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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30일 11시 36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1월 30일 14시 12분 KST

북촌·서촌 상업화와 생계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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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북촌을 거니는데 골목 한쪽이 시끄럽다. 나이 지긋한 남자가 어느 남성을 야단치는 소리다. 인근 빌라 꼭대기층에서 '전망대'를 운영하는 노인과 그 앞 코너 작은 한옥에 갤러리를 연 중년이다.

갤러리에서는 이 중년남자가 찍은 북촌 풍경사진을 무료전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딸려있는 작은 옥상에 관람객들이 올라 주변풍경을 구경하는 모습을 본 전망대 주인이 자기네 손님이 떨어진다며 항의하러 왔다. "안내를 붙여놨는데, 그쪽 집이 전망대인줄 알고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화살표 표시가 된 종이를 벽이나 전봇대 여기저기에 붙여놓은 것도 그 노인인 듯했다.

장사하는 사람으로서는 매상이 걱정되겠지만, 북촌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때 그리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지난달 박원순 서울시장이 찾아 보도되며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린 이 전망대 역시 북촌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모습은 아니다. 노부부가 살던 집을 용도변경이라도 한 듯 시골정류장 휴게소 같은 저가 인테리어다. 음료수를 포함한 입장료는 단돈 3000원이지만 그냥 발걸음을 돌리는 이도 많다. 인터넷 방문기를 봐도 "가정집을 이래야만 하는지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는 식으로 부정적이다.

북촌에 이어 역시 상업지대화되며 몸살을 앓고 있는 서촌에서도 거슬리는 장면이 목격된다. 유명 문인이 머물렀다는 표지판이 붙은 집터 앞에 노점이 생겼다. 장사에 나선 이는 이 집터에 들어선 다가구주택 거주자인 듯하다. 이 문인의 이름을 딴 '뻔데기'라며 알록달록한 색종이와 색우산으로 담벼락을 꾸며놓고 번데기, 군밤, 쥐포, 뻥튀기와 옷가지 몇 점을 팔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으로 밀려나는 원주민들, 관광객을 따라 옷가게·화장품가게·기념품점·프랜차이즈 카페 등이 들어서며 정겨운 골목길을 잃은 거주민들을 떠올릴 때 이들 상인의 행태만 지적할 수는 없다.

또 다른 문인이 살던 낡은 한옥에는 시도 때도 없이 문을 두드리는 방문객 탓에 '개발의 편자' 같은 CCTV를 설치했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헌책방 대오서점은 서울시에 미래유산 지정취소를 신청하고 결국 입장료를 받는 카페로 변신했다.

아무래도 어느 정도 품격을 갖춘 사업장을 마련하자면, 비례해 자본이 들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없는 사람은 장사를 하지 말라고 막을 수도 없다. 하지만 어찌됐든 좌판은 정비·단속 대상이고 무분별한 전단지 부착도 엄연한 불법이다. 주택가에서 소란을 일으키면 신고대상이 될 수 있다.

서촌에 사는 어느 원로 건축가의 말이 떠오른다. "세종대왕 탄생지를 알리는 표지석 위에 겨울에 한 할머니가 걸터앉아 군고구마를 팔더라구. 그 분이 그렇게 다뤄져서는 안 될 분이잖아."

조용한 동네가 관광지화하며 번잡스러워만지는 것이 속상하다.

* 통신사 뉴시스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