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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7월 03일 10시 51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7월 03일 14시 12분 KST

온실가스감축에서도 산업계 봐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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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국가 주요 에너지 정책 현안 톺아보기] 4. 온실가스감축에서도 산업계 봐주기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지구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올봄도 기상이변에 따른 지독한 가뭄으로 전국 곳곳이 고통을 겪고 있다. 기후변화의 원인이 인간 활동에 의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지구 역사의 기록이 이를 입증한다. 그러나 인간 활동이 기후변화를 증폭시키고 있고, 온실가스를 줄임으로써 기후변화의 속도를 줄일 수 있다는 데도 이의를 달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유엔차원에서는 훨씬 깊은 공감대가 생겨서, 산업혁명이전과 비교해서 지구의 온도 상승을 2℃ 이하로 억제해야 한다는 데 합의가 이뤄졌다. 문제는 2℃ 이하 억제하기 위해, 어느 나라가 얼마만큼 온실가스를 감축할 것인지의 구체 합의를 내오는 것이다. 올해 12월 파리에서 열리는 COP21 회의에서 각 국이 제출한 자발적 감축안(Intended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이하 INDC)을 바탕으로 논의하기로 지난 리마회의에서 합의했다.

이에 따라 각 국이 유엔기후변화협약사무국에 INDC계획을 제출하고 있다. 각국이 제출한 INDC에 대한 평가가 여러 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 중 네덜란드 환경영향평가청(PBL Netherlands Environmental Assessment Agency, 이하 PBL)과 유럽의 4개기관이 공동으로 만든 Climate Action Tracker(이하 CAT)의 평가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참고로 PBL은 6월 22일까지만 내용이 업데이트되어 있어서 한국이 발표한 내용은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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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출처 :PBL Climate Pledge INDC tool 홈페이지

일단 PBL에서 분석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살펴보자(위 그림). 쑥색 띠가 현재 각국의 정책을 반영한 추정치이고 파란색 점이 교토의정서 의무국가와 한국을 포함한 몇 개 국가가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한 내용이며, 회색 띠가 2℃이하로 온도 상승을 억제하기 가야 할 온실가스 감축 경로이며, 자주색이 이미 INDC를 제출한 나라들의 수치를 반영한 전망치이다. 대략 2020년을 터닝포인트로 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들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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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출처 : PBL Climate Pledge INDC tool 홈페이지

위 PBL의 한국분석 자료는 아직 우리 정부가 INDC를 제출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명박 정권 때 발표했던 2020 감축목표와 현재의 정책 흐름에 따른 2020 목표 달성 여부를 보여주고 있다. 그림에서 보듯 우리나라의 정책은 2020년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에 부족한 것으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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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출처 : Climate Action Tracker

그렇다면 한국의 2030년 장기온실가스감축목표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는 어떨까? 위 그림에서 보듯 CAT의 한국 감축목표에 대한 평가는 냉혹하다. 한국의 감축목표는 감축 구상안이 대체로 나온 50(EU 28개국 포함)개 국가 중 거의 꼴찌에 해당한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처럼 한국이 4개 시나리오를 발표한 직후,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 특히 각국 정부의 여론이 안 좋아지자, 우리 정부는 지난 6월 30일 BAU 대비 37% 감축한다는 계획을 유엔기후변화협약사무국에 제출하였다.

얼핏 보기엔 기존 시나리오에서 가장 높은 감축안인 BAU 대비 31.3% 감축안보다 진일보한 안으로 비춰진다. 그러나 자세한 내막을 알고 보면 정부가 국민을 대상으로 눈속임을 한다는 사실을 확연히 알 수 있다. 기존 시나리오 상 3안(BAU 대비 25.7% 감축안)을 기본으로 하되, 추가 감축량인 11.3%는 국제탄소시장매커니즘을 활용하여 감축하겠다는 계획인 것이다. 여기서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산업계의 감축분은 시나리오 2안(BAU 대비 19.2% 감축안)일 때, 산업계가 책임져야 하는 12%를 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이명박정부 때 발표한 2020년 감축목표에서 산업계가 책임졌던 18.5%에서 크게 후퇴한 안으로, 산업계의 떼쓰기를 정부가 고스란히 들어주면서, 산업계가 추가로 책임져야할 부담이 국내의 다른 영역과 국민의 세금으로 전가된 것이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 산업계가 2030년까지 감축해야 할 온실가스의 감축량은 시나리오2상의 산업계 할당량이다. 따라서 시나리오 2와 시나리오 3의 감축량 차이인 5,600만 톤은 산업계를 제외한 건물, 수송, 가정 등 다른 분야에 떠넘겨진 것이다. 그리고 국내 감축 몫과 유엔에 제출한 감축목표의 차이만큼은 국민의 세금으로 해외에서 사오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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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산업계, 더 좁혀 말하면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등 에너지다소비산업의 어리광을 다 받아주는 것이 그들에게 도움이 될지,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기후변화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의 문제이다. 이것은 앞으로 소비 패턴에서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소비자들이 물건을 선택하는데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며, 각국이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세운 주요 정책이 무역장벽으로 대두될 것이라는 의미다.

이미 이러한 징후는 나타나고 있다. 하나의 예로 WTO/TBT협정에 따라 회원국이 자국 기술표준, 인증 및 검사제도 등의 도입이 회원국과의 무역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사전에 WTO회원국에 통보하는 문서인 TBT통보문을 통해 친환경 무역장벽을 조성하고 있는데, 환경관련 통보문은 증가추세에 있다고 하며, 2013년 환경보호관련 TBT통보문은 인간의 건강과 안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양을 차지했다고 한다. 따라서 정부와 산업계는 눈앞의 이윤에만 급급하여 도태되지 말고, 장기적 비전으로 새로운 도전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그 시작은 바로 온실가스감축을 위한 산업계와 정부의 진취적 태도변화로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