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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지 않은 좀비 영화 6선

좀비가 되더라도 미모는 사라지지 않는다.

브래드 피트가 좀비 영화에 출연했다. 이는 배우가 더는 톱(Top)이 아니란 의미거나 좀비물이 대세가 됐거나 둘 중 하나란 얘기다. 물론 답은 후자다. 마이너 장르가 블록버스터급으로 성장하면서 수만의 좀비 떼가 한꺼번에 출몰하기도 하는데, 작은 정서를 즐기는 이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훌쩍 커버린 자식을 보내기 싫은 부모의 마음일지, 혹은 태생 탓일지 여전히 B급 정서의 좀비물은 제작중이다. 기발한 설정으로 두렵기는 커녕 사랑과 코믹, 가족애까지 버무린 다양한 영화들. 무섭지 않은 좀비 영화 6선이다. * 해당 콘텐츠는 약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새벽의 황당한 저주

감독ㅣ에드가 라이트 주연ㅣ 사이먼 페그(숀 역), 닉 프로스트(에드 역)

영화 '새벽의 황당한 저주'
영화 '새벽의 황당한 저주' ⓒ워킹타이틀

‘이것이 외국인과 한국인의 기질 차이인가?’ 혹자는 영화를 두고 이렇게 평했다. 우리나라 좀비들은 죽었어도 기질을 버리지 못하고 빠르게 뛰어다니는데, 외국 좀비는 여유 있는 태도로 천천히 걷는다는 거다. ’28일 후′ 같은 영화를 보면 거의 육상 선수급으로 뛰어오는 외국인 좀비 떼가 등장하니 이것은 거짓 정보다. 그럼에도 ‘천천히 걷는다’라는 설정은 이야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믹 포인트다. 어딘지 나사가 빠진 헐렁한 좀비들은 주인공 숀(사이먼 페그)이 슈퍼에서 콜라를 사고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손을 뻗는 애걸한 노력에도 숀은 ”잔돈 없어요”라며 좀비를 노숙인으로 취급한다.

좀비계의 명작으로 평가받는 ‘새벽의 저주’를 패러디했지만 그 어디서도 섬뜩한 향기를 느낄 수 없는 것이 이 영화의 매력. 그도 그럴 것이 B급 코미디를 사랑하는 숀 역의 사이먼 펙과 감독인 에드거 라이트가 각본을 쓰고, 에드 역의 닉 프로스트가 제작에 참여했다. 참고로 이들이 만든 코미디 장르 영화 3부작, ‘블러드 앤드 아이스크림(Blood and Ice Cream)’ 시리즈의 첫 번째 영화이기도 하다. 감독은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제가 ‘소년의 마음을 지닌 성인의 성장 코미디’라고 밝히기도 했는데, 시리즈를 정주행하고 나면 여전히 피터팬인 세 남자, ‘어디서 나쁜 것만 배웠다’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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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좀비랜드: 더블 탭

감독ㅣ루벤 플레셔 주연ㅣ 우디 해럴슨(탤러해시 역), 제시 아이젠버그(콜롬버스 역), 아비게일 브레스린(리틀록 역), 엠마 스톤(위치타 역)

영화 '좀비랜드: 더블탭'
영화 '좀비랜드: 더블탭' ⓒ넷플릭스 캡처

1편만 한 2편이 없다는 속설과 다르게 아주 망작은 아니다. 개봉 10년 만에 나온 ‘좀비랜드’ 후속작 ‘더블 탭’이다. 감독과 배우 모두 1편 그대로 진행된 드문 케이스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출연했던 배우의 몸값이다. 할리우드 톱 배우로 올라선 엠마 스톤을 비롯해 페이스북의 제시 아이젠버그, 헝거 게임과 쓰리 빌보드, 베놈까지 탄탄한 커리어를 쌓은 우디 헤럴슨까지 1편 이후 모두 금의환향했다. 그들이 스케줄을 맞추기 위해 10년을 기다려와서 그런지 스케일이 커지고 배우 보는 재미가 생겼다. 거기다 박찬욱 사단의 정정훈 촬영 감독이 참여해 속칭 때깔이 엄청나다. 역시 국뽕만한 관대함이 없달까.

좀비 세상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10년간 가족처럼 지내며 백악관에서 살아간다는 설정으로 돌아왔다. 그 와중에 좀비들은 업그레이드가 되었고 좀비들을 물리치는 기술도 늘었다. 하지만 좀비와 공존한 지 오래된 탓인지 좀비는 두려운 존재라기보다는 삶의 한 영역처럼 보인다.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좀비를 화끈하게 처단했던 1편의 모습을 기대했다면 실망스러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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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웜바디스

감독ㅣ조나단 레빈 주연ㅣ 니콜라스 홀트(알(R) 역), 테레사 팔머(줄리 역), 존 말코비치(그리지오 장군 역)

영화 '웜바디스'
영화 '웜바디스' ⓒ왓챠플레이 캡처

인간은 시각에 약한 존재임을 새삼스레 깨닫게 되는 영화다. 주인공 좀비 R로 등장하는 니콜라스 홀트가 참 근사하다. 좀비 로맨스라는 독특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개봉 당시 전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는데, 홀트 덕분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물론 그의 분장만 유독 좀비보다는 뱀파이어 쪽에 가깝다는 의견도 있지만.

어쨌거나 영화는 ‘좀비에게 로맨틱 코미디의 예쁘장한 옷 입히기‘라는 영화 평론가 이동진의 말처럼 알콩달콩한 사랑 얘기다. 주인공 이름에서 알 수 있듯 R과 줄리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올리게 하고, 구성 또한 흡사하다. 좀비와 인간은 서로 가까워질 수 없는 적대 관계지만 사랑에 빠진다는 비극적 상황부터가 그러하다. 하지만 걱정할 것이 없는 게 좀비는 자신의 책무를 다하며 인간을 먹어 치운다. 다만 독특하게도 인간의 뇌를 먹으면 죽은 자의 기억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부여된다. 징그럽게도 R이 줄리를 좋아하게 된 것도 줄리의 남자친구 뇌를 먹었기 때문인데, 홀트는 뭘 해도 용서가 된다는 것을 직접 체험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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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리틀 비트 좀비

감독ㅣ캐시 워커 주연ㅣ 스티븐 맥허티(맥스 역), 크리스토퍼 터너(스티브 역), 크리스탈 로우(티나 역)

영화 '리틀 비트 좀비'
영화 '리틀 비트 좀비' ⓒ왓챠플레이 캡처

호불호가 강한 영화다. 기본적으로 좀비물이 B급 저예산 영화로 시작되었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아주 무난한 전개이지만, ‘워킹데드‘나 ‘킹덤’과 비교하자면 완성도 측면에서 입을 다물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좀비물을 섭렵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이들에게 추천한다.

독특한 것은 좀비도 체급이 있다는 것. 결혼식을 일주일 앞둔 남자주인공 스티브(크리스토퍼 터너)는 약혼녀인 티나(크리스탈 로우)와 앙숙인 여동생과의 관계를 회복시키기 위해 여동생 부부와 주말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스티브는 좀비의 피를 빨고 감염된 좀비 모기에게 물리고 만다. 하지만 직접 좀비에게 물리지 않은 덕택에 좀비 기가 있는 인간이 되고만 스티브. 동물의 뇌를 맛있게 먹고,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스티브를 징그럽게 여기면서도 결혼만은 하겠다고 노력하는 티나의 모습이 처절하게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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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

감독ㅣ크리스토퍼 랜던 주연ㅣ 타이 쉐리던(벤 역), 로건 밀러(카터 역), 조이 모건(오기)

영화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
영화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 ⓒ브로큰 로드 프로덕션스

영화의 본 제목은 ‘스카우트 가이드 투 더 좀비 아포칼립스(Scout Guide To The Zombie Apocalypse)’다. 세 명의 고등학생 보이 스카우트가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어릴 적부터 친구인 벤과 카터, 오기는 서로의 사정을 알고 가족처럼 지내는 특별한 사이다. 워낙 셋이 붙어 지내 파티에도 초대받지 못하지만 그래도 의리를 중시한다.

가기 싫은 정찰 캠프도 벤과 카터는 오기를 위해 합류하게 된다. 그러는 사이 평안한 동네는 좀비의 습격을 받게 되고 이를 목격한 셋은 보이 스카우트의 경험을 발휘해 좀비와 싸우기로 결심한다. 다행스럽게도 오랫동안 쌓아온 기술들은 좀비 제거에 매우 유용해 단숨에 영웅처럼 변신한다. 후반으로 갈수록 소소한 재미와 병맛코드가 강해져 다 보고 난 뒤 재밌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영화 ‘해피 데스데이’의 감독 크리스토퍼 B. 랜던의 전작으로 특유의 미국식 유머 코드가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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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기묘한 가족

감독ㅣ이민재 주연ㅣ 정재영(준걸 역), 김남길(민걸 역), 엄지원(남주 역), 박인환(만덕 역)

영화 '기묘한 가족'
영화 '기묘한 가족' ⓒ왓챠플레이 캡처

‘지금까지 이런 좀비 영화는 우리나라에 없었다’ 정도로 풀이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미 외국에서는 많았던 탓인지 신선한 설정과 유머 코드에 대한 칭찬보다는 과감하지 못했다는 질책이 쏟아졌다. 우리나라에서 ‘B급 영화’가 통할 리 만무하다는 투자자의 의견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합리적 의심과 정재영과 김남길, 엄지원 등 이미 A급 배우들에게 바라는 기대치가 B급 정서를 방해하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왜냐하면 설정 자체는 나무랄 데가 없다. 충청도 조용한 시골 마을에 사는 만덕(박인환)네 식구들 앞에 아주 잘생긴 청년 하나가 나타난다. 문제는 그가 실험실에서 탈출한 좀비이고, 만덕을 물었다는 것이다. 만덕의 둘째 아들 민걸(김남길)은 좀비에게 물린 아버지 만덕을 죽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어쩐 일인지 만덕은 좀비에게 물리고 오히려 젊은 모습으로 회춘한다. 가족들은 잘생긴 청년, 쫑비에게 물리면 젊어진다고 생각하고 ‘쫑비 비즈니스’로 하와이 이주의 꿈을 꾼다. 좀비 바이러스에 걸려도 다시 살아나는 기획을 꿈꿨다는 감독의 바람이 이뤄졌을 지는 결말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결정적으로 인육보다 양배추를, 피보다는 케첩을 좋아하는 귀여운 쫑비와 만덕의 딸 해결(이수경)의 러브라인이 영화를 살렸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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