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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1월 02일 07시 42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1월 02일 14시 12분 KST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의 레이는 기념비적인 여성 캐릭터다

Disney/Lucasfilm

이 글에는 스타워즈 스포일러가 들어 있다.

다시 한 번 말해 두는데, 스타워즈에 대한 엄청난 스포일러가 들어 있다. 이 이상 읽는 그대들은 모든 희망을 다 버릴지어다.

한 번만 더 말하겠다. 이 포스트에는 스타워즈 스포일러가 들어 있다.

됐나? 지금부터 더 읽는 사람들은 스타워즈 관람에 어떠한 영향이 있다 하더라도 글 쓴 이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 것으로 동의했다고 간주하겠다.

나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를 어제 보았다. 50대가 되면 40년 동안 워낙 많은 영화를 보았기 때문에 영화 스토리텔링의 뻔한 수법과 클리셰들이 신경 회로에 자리 잡는다. 그래서 새로운 영화, 특히 이토록 요란하게 개봉하는 영화를 볼 때면 거의 파블로프의 개처럼 냉소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커트 코베인처럼 '이제 우리가 여기 왔으니 우릴 즐겁게 해봐'라고 말하게 된다. 만족이나 놀라움을 느끼는 경우는 많지 않다. 나는 영화를 그 자체로 즐기지만, 늘 앞뒤가 잘 맞지 않는 부분을 감지한다. 그리고 '깨어난 포스'를 보러 갈 때는 J. J. 에이브럼스에 대한 상당한 불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스토리텔링 스타일은 독특한 비전을 지녔기 보다는 그가 자라나며 봤던 영화들에 대한 반복되는 레퍼런스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J. J., 이 교활한 인간 같으니.

40년 묵은 시리즈 영화의 7편을 보러 가며 어마어마한 독창성을 기대하지는 않는다는 것은 분명 사실이다(내가 사랑하는 다른 시리즈인 007을 볼 때 결코 독창성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좋아했던 옛 캐릭터들이 다시 등장했고, 그 동안 온 세상이 스타워즈를 사랑하게 만들었던 모든 것들에 대한 오마쥬와 헌사도 분명 있었다. 그렇지만 내가 멍청한 미소를 얼굴 가득 띄우고 극장에서 걸어나갔던 이유는 내가 너무나 오랫동안 극장에서 보고 싶어하던 것이 실현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름 아닌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그걸 얻었다는 것은 초콜릿으로 만든 달걀 속에 숨은 장난감과도 같았다. 나 자신도 기뻤지만, 수백만의 여성들에겐 이게 더욱 큰 의미를 가질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나는 무엇보다 그들을 생각하며 기뻤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영국 여배우 데이지 리들리가 연기한 엄청나게 강력한 캐릭터 레이는 영화의 중심에 있다. '깨어난 포스'란 제목에서 '깨어난'은 레이를 가리킨다. 레이는 용감하고 솜씨있고, 지략과 결단력이 있으며, 영화가 진행되면서 포스와의 관계가 깊어 질수록 엄청나게 강해진다. 레이의 과거는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고 감질나는 미스터리로 남는다. 레이는 누구의 애정 상대도 아니고, 연애 상대, 어떤 남자의 짝사랑 대상으로 정의되지도 않는다. 그리고 낡은 밀레니엄 팔곤에서 TIE 전사들보다 빨리 달릴 때든, 다크 사이드의 악당 카일로 렌을 무찌르고 핀을 구할 때도 정말 멋지다. 영화 포스터와 예고편만 봤다면 당신은 남성 캐릭터 핀이 이번 시리즈의 새로운 제다이일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논란이 되곤 하는 에이브럼스의 '미스터리 박스' 홍보 스타일이 여기서 아주 잘 먹혔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이미 영화를 본 뒤이길 다시 한 번 빈다). 그리고 레이는 건방지거나 성적 매력이 더해 진 캐리커처로 변하지 않으면서도 이 모든 걸 해내고, 혹은 '우리 남성 영화제작자들이 만들어 낸 이 대담하고 개화된 페미니즘 천명을 보라'라는 네온 사인도 보이지 않는다.

레이는 그저 레이일 뿐이고, 솔직히 말해 정말 멋지다.

나는 '권한을 얻은 여성 empowered women'이라는 표현이 늘 좀 불편했다. 이 말은 강력한 여성은 어떤 의미로든 이례적이고, 받아들여지는 표준에서 벗어난 존재라는 걸 암시하기 때문이다. 여성은 여성이라는 천성 때문에 강력하다고 말하는 게 더 낫다. 여성이란 원래 강하다. 그런데도 SF와 판타지에서는 이것은 규칙보다 예외인 경우가 너무 많다. 돌아 보면 장르 영화에서 여성이 전면에 나설 수 없었던 이유란 없었다. 젊은 남성들이 이런 장르의 주요 팬이라고 앞서 짐작해 버리고, 그들은 여성들이 나서는 것을 보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낡은 생각 때문이었을 뿐이다. 혹은 여성 주인공을 내세우면 모험의 목적이 진정한 사랑인 흔해 빠진 로맨틱 코미디가 된다는 낡은 생각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여성들은 보통 눈요기에 불과한 부차적 역할, 애정 상대, 혹은 남성을 미워하는 과장된 악역 따위나 맡곤 했다. 만화책에서 여성 캐릭터들이 해부학적으로 불가능한 포즈를 취하듯, 영화 속 여성 캐릭터들의 성격 묘사도 대충대충 이뤄졌다. 마블 영화가 18편이 있는데 여성 주연 영화는 왜 1편도 없을까? 그러나 작가, 프로듀서, 감독(그리고 이사진)들이 힘과 능력을 갖춘 여성들 때문에 남성들이 판타지와 SF 영화들에서 도망치지 않으리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깨어난 포스'를 보면 그 사실이 명백한데도 말이다. 여성들도 남성들처럼 SF와 판타지에 잘 어울리고, 관객들은 기뻐할 것이다. 그리고 남성들도 여성 캐릭터들을 좋아할 것이다.

다행히 최근에 드디어 이런 태도가 허물어지는 조짐이 보인다. '겨울 왕국'은 판타지 장르의 이야기로, 자매(한 명은 엄청난 마법의 힘을 가졌다) 간의 유대를 다루었고, 남성 캐릭터는 뒷전으로 밀렸다. 그리고 이 영화는 역대 최대 수입을 올린 애니메이션이 되었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중에도 이미 '깨어난 포스'는 박스 오피스에서 가장 빠른 시간 안에 10억 달러를 번 영화가 되었다. 나는 이 영화가 '아바타'를 제치고 역대 최대 수입 영화가 될 거라 장담한다. 관객들은 루크, 레아, 한, 츄이를 좋아하지만, 그들이 보고 또 보고 싶어하는 것은 레이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머천다이즈를 만드는 사람들은 스토리텔러들을 따라잡지 못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 상점에는 부끄럽게도 레이 장난감들이 없었다. 디즈니와 파트너들이 이 사실을 깨닫길 바란다. 그들이 '겨울 왕국'의 예상치 못한 인기에 뒤늦게 반응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팬들은 레이를 보고 깨어난 상상력을 활용해 직접 장난감을 만들 것이다.)

레이에 대한 비판은 그녀가 영화에서 훈련도 없이 엄청난 속도로 포스를 얻는다는데 집중되어 있다. 그녀가 '메리 수' 캐릭터라는 비판이다. (메리 수는 팬픽션에서 나온 표현으로, 전문가들을 능가하는 재능있고 완벽하다시피한 여성 캐릭터 - 보통 작가의 이상적 자아 - 를 가리킨다.) 나는 거기에 대한 두 가지 대답이 있다고 제안하고 싶다. 하나는 스타워즈의 세계관에 기반한 설명이다. 첫 영화를 보면 루크와 벤은 포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포스가 자신의 명령에 따르는 한편 자신의 행동을 통제한다고 말한다. 포스는 지각을 가지고 있으며, 사람들의 탐욕과 권력욕이 균형을 잃을 때를 알아차린다. 그러면 포스는 우주를 바로잡기 위해 해야 할 일을 한다. 레이가 깨어나는 것은 다크 사이드의 카일로 렌과 그의 수수께끼 투성이 마스터 스노크의 위협이 커지는 것에 대한 응답이고, 그 속도는 레이의 포스가 그만큼 급하게 필요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레이가 굉장히 유명한 배우가 카메오로 연기하는 스톰트루퍼를 상대로 제다이의 정신 조종을 시도하는 장면은 영화 중 최고였다...)

레이가 그저 엄청나게 재능이 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메리 수 의문이 제기되는데,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그래서 뭐 어쨌다고? 이다. 얼마나 많은 장르의 얼마나 많은 영화들에서 초자연적인 재능을 가진 남성들이 나오는가? 5분 정도 훈련하는 몽타쥬를 보여 준 다음, 가망없던 젊은 남성이 멈출 수 없는 결투 기계로 변신하는 걸 얼마나 많이 보아왔는가? 그런 일이 여성에게 일어나는 것보다 그게 더 말이 되는 스토리텔링 테크닉일 수 있는가? 레이가 어떤 면에서는 여성 팬들의 소원을 충족시켜주는 표현일 수 있지만, 에이브람스와 로렌스 카스단의 멋진 시나리오와 데이지 리들리의 매력적인 연기 덕에 레이는 그렇게 보이지 않고, 설령 그렇다 해도 그게 왜 나쁜 것인지 나로선 알 수 없다. 남성들은 닮고 싶은 영화 속 사례들이 얼마든지 있다. 나는 장르 영화에서 이런 캐릭터가 응당 가져야 할 성숙함과 복잡함을 지닌 레이 같은 여성들을 더 보고 싶다. 그리고 '깨어난 포스'가 이에 도전했다는 게 기쁘다. 레이를 만들어 낸 사람들은 모두 큰 칭찬을 받아야 한다. ('깨어난 포스'는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다는 것에도 주목해야 한다.)

나는 장르물의 대단한 팬인 여성들을 꽤 많이 알고 있고, 레이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들을 생각을 하니 신이 난다. 레이가 여성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그들이 나보다 훨씬 더 잘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으니, 이번에는 나는 여기까지 하고 그들에게 무대를 넘기고 이 순간을 즐기게 하겠다. 그리고 나는 에피소드 VIII를 간절히 기다리며 레이의 이야기가 앞으로는 어떻게 되는지 발견할 기쁨을 기대하겠다. 영화, 특히 장르 영화가 나를 놀라게 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믿음도 커졌다.

허핑턴포스트US의 A Rey of Sunshine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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