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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1월 26일 11시 35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1월 26일 11시 35분 KST

'사람이 먼저' 내세우는 정부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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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간 좀 크다 싶은 커뮤니티에는 어김없이 비슷한 글들이 올라왔다. 여자 아이스하키팀이 원래는 올림픽에 진출 못할 실력을 가진 팀이고,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에 로비해 지금은 없어진 개최국 특혜로 올림픽에 참가한다는 내용이었다. 글의 목적은 뻔했다. 너희도 '정당'하게 진출한 게 아니니, 북한과의 단일팀에 따른 손해를 어느 정도 감수하라는 메시지였다.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이들이 이런 주장을 하기 시작했고 여기에 반발하는 이들로 게시판마다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그들'의 주장이 사실도 아니지만, 설령 그 무리한 주장을 받아들인다 해도 이는 전혀 별개의 이야기다. 만약 여자 아이스하키팀이 공정하지 못한 로비로 올림픽에 진출한 거라면 아예 출전 자격을 박탈해야 옳지, 너희도 떳떳하지 못하니까 정부 마음대로 단일팀을 만들어도 괜찮다는 건 너무 궁색한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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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최국 참가 자격은 진작 IIHF와 협의된 사항이고 연맹국들도 동의해 이미 예선이 치러진 상태다. 인터넷 여론전(?)처럼 예선 8위를 차지한 독일을 강제로 탈락시키고 그 자리를 차지한 게 아니라, 원래 개최국 자동 진출 자격을 얻고 나머지 일곱 자리를 놓고 다른 국가들끼리 경쟁한 것이다. 실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나라가 개최국이라는 이유만으로 참가하는 것이 부당하다면 우리는 월드컵을 비롯한 수많은 국제대회의 참가 조건부터 따져야 한다. 월드컵 개최국 자동 진출과 더 나아가 실력이 반영되지 않은 대륙별 티켓 수에 유럽과 남미 국가들이 반발하지 않는 건 국제축구연맹(FIFA) 국가들 사이에 합의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실드'까지 등장한 건 그만큼 여론이 안 좋기 때문이다. 여론이 안 좋은 건 지금 정부가 밀어붙이는 단일팀이 너무나 갑작스럽고 일방적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치적을 위해, 남북화해라는 대의를 위해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면서도 선수단을 대하는 태도는 무척 유감스럽다. 격려차라고 하지만 혼란스러워하는 선수들을 찾아가 대통령은 일방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총리는 "어차피 메달권도 아니니 큰 무리가 없다"는 놀라운 발언을 한다.

여기에 젠더 이슈까지 더해진다. 왜 꼭 '여자' 아이스하키팀이어야 하는지를 나서서 설명할 수 있는 정부 관계자는 없을 것이다. 남자 아이스하키팀은 귀화 선수들의 반발과 만에 하나 있을 메달 획득(군 면제) 때문에 단일팀 대상으로 거론되지 않았을 거라는 추론 정도는 가능하다. 이 추론이 맞다면 "어차피 메달권도 아니"라는 서글픈 정부 인식이 드러나는 것이고, 그 이유도 아니라면 그저 만만한 '여자'팀의 희생을 강요한 걸로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어떤 것이든 문제가 있다.

수많은 반대에도 결국 정부는 단일팀을 밀어붙일 것이다. 이미 여자 아이스하키팀은 흔들릴 대로 흔들린 상태다. 앞서 언급한 여론전을 보며 아이스하키팀마저 적폐가 된 거냐는 자조가 흘러나온다. 심상치 않은 여론에 움찔했는지 청와대 관계자는 "과정이 공정하다고 생각 않는 점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며 달래기에 나섰다. 이런 말도 덧붙였다. "다른 측면에서 설명하면 단일팀이 옳다기보다 우리에게 훨씬 더 큰 이득이 되는 일이다." 옳다기보다는 이득이 되는 일. 이전 정부에서 많이 해온 일이다. 최소한 '사람이 먼저'를 내세우는 정부에서 할 일은 아니다.

* 이 글은 한겨레 신문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