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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4월 22일 13시 14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4월 22일 13시 21분 KST

추운 겨울 차가운 벽 사이에서 구조된 길고양이 '노노'의 이야기

기록적인 폭설이 내린 지난해 1월 어느 겨울 밤. 한국고양이보호협회 관계자 분에게 다급한 연락이 전해져 왔습니다. 차가운 시멘트 벽 사이에 길고양이가 갇혀 있다고.. 믿기지 않았습니다. 길고양이를 혐오하는 누군가 일부러 그런 것일까? 어떻게 고양이가 벽 사이에 갇히게 되었을까? 떠오르는 불길한 상상을 뒤로한 채 황급히 카메라를 챙겨 현장으로 향했습니다.

도착한 곳은 서울 사직동의 한적한 도서관 건물 주변. 한치 앞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눈이 내리고 있었고, 벽 사이에 갇힌 길고양이 걱정에 심장은 터질 것 같습니다. 그리고 벽 사이로 희미하게 들리는 고양이 울음소리.. 저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앉고 싶었습니다. 당장이라도 벽을 허물고 구조하고 싶었지만 늦은 일요일 밤이었고, 무엇보다 허락 없이 함부로 벽을 부수고 구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구조는 다음날로 미뤄야 했습니다.

얼마나 무섭고 힘들까... 밤잠을 설친 채 무거운 마음으로 도착한 장소엔 이미 한국고양이보호협회 활동가 분들과 건물 관계자, 그리고 구조 작업에 도움을 주실 분들께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고, 간절한 울음소리가 점점 또렷해 졌을 무렵, 어렵사리 구조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손발이 얼어 버릴 것 같은 매서운 날씨에도 모두들 진심을 다해 구조한 결과 이뤄낸 '작은 기적'. 그 순간의 감동을 화면으로 담아내기엔 너무 작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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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될 당시 '노노'의 모습은 처참했습니다. 몸은 온통 시멘트 덩어리로 범벅이된 상태였고, 무엇보다 생명과 직결되는 탈수 현상이 큰 걱정이었습니다. 황급히 동물병원으로 이송, 검진을 받은 결과 천만다행으로 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다는 수의사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서야 모두들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습니다.

'노노'가 추운 겨울 건물 벽 사이에 갇히게 된 사연은 이랬습니다. 건물 인근에서 오랫동안 길고양이를 돌보던 캣맘은 늘 보이던 아이가 어느날 갑자기 보이지 않자 걱정된 마음으로 주변을 살폈고, 마침 공사중인 건물 벽 사이로 희미한 길고양이의 울음소리를 들었다고 합니다. 오랫동안 돌보던 녀석이라 단번에 '노노'인 것을 알아차렸다고 하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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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된 장소는 어린이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이었고 당시 바닥에 구멍이 뚫려있어 어린 아이들의 안전사고를 염려한 건물 관계자께서 바닥을 메우는 작업을 진행중이었다고 합니다. 이를 알 리 없는 길고양이 '노노'는 추위를 피해 구멍으로 몸을 숨겼고, 공사 작업자는 이를 확인하지 못한 채 구멍을 메우게 되면서 갇히게 된 것이죠. 다행이었습니다. 누군가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었으니 말이죠. 사연을 접한 건물 관계자 분은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급한 약속도 뒤로 미룬 채 이른 아침부터 다른 분들과 함께 구조 작업에 적극 동참해 주셨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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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 벽에 갇힌 길고양이 '노노'의 구조에서 치료, 그리고 보호에 이르기까지 헌신적으로 노력한 '한국고양이보호협회(www.catcare.or.kr)'는 2005년 활동을 시작한 곳으로, '길고양이와의 아름다운 동행'을 꿈꾸며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단체이기도 합니다. 협회 소개에 올라와 있는 글귀는 '공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데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길고양이들은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힘든 도심에서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먹고 사는 일의 고단함은 인간이나 동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들도 살아야겠기에 쓰레기봉투를 뒤지며, 먹을 것을 찾고 발정기에는 소리내 울기도 합니다. 살아 있는 동물은 고통을 느낄줄 알기에 이들도 학대를 받으면 아파서 웁니다.

단지 길고양이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잡아 가둘 경우, 새 주인을 만나지 못하면 길어야 한 달 뒤에 안락사 됩니다. 흔해빠진 한국 토종 길고양이를 굳이 데려가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해충 없애듯 한 생명의 삶을 끝낼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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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길고양이와의 아름다운 '동행'과 '공존'을 꾸준히 실천해 가고 있는 한국고양이보호협회 관계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이 글은 'DAUM 스토리펀딩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도 게재되었습니다. - 스토리펀딩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