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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1월 26일 13시 12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1월 27일 14시 12분 KST

기본소득, 국토보유세, 토지배당이 포퓰리즘이라고?

뉴스1

필자는 어쩌다 보니 이재명 19대 대통령 후보의 국토보유세 공약과 기본소득 공약의 작성을 책임진 공정사회정책연구회 산하 '토지주택·기본소득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일하게 됐다. 지금까지 국토보유세 신설과 토지배당 지급, 생애주기별 배당과 특수배당(장애인배당, 농어민배당) 지급,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 출산 가구 대상 '아기사랑주택' 공급 등의 공약을 만들었다.

우리 위원회는 아기사랑주택을 뺀 세 가지 공약을 이재명표 토지정책 '3종 세트'라 부르기로 했다. 부동산 특권과 불평등, 그리고 고위공직자 부패를 해소할 수 있는 파격적인 공약이라서 발표 후에 기득권 세력과 보수 언론의 집중 포화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역시 예상대로였다. 1월 16일 공약 발표와 1월 23일 출마선언 이후 보수 언론은 국토보유세와 기본소득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중앙정부 재정에 대한 관리 강화로 국민 2,800만명에게 연 100만원씩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국토보유세 15.5조원을 걷어서 모든 국민에게 연 30만원씩 토지배당을 지급하겠다고 했더니, '재정 관리 강화로 그 많은 재원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세금 걷어 돈 뿌리는 포퓰리즘 정책이다', '국토보유세는 임차인에게 전가된다. 부동산 시장 침체를 가속화할 것이다' 하며 마구 비판한다.

1월 25일에는 남경필 경기지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실정에 맞지 않는 기본소득이 아니라 기본근로를 보장하겠다고 하며 비판에 가세했고, 같은 날 이인제 씨까지 나서서 "선거 때만 되면 판치는 포퓰리즘 정책, 이는 정치적 마약"이라며 기본소득 공약을 맹비난했다.

맞아서 아픈 공격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직까지는 날아오는 화살 끝이 무뎌서 별로 아프지 않으니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다.

안희정 후보, 남경필·이인제와 같은 편에 서다

그렇지만 한 가지 놀란 일은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세금을 누구에게 더 나눠주는 정치는 답이 아니다. 국민은 공짜밥을 원하지 않는다"며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을 비판한 것이다. 국가의 복지지출을 시혜와 공짜밥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점부터 의외이고, 세계적 화두인 기본소득에 대해 전혀 공부가 되지 않았다는 점도 의외다. 척박한 환경에서 어떻게든 복지를 확대하고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고투(苦鬪)했던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헤아렸다면, 그런 황당한 말을 함부로 내뱉지는 못했을 것이다. 안희정 지사는 그 말을 철회하지 않으면서 '친노의 적통'을 자처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나중에 가서 정치적 차별화를 위해 선택한 고육지책이었다고 변명해서도 안 될 것이다.

기본소득이 공짜돈이라고?

기본소득은 나라가 국민들에게 뿌리는 공짜돈이 아니다. 국가가 모든 국민들에게 실질적 자유를 부여할 의무 때문에 지급하는 돈이자, 한 나라의 공유자산에 대해 권리를 갖는 국민들에게 그 권리에 상응해 지불하는 배당금이다. 주식회사 주주들에게 매년 지급하는 배당금을 공짜로 보는 사람은 없다. 토지나 자연자원, 환경, 인공지능, 그리고 기득권층이 공짜로 누리는 특권은 우리 국민 모두의 공유자산이라는 성격을 갖는다. 거기서 생기는 이익을 일부 환수해서 모든 국민들에게 똑같이 나눠주는 것은, 주식회사가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것처럼 지극히 정당하다. 권리를 가진 사람에게 그 권리에 따라 혜택을 주는 것을 포퓰리즘이라고 한다면, 아무 권리도 없는 기득권층에게 예산과 특혜를 몰아줘서 막대한 공짜돈을 챙기게 하는 정책은 뭐라고 불러야 할까?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하여 토건귀족들의 주머니를 채운 것은 무슨 정책인가? 기업의 활력을 살리고 국민경제를 활성화시킨 구국의 결단이라 해야 할까? 박근혜 정부가 억지로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여 건설족의 이익을 극대화한 것은 또 어떤가? 청와대 문건을 유출시켜 최순실로 하여금 부동산 재산 증식에 활용토록 한 것은 뭐라 불러야 하는가? '규제 완화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2014년의 9.1대책 덕분에 청와대 실세들의 집값이 수억 원씩 올랐다는데 도대체 이런 정책은 뭐라 불러야 하는가? 안희정 지사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소수 기득권자들에게 공짜돈을 얼마나 몰아줬는지 모르지 않을 터인데, 어째서 기본소득을 두고 공짜밥 운운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기본소득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미래지향적 분배 대안이다. 머지않은 장래에 인공지능과 로봇이 사람의 역할을 대신하게 되면, 생산은 증가하지만 일자리는 급격히 줄어들고 일자리의 부문 간 불균형도 심화될 것이다. 그럴 때 늘어난 생산량을 어떻게 분배하며, 일자리를 잃은 수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기본소득 외에는 답이 없다. 이런 상황을 바로 내다보기 때문에 실리콘밸리의 첨단 산업 CEO와 전문가들, 우리나라 다음 커뮤니케이션 창립자 같은 사람이 기본소득 도입을 적극 지지하는 것이다.

기본소득론의 세 가지 철학을 두루 담은 이재명표 기본소득 공약

이재명표 기본소득제에는 기본소득론의 세 가지 철학이 오롯이 담겨 있다. 비록 적지만 2,800만 국민에게 연 100만원씩 지급하는 것은 모든 국민에게 실질적 자유를 부여하고자 하는 것이고, 국토보유세를 걷어 1인당 연 30만원씩 토지배당을 지급하는 것은 모든 국민에게 평등한 토지권을 보장하고자 하는 것이며, 제도 도입 후에도 예산을 더 확보하여 기본소득 지급액을 늘려가고자 하는 것은 미래를 대비하여 새로운 분배체계를 정착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실험 없이 정책을 추진한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번에 이재명 후보가 공약한 정책 자체가 실험임을 기억하기 바란다. 1인당 연 130만원이라는 돈은 모든 국민에게 실질적 자유를 부여하기에도, 공유자산에 대한 평등한 권리를 보장하기에도, 새로운 분배 대안의 역할을 해내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핀란드에서는 1인당 연 800만 원 이상을 지급하는 실험을 하는 마당에, 1인당 연 130만원을 지급하는 것은 얼마나 조심스러운 접근인가? 아직은 소액이지만 국민들이 제도의 혜택을 맛보고 나서 제도 확대를 열망하는 단계가 오면, 비로소 본격적인 기본소득제는 꽃을 피우게 될 것이다.

국토보유세에 쏟아지는 어설픈 공격

국토보유세에 대한 비난도 가관이다. 한 경제 신문에서는 "늘어난 세금만큼 임차인들에게 월세 전가 가능성도 있는 등 부작용이나 문제점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한 어느 부동산 전문가의 코멘트를 인용하며 도입 불가론을 펼친다. 다른 보수 신문은 사설에서 "세금의 칼날을 잘못 들이대면 부동산시장은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부동산 경기는 악화일로로 치닫는 중이다. 부동산 침체는 경기 회복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불문가지"라며 공격한다.

용도 구별 없이 동일한 방식으로 부과하는 토지세의 경우 조세 전가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은 교과서에 나오는 초보적인 사실이다. 국토보유세가 바로 그런 세금이다. 그런데도 부동산 전문가란 사람이 세금 전가를 이유로 반대 의견을 피력한다.

국토보유세가 부동산 가격을 폭락시킬 거라는 주장은 어찌 보면 대국민 협박이자 대정부 협박이다. 부동산 개혁 치고 그런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정책은 하나도 없다. 마치 중병에 걸린 환자에게 '당신 수술 받으면 죽는다. 그러니 진통제나 맞고 가만히 있어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다.

세금이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등락을 결정하지는 못 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금융시장의 상황, 거시경제의 동향, 부동산 규제의 강도 등, 보유세 외에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부지기수다. 사실 부동산 시장 단기 조절 정책에 관한 한, 한국 정부가 세계 최고의 실력을 자랑한다. 수십 년 간 냉온탕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을 주무르는 과정에서 어느 나라 정부도 따라오기 힘든 노하우를 갖게 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그 실력을 기득권층을 유리하게 만드는 데 발휘해 왔다면, 앞으로는 부동산 시장을 연착륙시키는 데 쓰면 된다.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도 있다

기본소득과 국토보유세와는 달리, 중요성에 비해 별로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공약이 있다. 바로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다. 이 공약은 경제정책과 부동산 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고위공직자와 부동산의 연결고리를 차단하여 정책의 신뢰성을 높이고 청렴한 고위공직자 인재풀을 확보하려는 취지에서 마련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부동산 정책과 각종 개발 사업이 사익에 휘둘리는 일은 사라질 것이다. 우리 토지주택·기본소득위원회가 이 세 가지를 굳이 이재명표 토지정책 '3종 세트'라 부르는 것은 그것들이 함께 도입돼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묵히기 아까운 이정전 선생의 페이스북 글

서울대 명예교수로 토지정책 분야에서 무척 존경받는 이정전 선생께서 때마침 기본소득에 관한 소회를 페이스북에 밝혔다. 마치 어설픈 공격을 퍼붓는 언론과 반대론자를 향해 내리치는 죽비 같기도 하고, 페북 글로 묵히기 아깝다는 생각도 들어서 아래에 인용한다. 보수 언론과 기득권자들은 부디 포퓰리즘이니, 세금이 전가된다느니 하는 엉터리 비난을 중단하고, 성숙한 질문과 논평으로 건전한 토론을 이끌기 바란다.

"아직 기본소득 제도를 본격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나라는 없지만 지역별로 실시된 사례는 의외로 많다. 실시 결과를 보면 한 가지 재미있는 현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즉, 일하지 않고 노는데도 돈을 주면, 사람들은 놀지 않고 열심히 일을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실업도 줄어들고 소득도 높아진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은 사실이다."

"기본소득 얘기를 했더니 당장 '그거 공산주의 아닌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그럴 줄 알았다. 보수 성향 인사들은 약간만 이상해도 모조리 종북, 좌빨, 공산주의라고 몰아붙인다. 그러나 기본소득 제도는 민주주의 정신에 가장 투철한 제도다. 기본소득을 본격적으로 실시해온 곳은 민주주의 선진국인 미국의 알라스카 주다. 그것도 민주당 정권이 아니라 보수꼴통, 공화당 정권이 시작했다. ... 우리나라 재벌 총수들은 주주의 자격으로 매년 수억 원 내지 수십억 원의 배당을 받는다. 왜냐? 주주가 회사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주인은 국민이다. 국민 각자는 대한민국의 주주다. 따라서 국민 각자는 배당을 받을 권리가 있다. ... 기본소득은 우리 국민 각자를 대한민국의 떳떳한 국민으로 만들기 위한 시도요, 나아가서 우리 국민 각자를 진정 주인으로 모시기 위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 오마이뉴스에도 송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