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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선정적 광고가 쏟아져도 유튜브를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이 딱히 없다

유튜브는 방송법에서 제외다.

유튜브 광고 갈무리.
유튜브 광고 갈무리. ⓒ한겨레/ㄱ씨 제공

최근 5살 사촌 동생에게 유튜브로 장난감 ‘슬라임’ 동영상을 틀어주려던 취업준비생 김아무개(21)씨는 스마트폰 화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영상 재생 전에 나온 광고에서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선정적인 애니메이션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그 이전에도 눈을 찌푸리게 하는 광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노골적인 광고는 처음인지라 당황했다. 최근 들어 유튜브 광고 선정성이 더 심해진 것 같다. 보호자가 없을 때는 아이가 이런 광고에 무방비하게 노출될 게 뻔해서 걱정됐다”고 말했다.

유튜브 동영상에 삽입되는 선정적이고 여성혐오적인 광고 등에 대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유튜브는 ‘맞춤형 광고’라고 하지만, 일부 시청자들은 무작위로 노출되는 ‘원하지 않는 광고’가 광고를 안 봐도 되는 유료결제를 유도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한다.

선정적인 유튜브 광고에 가장 곤혹을 겪는 이들은 주로 어린이를 둔 부모나 양육자들이다. 김씨는 “어린이 전용 서비스인 ‘유튜브 키즈’가 있지만 사촌 동생이 즐겨 보는 영상들은 아동용 콘텐츠로 등록된 영상이 아닌, 슬라임 리뷰나 젤리·사탕·마카롱 같은 간식 ‘먹방’이라 선정적인 광고에서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아무개(43)씨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그는 “아이가 내 휴대전화를 가지고 가서 유튜브를 실행시켰는데 전립선 보조제 광고가 떠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내 부주의이긴 하지만 이런 광고가 나온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토로했다.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거나 혐오하는 시각이 담긴 광고도 여전히 끊이지 않아 불쾌함을 느끼는 이들도 많다. 일부 모바일 게임 광고나 데이팅 앱 광고는 여성 캐릭터의 옷을 벗기거나 레벨이 올라가면 여성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중학생 박하은(15)양은 “평소 유튜브를 노래 감상, 동물 영상 시청으로만 이용하는데, 유튜브에서 여성을 성적대상화하는 광고들이 많아 매우 불쾌하다. 유튜브 광고는 사용자에 맞춰 광고를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이익을 위해 아무 광고나 닥치는 대로 내보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꼬집었다. 직장인 ㄱ(43)씨도 “최근 ‘내 주변 자취녀 3초 확인! 자취녀 만나는 앱’이라는 광고를 봤다. 유튜브 광고의 노출은 시청자의 과거 검색기록 등 개인에 맞춤화돼 결정된다고 하던데, 나를 어떻게 판단하고 이런 광고를 보여주는지 불쾌했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조아무개(24)씨는 “불편한 광고들이 나올 때마다 신고했다. 하지만 그런 광고들이 사라진 것도 잠시였고 며칠이 지나면 선정적인 새 광고가 나왔다”며 “일부러 프리미엄 서비스 결제를 유도하기 위해서 이러는 건가 하는 의심도 했다”고 말했다.

조씨처럼 유해한 광고를 피하고자 프리미엄 서비스 결제를 고민하는 이용자들도 있다. ‘유튜브 프리미엄’은 한달에 1만450원을 내면 여러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광고 없이 영상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아무개(26)씨는 “선정적인 광고 때문에 유튜브 프리미엄을 결제했다. 광고가 신경 쓰여 공공장소에서 유튜브를 실행하는 것도 꺼려졌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박양은 “서비스 가입을 생각해봤지만, 학생 입장에서 가격이 부담되고 해외 결제 가능한 카드가 필요해서 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현재 이용자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유튜브 동영상에 붙는 광고는 유튜브의 자체 기준 말고는 규제할 수단이 사실상 없다. 유튜브 관계자는 “성적인 콘텐츠, 주류, 도박 및 게임, 헬스케어 및 의약품 광고 등에 대해서는 부적절하게 게재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16일 <한겨레>에 “아직 유튜브 광고를 규제하기 위한 논의까지는 하고 있지 못한 상태다. 현재 유튜브, 넷플릭스 등이 방송법을 적용받고 있지 않아서 방송법 규제 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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