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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6월 12일 14시 09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6월 12일 14시 12분 KST

콘돔 속 발암물질 ① 니트로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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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돔을 떠올리면 뭔가 야하고 민망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먹는 것, 입는 것, 마시는 것보다 훨씬 더 예민하고 섬세하게 따져봐야 할 '생활용품'이다. 내 몸 가장 소중한 곳에 닿는 것인 동시에 사랑하는 사람과 가장 친밀한 순간에 사용하는 도구가 아닌가? 사랑하는 사람의 몸속에 아무거나 집어넣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누구도 옷 고르듯이 콘돔을 고르거나, 먹거리만큼 콘돔에 신경 쓰지 않는다. 유기농 화장품은 챙겨도, 콘돔은 별생각 없이 그냥 쓴다. 오늘부터 몇 주간 이어질 <콘돔 속 발암물질> 시리즈는 그동안 소비자가 알 수 없었던 콘돔 속의 유해물질을 조명함으로써 좀 더 건강하고 깨끗한 콘돔을 찾는 여정이다. 그 첫 번째 유해물질은 전자담배 속 발암물질로 많이 알려진 '니트로사민'이다.


콘돔 속의 니트로사민

콘돔 공장에서 암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현상에서 시작된 콘돔 속 니트로사민에 대한 연구. 다소 생소한 이 화학물질은 고무가공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로 디젤 매연, 가솔릭 매연 등과 함께 국제암연구소 기준 2등급 발암물질에 해당된다. 식약처의 독성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니트로사민(N-니트로소디메틸아민)은 독성이 매우 높고 인간에게 암을 유발할 수 있으며, 저용량의 만성적 노출에서는 간 종양, 두통 구토, 출혈, 폐암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임신 중 영향과 관련하여서 '태반을 통과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는가 하면 '암컷 쥐에게 10ppb의 농도의 음용수를 교배 4주 전~수정 22주 까지 투여 시 새끼에서 폐암 발생이 높게 나타났다'는 내용도 있다.이런 물질이 소비자의 생식기에 닿는 재화에서 발견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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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두 시민단체 RHTP(Reproductive Health Technologies Project)와 CEH(Center for Environmental Health)는 이에 대한 문제 제기를 위해 직접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콘돔을 수거하여 연구를 진행하였다. 소비자가 실제로 구매하는 매장에 비치된 23개 콘돔 브랜드 중 70%에서 니트로사민이 검출되었다. 우리 나라에서도 판매되고 있는 글로벌 브랜드 P사의 제품에서는 무려 440ppb가 검출되었다(참고로 유아용 젖꼭지의 경우, 검출량이 10ppb를 넘으면 생산 자체가 불가하다).

무수히 많은 회사들이 저렴한 노동력과 거대한 시장에 이끌려 아웃소싱을 하는 중국은 더욱 더 충격적이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37개 브랜드의 콘돔을 성분검사를 한 결과, 100% 표본 전체에서 유독성 물질인 니트로사민이 검출되었다. 그중 최고치는 무려 1289ppb. 유아용 젖꼭지 생산 기준치의 약 130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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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심각성으로 인해 전세계 각국에서 시중 콘돔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나서 식약처에 콘돔 속 발암물질에 대한 기준치를 세울 것을 강력히 청원하기도 한다. 현재 세계보건기구, 유엔인구기금 등의 국제기관에서는 콘돔 속 니트로사민을 줄여나갈 것을 제조사들에게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은커녕, 생식건강에 대한 이야기조차 이루어지지 않는다.


폐쇄적 성문화의 피해자는 소수가 아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소비자가 콘돔에게서 요구하는 것은 두께가 전부다. 그게 내 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그 제조과정과 콘돔 외곽에 기재된 '천연 라텍스'라는 것 외에 무엇으로 만들어지는지 소비자는 알 수도 없고, 딱히 관심 가지지도 않는다. 그렇다 보니 기업도 자꾸 두께를 얇게 만드는 데에만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 것이다.

폐쇄적인 성문화로 인한 피해자를 대한민국의 성문제 하면 흔히 꼽는 비자발적 낙태, 청소년 미혼모, 영아유기 등에서만 찾아서는 안된다. 콘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복합적인 양상을 띈다. 단순히 콘돔 사용에 대한 거리감을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콘돔에 관심을 가지기 어렵고, 심지어 그럴 필요성을 못 느끼는 탓에 소비자 전체가 그 피해를 입고 있다.

콘돔 속 유해물질이 특히 더 위험한 까닭은 음식의 형태로 섭취되는 것과 달리 신진대사조차 거치기 않기 때문이다. 여성의 질내벽은 혈관과 림프관이 많이 발달하여, 신진대사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외부의 화학물질을 순환계로 이동시킬 수 있다. 또한, 질과 외음부의 세포조직은 우리 몸 그 어느 부위보다 그 피부가 예민하고 투과성이 높다. 페니스, 요도, 항문 등 콘돔과 직접적으로 닿는 다른 신체부위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가 마시는 공기에서부터 머리를 감는 샴푸까지, 하루 종일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는 화학물질에 노출되고 있음은 이미 너무나도 많은 연구자료를 통해 밝혀졌다. 미량이 함유되어 있다해도 안심할 수 없는 까닭은 거기에 있다. 어디서 어떤 경로를 통해 얼마만큼의 유해물질에 노출되고 있는지 개인은 알 수 없다. 그렇기에 더욱 더 조심하고, 가능한 한 지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왜 콘돔에 예민해야 하는가?

유해물질을 줄여나가는 것은 기존의 생식권리가 내포하던 의미에서 조금 거리감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쩌면 생식과 직결되어 있는 제품에 깐깐해지는 것은 가장 직접적으로 우리의 생식건강과 가족을 보호하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더 좋은 제품을 쓰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피임기구는 최대한 건강해져야 한다. 이러한 접근은 비단 제조 시의 친환경성 뿐만 아니라 사용자에게 조금이라도 해가 될 수 있는 물질은 제거하는 양심을 필요로 한다. 콘돔은 우리 몸 가장 소중한 곳에 닿는 물건이다. 그렇기에 더 건강하고 깨끗할 의무가 있다.

* 이 글은 대한민국 성문화 개선 소셜벤처 인스팅터스 블로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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