 2012년의 '비선형적 축적',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개관전을 위해 만든 2013년의 '엇갈린 결, 개입' 등을 보면 다른 뉴미디어 작가와의 차이점이 뚜렷히 들어난다.

엇갈린 결, 개입

" '엇갈린 결, 개입'은 서울관 부지의 역사적인 맥락을 이용한 작업이에요. 무기고부터 종친부, 병원, 기무사까지 한 장소에 존재했던 수많은 건물들의 맥락이 서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영감 받았죠. 사람들이 지나갈 때마다 바닥의 선이 반응하는데 이런 인터랙션이 중요한 게 아니에요. 사람이 지나간 방향과 위치의 벡터값을 모은 누적치를 벽면 스크린에 시각적으로 제어하면서 벽과 바닥이 서로 만나는 지점에 틈을 만드는 시도가 중요하죠. 현재의 움직임과 과거에 쌓인 움직임이 서로 다른 결로 만나면서 틈이 전달하는 엇갈림이 작업의 핵심이에요."

양민하 작가의 작업은 대체로 평면에 기반을 주고 있다. 복잡한 설치 작업이나 바닥에 널부러진 형태가 아니란 뜻이다. 그만큼 갤러리와 컬렉터가 탐낼 만도 한데 그는 지금까지 작품을 판 적이 단 한번도 없다. 복제라는 뉴미디어 작업의 근원적인 한계도 한 몫 했지만 사실 작업의 유지 문제가 가장 컸단다. 그런 의미에서 작년 발표한 신작인 '뛰는 여인들'은 그가 처음으로 팔고 싶은 작업이다.

뛰는 여인들

"뛰는 여자의 발에 집중한 영상 작업이에요. 움직일 때마다 200만 개 정도의 방향 벡터점이 만들어지고, 이 점들이 다시 선을 구성해 실이 풀리는 듯한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구현해요. 물리학에서 쓰는 역학 필드를 응용한 작업인데 보기보다 프로세스가 까다롭고 복잡하죠. 아직 조율 중이긴 한데 올해 사진, 영상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뉴욕의 모 기관에서 전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디렉터가 능력있고 정력적인 사람이라 무척 즐겁게 진행하고 있어서 전시 결과가 기대되는 게 사실이에요."

그의 사이트인 www.21dish.com에 들어가면 방대한 양의 포트폴리오에 놀라고 그 작업을 모두 혼자 진행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즐거운 표정으로 이것저것 보여주던 작업들의 대부분은 사이트에 존재하지 않은 것들이었다.

"사이트에는 커머셜 작업은 배제하고 미디어 아트 작업만 올려요. 그것도 보여주고 싶은 것만 선별해서. 하하. 작년에도 작업은 총 15개 정도 진행했는데 사이트에는 2개만 있네요."

앞서 언급한 '뛰는 여인들'과 더불어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사이트에 입성한 다른 작업은 의외로 평범하다. '평등한, 대칭적 대화'는 수평선을 기준으로 위 아래에 나타나는 대칭성의 미묘한 차이를 보여주는 작업이다.

평등한, 대칭적 대화 by kYOkYO(양민하, 김성아)

"쿄쿄(kYOkYO)라는 그룹으로 발표한 작업인데, 쿄쿄는 교수와 조교의 합성어에요. 저는 연구 조교가 따로 없는데요. 학교에서 일하는 행정 조교가 이 쪽 분야에 관심이 있길래 시간 날 때마다 이것저것 가르치면서 같이 작업하고 있어요. 교수와 조교가 함께 할 때 필연적으로 생길 수 밖에 없는 사회적인 시선, 완전히 수평적일 수 없는 현실을 은유하면서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을 관찰하고 싶었어요. 사실 제가 관람객을 관찰하는 걸 되게 좋아하거든요."

지금까지 꽤 많은 수의 사람들과 인터뷰하며 상대방이 먼저 지치기만을 기다리던 필자에게 양민하 작가는 극히 예외적인 인물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 장장 4시간 동안 여러가지를 캐물었지만 점점 알면 알수록 손에 닿을 듯하던 동굴의 끝은 계속 확장하며 명확한 진실을 파악할 수 없었다. 마치 작가의 공식 사이트가 양민하라는 작가의 본 모습을 극히 일부만 보여주는 것처럼 얼마나 더 많은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한가지 결론은 확실히 얻었다. 단지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수상이 그의 가치를 돋보이게 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그가 앞으로 '공개할' 작업을 접하면서도 보이지 않는 이면에 존재할 무수한 것들에 대한 상상만으로도 벌써 가슴이 두근거린다. 어쩌면 이 글은 '양민하'라는 창작자에 대한 인터뷰가 아니라 그에게 보내는 펜레터로 분류하는 게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Interview] 서울시립대학교 디자인전문대학원 양민하 교수

2015-02-22-yangminha.jpg

'2014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에서 미술부문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모든 작업을 직접하기도 하고 스스로 아직 젊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이번 기회를 통해 정부에서 젊음을 공인받은 느낌이라 꽤 감사해하고 있습니다(웃음).

'뉴 미디어 아트'에 대한 개인적인 정의가 궁금합니다.

'뉴 미디어'는 흥미로운 용어입니다. 미디어에 '다른' 정의가 필요한지 잘 모르겠거든요. '뉴'라는 단어가 가지는 경솔함을 경계해야만 할 것 같아요. 최근 컴퓨터로 만들어지는 미디어 아트를 지칭하는 용어가 워낙 다양하다보니 용어의 통일을 위해 정의해야 한다면 컴퓨터나 마이크로컴을 이용하며 인터랙션과 리액션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 미디어 작품이라 말할수도 있을 것 같네요.

지금까지의 커리어를 몇 개의 변곡점으로 나눈다면 그 기준과 해당 시기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1999년 넷 아트로 작업을 시작한 이후 2002년부터 2004년까지는 오프라인 전시 활동에 집중했던 시기입니다. 디자인과 공학, 그리고 예술 사이에서 명확한 정체성을 찾지 못하던 때였죠. 2004년부터 2008년까지는 일명 '남용의 시기'입니다. 모든 작업이 자기 복제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어요. 2009년부터 다시 즐거움과 자유로운 주제의 발상에 집중하기 시작했는데 대표적인 초기 시도가 '묵상' 시리즈입니다. 이어 2011년과 2012년 동안 진행한 '더 크리에이터스 프로젝트(The Creator's Project)' 월드 투어와 2013년 문을 여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전 작업을 진행했죠. 스스로 작가라는 호칭에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자유롭게 커머셜 작업도 할 수 있게 된 시기입니다. 덕분에 이제는 작가와 디자이너라는 상이한 태도를 함께 가져가는 데 별 어려움을 느끼지 못해요.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해 작업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용해 영상을 제작하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쓰는 일반적인 작가와는 조금 차이가 있어요. 요즘 많이 쓰는 언어는 C++과 glsl 그리고 아듀이노(arduino) 정도이고 필요할 때 자바(JAVA)나 자바스크립트(Javascript) 그리고 webGL이나 PHP 등을 사용할 때도 많습니다.

작업 중 늘 상기하는 점이 있으신가요? 혹 심미성과 기술 완성도 중 중시하는 부분이 있으신지 궁금하네요.

저는 스스로의 행복 추구을 위해 작업을 하기 때문에 언제나 내가 지금 즐거운지 되묻습니다. 물론 작업을 할 때 힘든 부분이 있지만 해결했을 때 꽤 기쁘기 때문에 보통 힘든 기억은 나중에 상쇄됩니다. 제 작업에서는 주제보다 소재가 더 큰 영역을 차지하는 것 같아요. 물성과 기계, 도구 그리고 공진화(共進化)는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재입니다. 작가로서 미적인 완성도는 너무도 당연하고요. 개인적으로 소프트웨어 형식의 영상은 최소한 1년은 고장이 나지 않아야 한다는 신념이 있어요. 하드웨어 장치가 섞이면 고장이 나는 건 필연적이지만 소프트웨어가 멈춰서 블루 스크린이 뜨거나 강제 종료되는 경우는 생각하고 싶지 않네요.

뉴 미디어는 복제 가능성 때문에 내부 아키텍쳐 노출에 대해 민감할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개인적으로 학생을 위해 교육 결과물을 공개하는 사이트 binteractive.org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제겐 지식의 5% 정도를 공유하는 느낌이에요. 사실 그 정도로는 제 밑천이 노출되지 않죠. 전 대체적으로 제너러티브한 개발 또는 애자일 개발을 기반으로 작업하기 때문에 결과로서의 코드는 절대적인 가치를 갖지 않아요. 얼마전 대기업 연구 프로젝트를 참여하는데 소스코드와 관련한 계약서를 요구하길래 수락한 적이 있습니다. 대신 일부 민감한 알고리즘은 모두 dll로 만들어 보호하고 복제가 걱정될 때는 소프트웨어 락을 설정하죠. 만일 C++로 개발한 제 작업을 관찰하거나 크래킹을 시도해 소스를 복제할 수 있는 수준의 인물이 있다면 굳이 제 코드를 보지 않아도 자기 작업하는 데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민감하지만 동시에 무감각한 태도가 공존하네요.

제가 아는 교수님은 자신의 총 지식량을 10이라 친다면 논문에는 2~3 정도를 간추려 넣고, 학생들을 가르칠 때는 0.5 정도 사용한다고 하시더군요. 어떠신가요?

이쪽 분야가 학생들이 몇 년 공부한다고 익숙해지는 게 아니다보니 제 지식량은 무의미하다고 느껴요. 학생들을 가르칠 때는 맞춤식 교육을 선호하는데 공대를 졸업하고 오는 학생에게는 2 정도 쓸 때도 있고, 일반적으로 제반 지식이 없는 친구들에게는 글쎄...0.01 정도 쓰는지 모르겠네요. 이쪽 분야에서 개인 혼자 커머셜 작업이 가능하려면 확신컨대 디자인 교육을 모두 이수하고 동시에 컴퓨터 그래픽스를 전공한 공대생만큼 프로그래밍을 해야합니다. 그게 힘드면 팀으로 모이는데 1년에 몇 개 나오지 않는 '팀' 작업을 보면서 학생과 교수들이 모두 그만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꽤 많아요. 이런 오해는 위험합니다.

요즘 디자인 계에서 코딩 등 프로그래밍 영역까지 전문성을 확장하려는 시도가 초미의 관심사인데요. 개인적으로 어떤 입장이신가요?

너무 단연적으로 말하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되는데, 전 코딩하는 디자이너가 한국에서 성공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디자이너가 코딩을 하면 개발자가 자기 업무를 침범한다고 여기거나 불쾌감을 표시합니다. 그 반대의 경우, 개발자가 디자인에 관여하면 디자이너들의 반발 또한 심해요. 상대의 영역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더라도 말이죠. 이런 배타적인 시스템에서 중간자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코딩, 아듀이노 등의 뉴미디어 교육이 디자인 대학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이런 커리큘럼 변화가 앞서 말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국내의 여러 디자인 대학들은 외국의 사례를 보고 교과과정에 프로그래밍을 적극적으로 도입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해외 대학의 경우 프로그래밍이 정규 교과로 성공적으로 정착돼있는데요. 한국에서는 대체로 실패하면서 이제 교과과정에서 프로그래밍을 제외하거나 축소하는 실정입니다. 일단 가르치는 분들의 전문성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고 배우는 학생들 입장에서도 거부감이 만만치 않은 편입니다. 솔직히 앞서 말한 것처럼 한국에서는 해결 방법을 찾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혹자는 공학적, 미학적 능력을 두루 갖춘 이를 표현할 때 '바이링귀얼'이란 단어를 쓰던데요. 혹시 교수님이 그런 류의 표상일까요?

두 분야에 대해 능력을 두루 갖춘 전문가를 만나기란 꽤 어렵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더 그렇죠. 저는 둘 다 하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표상처럼 경배의 대상이 되는 건 그다지 반갑지 않아요. 근데 바이링귀얼이란 표현은 좋네요. 앞으로 종종 써먹어 봐야겠어요.

위 글은 월간 2015년 02월호 'design insight' 기사를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www.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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