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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찾아낸 건 격투기에 진심인 '코리안 좀비' 정찬성이었다(좀비트립 리뷰)

관전 포인트: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통쾌한 권선징악!

″원래는 종이를 파쇄하잖아요? 저는 인간 자체를 파쇄해버립니다” 시작은 정말 꼴 보기 싫었다. 길거리 싸움꾼들 중 재야의 고수를 찾는 유튜브 ‘좀비트립: 파이터를 찾아서’ 얘기다. 듣기 싫은 허세는 기본이고, 술에 취해 밤낮으로 의미 없는 싸움을 해대는 별 볼일 없는 놈들의 출연이 이어졌다. 싸우겠다고 나왔다가 꼬리를 내린 채 줄행랑을 쳤던 ‘나는 SOLO’ 4기 영철의 망발은 그 절정이었다.

정찬성 선수.
정찬성 선수. ⓒ유튜브 '정찬성 Korean Zombie'

‘좀비트립‘의 리더이자 세계적인 격투기 선수 코리안 좀비 정찬성의 얼굴에도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정찬성은 ‘어딘가에는 분명히 있다’며 절대 포기하지 않았고, 4회부터 정찬성이 그토록 바라던 그림이 나오기 시작했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목요일마다 업로드된 ‘좀비트립’ 시즌 1은 총 10회로 제작됐는데 에피소드별 평균 조회 수가 약 330만 회에 육박한다. ‘좀비트립’이 흥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정리했다.

'좀비트립' 오프닝.
'좀비트립' 오프닝. ⓒ유튜브 '정찬성 Korean Zombie'

 

참교육 당하는 빌런들

현실에서는 없을 것만 같았던 ‘권선징악’이 ‘좀비트립’에서는 실현됐다. ‘좀비트립’은 인천, 수유리, 평택, 대전, 순천, 신림, 광주, 안성, 천안 등 여러 지역을 돌며 길거리 싸움꾼들을 검증했다. 초기에는 눈살 찌푸리게 만드는 도전자들이 많았다. 수유리 사기꾼(2회)과 평택 영철(3회)이 대표적이다.

수유리 사기꾼.
수유리 사기꾼. ⓒ유튜브 '정찬성 Korean Zombie'

24살 수유리 사기꾼은 소년원에 드나들었던 학창 시절을 무용담처럼 늘어놨고 전과를 훈장처럼 여기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경악시켰다. ”정찬성 코 만져서 좋은 기운을 받고 싶다”라는 출연 이유는 무례하기까지 했다. 큰소리 떵떵 치던 수유리 사기꾼은 정작 파이터 검증이 시작되자 깨갱했다. 1분도 되지 않아 나가떨어진 수유리 사기꾼은 “X발 나 싸움 못 하는 거였네”라고 뒤늦은 깨달음을 얻었고, MC 하승진은 ”너 사람 많이 때렸다고 했잖아. 너는 너보다 약한 사람만 때리고 다녔던 거다”라고 팩폭했다.

평택 영철.
평택 영철. ⓒ유튜브 '정찬성 Korean Zombie'

방송가 최악의 빌런으로 손꼽히는 ‘나는 SOLO’ 4기 영철은 ”검증해달라”라는 시청자들의 요청으로 ‘좀비트립’에 등판했다. 출연 결정은 물론 자의였다. 평소 제707 특수임무단 출신임을 자랑하던 영철의 실력에 모두의 관심이 집중됐으나, 파이터 검증은 시작조차 할 수 없었다. 영철이 ”제가 만일 지게 되면 707에 먹칠을 하는 거다”라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하며 끝까지 검증을 회피했기 때문이다. 영철의 무책임한 태도에 분노한 ‘참교육 담당’ 하승진은 ”전형적으로 강자한테 약하고 약자한테 강한 스타일이다. (앞으로 당신은) 707부대를 언급하면 안 될 것 같다. (707부대 출신들이) 더 창피스러워할 거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영철은 끝까지 뻔뻔했고, 부끄러움은 시청자들의 몫이었다.

 

진짜 무도인들의 등장

빌런들이 휩쓸고 간 ‘좀비트립’에는 진짜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용무도, 주짓수, 종합격투기, 태권도 등 전국에 숨어 있던 각종 무술 유단자들이 도전했다. 이들은 빌런들과 180도 달랐다. 주로 길에서 시비가 걸려 싸움을 한 경험이 있다는 도전자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겸손했고, 인생 첫 패배를 깔끔하게 인정했다.

예의바른 대전 머리끄댕이.
예의바른 대전 머리끄댕이. ⓒ유튜브 '정찬성 Korean Zombie'
광주 오대장
광주 오대장 ⓒ유튜브 '정찬성 Korean Zombie'
안성 좀비
안성 좀비 ⓒ유튜브 '정찬성 Korean Zombie'

용무도 국가대표까지 지냈던 대전 머리끄댕이(4회)는 ”잘 배웠습니다”라며 고개를 숙였고, 태권도 선수로 경기도 대표를 했다는 천안 만식이(10회)는 ”오늘부터는 (길에서) 싸움 안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검증 매치 상대인 ‘저승문호’ 박문호 선수에 대한 리스펙은 당연했다. 광주 오대장(8회)은 ”원래 프로한테 까불면 진짜 안된다”라고 말했고, 안성 좀비(9회)는 ”세상에 센 사람이 많다”라는 걸 느꼈다고 전했다.

 

‘정찬성 체육관’ 직행하는 신림 고릴라

‘좀비트립’ 회차가 쌓일수록 실력자들이 대거 등장했고, 검증 매치는 박진감 있게 진행됐다. 그러나 프로는 프로였고, 아무리 날고 기는 파이터라고 하더라도 프로의 벽은 높았다. 저승문호를 뛰어넘고 정찬성에게 인정받는 재야의 고수가 나타날 기미는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시청자들은 ‘좀비트립’의 진짜 제작 의도를 눈치챘다. 프로에게는 절대 까불지 말아야 한다는 것과 길거리 싸움과 격투기 스포츠는 천지 차이라는 사실을.

신림 고릴라
신림 고릴라 ⓒ유튜브 '정찬성 Korean Zombie'

하지만 그 높은 벽을 깬 도전자가 마침내 나타났다. ”강강약약”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신림 고릴라(6회)는 일반인치고는 운동을 꽤나 오래 한 편이었다. 검증 당일 주짓수 브라운 벨트로 승급할 정도. 정찬성피셜로 격투기 선수 중에도 브라운 벨트는 드물다고 한다. 매치는 역대급이었다. 저승문호가 “X발 체력 운동 좀 할 걸 X나 힘들다”라고 토로할 정도로 신림 고릴라는 대단한 실력을 자랑했다. 결국 신림 고릴라는 2~3번이 타격 성공을 인정받아 ‘좀비트립’ 도전자 중에는 처음으로 상금 100만 원을 받았다.

″멋있다. 개멋있다. 너무 멋있게 싸워줘서 우리도 감동받았다” - 정찬성

정찬성 선수와 신림 고릴라.
정찬성 선수와 신림 고릴라. ⓒ유튜브 '정찬성 Korean Zombie'

‘좀비트립’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매치가 끝난 뒤 정찬성은 신림 고릴라에게 ”타격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니까 종합 격투기 선수를 준비해 봅시다. 우리 체육관으로 운동하러 와요”라고 제안했다. 신림 고릴라는 물론이고 재야의 고수를 애타게 기다렸던 정찬성과 시청자들에게도 묘한 쾌감을 주는 명장면이었다.


어쩔 ‘저승문호’

저승사자, 저승문호. 
저승사자, 저승문호.  ⓒ유튜브 '정찬성 Korean Zombie'
박문호 선수.
박문호 선수. ⓒ유튜브 '정찬성 Korean Zombie'
박문호 선수의 미소.
박문호 선수의 미소. ⓒ유튜브 '정찬성 Korean Zombie'

‘좀비트립‘의 일등공신은 길거리 싸움꾼 10명을 상대한 ‘저승문호’ 박문호라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을 거다. 정찬성도 기억에 남는 출연자를 묻는 질문에 ”저는 박문호다. 문호가 우리 프로그램을 살렸다”라고 말해 한참 후배인 박문호 선수를 감동시켰다. 박문호 선수는 일반인과의 매치가 부담스러울 법도 했으나, 궁극의 강약 조절로 길거리 싸움꾼들을 교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게다가 묵직한 주먹과 비교되는 수줍은 미소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격투기 선수 박문호의 매력에 다이빙하게 만들었다.

왼쪽부터 안일권, 정찬성, 하승진.
왼쪽부터 안일권, 정찬성, 하승진. ⓒ유튜브 '정찬성 Korean Zombie'

‘좀비트립‘의 여행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3MC 정찬성·안일권·하승진의 케미스트리도 빼놓을 수 없다. 어느 한 사람 튀는 장면 없이 세 사람은 제 역할을 하는 데만 집중했다. 격투기 선수 정찬성은 도전자들을 일일이 챙기며 멘탈을 관리해 줬고, ‘연예계 싸움 1등’으로 유명한 개그맨 안일권은 적재적소의 유머로 긴장된 분위기를 풀어줬다. 키 221cm로 압도적인 피지컬을 자랑하는 하승진은 정신 못 차리고 주먹질하는 놈팡이들을 참교육시켰다.

″이 영상을 보시는 분들도 알았으면 좋겠다. 길거리에서 아무하고나 싸우고 ‘나는 프로랑 싸워도 이겨’ ‘자신있어’ 이러는 사람들도 (프로는 다르다는 걸 느껴야 한다)” - 하승진


‘좀비트립’ 시즌2 가보자고

‘좀비트립‘은 시즌2를 예고했다. 제작진과 MC들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초대박이 나면서 시즌2를 안 할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시즌1에서 겨우 300명이던 지원자가 3000명에 육박하면서 제작진이 지원 접수를 조기 마감할 정도로 벌써부터 흥행 조짐이 느껴진다. ‘좀비트립’으로 격투기 매력에 빠져버린 기자가 리뷰를 구구절절 길게도 썼지만, 가장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다. 좋은 말로 할 때 일주일에 2번 방송해 주세요, 제발요.........!

 

도혜민 기자: hyemin.d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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