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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27일 10시 16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1월 27일 14시 12분 KST

간접고용의 굴레, 아파트 경비원의 불안정한 노동에 관하여

우리 법제는 아파트 경비원들이 이처럼 주기적이고 반복적인, 따라서 항상적인 불안정노동에 시달리는 데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있습니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제4호에서는 55세 이상의 고령자를 얼마든지 기간제로 쓸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대부분이 55세 이상인 점을 감안한다면, 아파트 경비노동자는 아무리 오래 일해도 기간제 근로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한겨레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김수영

<장면 1>

김 씨는 오전 6시에 A조 최 씨와 근무를 교대한다. 전날 있었던 일들을 인수받고 경비실을 정리한 후 출근하는 차량들의 주차관리로 일과를 시작한다. 출근시간이 지나면 아파트 주변 청소와 분리수거, 화단을 정리하고 택배를 수령한다. 점심시간, 집에서 싸 온 도시락을 경비실에서 먹고 잠시 아파트 지하실로 내려가 쑤시는 무릎을 두드리지만 이내 층간 소음을 항의하는 인터폰이 울리자 재빨리 경비실로 올라와 응답해야 한다. 아파트 진입로에 쌓인 낙엽을 치우는 것도 김 씨의 일이고 후미진 계단 청소년들의 일탈행위에 대한 계도도 김 씨의 일이다.

<장면 2>

이 씨의 야간 휴게시간은 6시간이지만 그 중 한 시간은 무급으로 시계순찰을 돌아야 한다. 순찰 후 경비실에서 잠시 눈을 붙인 사이 동대표가 오는 것을 못보고 인사를 하지 않았다가 불호령이 떨어졌다. 그간 동대표를 깍듯하게 모셔왔는데, 이번 일이 마음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빌미가 되어 언제든 계약해지 될 것 같아 불안하기만 하다.

<장면 3>

입주민 A가 주소 오기로 잘못 배달된 택배를 박 씨에게 맡겼다. 곧 주인이 찾으러 오겠지 싶어 경비실에 보관하던 박 씨는 내용물이 부패하자 택배를 쓰레기장에 버렸다. 얼마 후 박 씨를 찾아 온 입주민 B는, 자신의 택배를 허락 없이 버렸다며 관리실에 민원을 제기했다. 박 씨는 B에게 자비로 변상까지 했지만 이내 용역업체로부터 해고를 통보받았다.

1. 고령자 일자리는 대단히 중요한 사회문제입니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고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은 지치고 힘든, 피하고 싶은 부담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 자아실현의 수단으로서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지난 2000년에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였고 2018년에 '고령사회',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이 예정되어있는 한국1)에서 '고령자 일자리'는 대단히 중요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2. 아파트 경비원 - 남성 고령자에게 허락된 유일한, 그러나 불안한 일자리

2014년 현재 서울 지역 아파트 경비원의 수는 최소 35,000명으로 추정됩니다. 전형적인 공동주택 밀집지역인 노원구에는 약 3,000여명의 경비원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이들 아파트 경비원의 근로조건은 열악하기가 이루 말할 데 없습니다. 고용노동부령으로 제정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9장에서 명시한 휴게시설이나 샤워, 탈의, 세탁시설도 갖춰지지 않은 작업장에서 각종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일상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압구정 신현대아파트에서 벌어진 불상사도 특정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이와 같은 불합리한 근로조건에서 기인했음이 사실입니다.

노원노동복지센터에서 진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원구 아파트 경비원의 연령대는 87% 이상이 60대 이상이었고, 70대 이상도 17.5%에 달했습니다. 이들의 고용형태는 79.1%가 용역회사를 통한 간접고용이며, 94.6%가 단기계약직으로서 짧게는 3개월부터 1년 이내의 근로계약기간을 정하는 비정규직으로 나타났습니다.

3개월짜리 초단기계약을 맺은 노동자는 두 달에 한 번씩 사직서를 쓰고 세 달에 한 번씩 근로계약서를 다시 씁니다. 24시간 맞교대라는 아파트 경비원 노동의 현실을 볼 때, 한 달 일하면 사직서에 서명해야 하는 날이 온다는 이야깁니다. 그나마도 용역회사와 입주자대표회의 간 계약이 해지되는 순간, 용역회사와 자신의 근로계약은 무의미하다는 것도 엄연한 현실입니다.

절대 다수의 아파트 경비원들은 자신의 고용이 불안정하다는 점을 절감하고 있기에, 불합리한 대우도 참을 수밖에 없다고 여깁니다. 헌법상 보장되는 노동조합을 만들 권리는 염두조차 못 내고 있으며 주변에서 부당한 해고를 목격하더라도 대응할 방법을 알지 못합니다. 일할 만큼 일했으니 나가라는 것이라 여기고 더 낮은 일자리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하거나, 자신은 못 배운 사람이기에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인식마저 팽배합니다. 아파트 현장에서는 용역회사 변경 시점에 맞추어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되고, 많은 경비원들이 조용히 해고 되어온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 법제는 아파트 경비원들이 이처럼 주기적이고 반복적인, 따라서 항상적인 불안정노동에 시달리는 데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있습니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제4호에서는 55세 이상의 고령자2)를 얼마든지 기간제로 쓸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대부분이 55세 이상인 점을 감안한다면, 아파트 경비노동자는 아무리 오래 일해도 기간제 근로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3. 아파트 경비원은 근로기준법의 보호도 받지 못합니다.

아파트 경비노동자가 처해있는 열악한 근로조건은 「근로기준법」에서부터 기인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경비 노동자는 감시적 근로자(감시나 경비 업무를 주로 하는 자)라는 이유로 근로기준법 제63조 제3호3)에 의해 근로기준법상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입니다. 법제도에 의해 장시간 근로, 휴일 없는 근로와 수당 없는 초과 근로를 강제 받고 있는 현실입니다. 근로기준법 제63조 제3호에 해당하기 위해, 즉 근로기준법상 보호의 제외대상으로서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타 업무를 반복 수행하거나 겸직하는 경우가 아니어야" 합니다.4) 이와 관련하여 노원노동복지센터의 2012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원지역 아파트 경비원 중 90% 이상이 분리수거와 청소업무를 '주기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 주차관리와 입주자 민원, 나아가 택배 수령과 단지 내 수목 관리 등의 부가 업무가 반복적으로 수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현재 아파트 경비노동자는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근로기준법의 적용제외 대상이 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고, 심지어 승인을 받지 않는 경우에도 당연히 제63조에 따른 적용제외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4. 아파트 경비원은 몇 년을 일해도 실업급여와 퇴직금조차 받지 못합니다.

2013년에 「고용보험법」이 개정되어 2014년 1월 1일부터는 65세 이상인 자도 실업급여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65세 이전에 A아파트에서 근무하던 경비원이 65세 이후에 B아파트로 이직한 경우, 또는 A아파트에서 계속 근무하고 있으나 용역회사가 변경된 경우에는 경비원에게 실업급여가 지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라, 1년 이상 근속한 모든 근로자는 매 1년에 대하여 30일분의 평균임금 이상을 퇴직금으로 보장받습니다. 그러나 아파트 경비원은 같은 아파트에서 1년을 넘게 일하다 퇴직했어도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문제는 간접고용에 있습니다. 같은 아파트에서 1년을 일했다 하더라도 중간에 용역회사가 변경된 적이 있다면 근로가 단절된 것으로 보아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해석상 다툼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지만 고용노동부는 이처럼 용역회사가 변경되는 경우 고용승계가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간접고용 노동자 모두에게 해당되는 중요한 내용입니다. EU법에서는 이와 같은 사업양수도의 경우에 고용승계가 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5. 다가오는 연말, 집단해고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아파트 현장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최저임금 100% 적용 문제입니다. 2014년까지 아파트 경비노동자는 감시적 근로자라는 이유로 최저임금의 90%만 받아왔지만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전면 적용받게 됩니다. 이에 따라 관리비 상승을 우려한 집단 해고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전에도 같은 문제 때문에 정부는 최저임금 전면 적용의 시기를 계속 늦추는 것으로 대응해 왔으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아파트경비원이 실제 하는 업무를 고려한다면 최저임금의 전면 적용은 너무나 당연한 것입니다. 문제는 집단해고인바, 이를 막을 방법이 필요합니다. 당장 아파트 현장에서는 모든 경비원들의 근로계약서를 새로 쓰면서 올 연말까지로 근로계약기간을 맞추고 있습니다. 당장에 집단해고가 예상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집단 해고를 막으려면 늦어도 올해 11월까지는 방안이 나와야 합니다.

2013. 7. 5. 노원구는 「노원구 노사민정협의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였습니다. 조례에 따르면 위 노사민정협의회는 지역 노사관계 안정에 관한 사항을 다루는 기구로서, 노사분규가 예상되는 사업장의 근로자와 사용자를 위원으로 참여하게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부천시에서는 1998년에 청소노동자의 고용불안 문제가 확대되자 곧바로 '부천지역 노사정위원회'가 출범하여 청소노동자의 고용안정을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합의를 끌어낸 성과가 있습니다. 2014. 9. 19. 아산시 노사민정협의회는 아산시 소재의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과 관리소장 등 50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민이 동행하는 고령자일자리 창출 사업'을 위한 설명회를 개최하고 2015년 최저임금 100% 적용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6. 이것만은 꼭 확인했으면 합니다.

아파트 경비원의 노동을 둘러싼 법제를 포괄적으로 검토하고 개선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①먼저 기간제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고령자 제외규정을 삭제하거나 최소한 연령기준을 현실에 맞게 상향할 필요가 있습니다. ②근로기준법상 감시단속적 근로를 둘러싼 법제도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구체적인 실태조사를 거쳐 감시단속적 근로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③간접고용에서 업체 변경 시 고용승계를 원칙으로 하여 고용단절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고령화시대에 따른 고용보험법의 개정 취지와 근로자 퇴직급여보장법의 취지가 아파트 경비원들에게도 차별 없이 적용될 수 있어야 합니다. ④최저임금 100% 적용을 빌미로 대량해고가 발생해서는 안 됩니다. 지역 노사민정협의회를 통해 충분한 대화 속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지역 노사민정협의회는 문제해결에 매우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습니다. 경비원모임의 대표자와 입주민대표, 그리고 관리업체와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경비원의 노동현실이 어떠한지, 실제 관리비 상향 폭은 어떠한지, 경비시스템 도입 등 인력 구조조정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는 없는지, 아파트라는 주거형태에서 경비원의 지위는 어떠해야 하는지, 경비원을 대하는 입주민과 관리업체의 태도는 어떠해야 하는지, 직접고용과 간접고용의 득과 실은 무엇인지 등 우리가 이야기하고 답을 찾아야 할 쟁점들이 있습니다.

저는 집단적 논의를 통해 모두에게 긍정적인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은 그렇게 문제를 해결해왔으며 한국사회의 시민의식도 이 문제를 해결할 만큼은 성숙했다고 생각합니다. 간접고용이 만연해진 사회이고 무한 경쟁의 현실임을 모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신현대아파트 경비원의 분신을 보며 안타까워하던 많은 이들의 반응에, 무엇보다 경비원을 마주치던 스스로의 행동들을 돌이켜보던 시민들의 의식 속에,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더 나은 세상의 단초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우리가 서로 만나서 논의하고 답을 찾는 과정은 우리를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게 할 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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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획재정부 공식블로그(http://mosfnet.blog.me/150187603177) 통계 참조.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의 7% 이상일 때 고령화사회(Aging Society), 14% 이상일 때 고령사회(Aged Society)라 하고, 20% 이상이 되면 후기고령사회(post-aged society) 혹은 초고령사회라 한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시행령 제2조에서는 55세 이상을 고령자, 50~54세를 준고령자로 규정하고 있으나, UN은 65세 이상을 기준으로 고령자를 분류하고 있다.

2)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고령자로써, 55세 이상인 자를 말한다.

3) 제63조(적용의 제외) 이 장과 제5장에서 정한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에 관한 규정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근로자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개정 2010.6.4.>3. 감시(監視) 또는 단속적(斷續的)으로 근로에 종사하는 자로서 사용자가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은 자

4) 「근로감독관 집무규정」(고용노동부 훈령 제127호, 2014. 8. 1. 시행) 제68조 제1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