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2021년 02월 17일 17시 43분 KST | 업데이트됨 2021년 02월 17일 18시 23분 KST

내가 14년 전 강간범에게 직접 복수한 방법과 그 이유는 이렇다

사법적 처벌만이 복수는 아니다.

 

 

COURTESY OF KAREN SMITH
2007년 저자 케런 루이스

난 대학교에서 매년 강간이나 성폭행을 경험하는 여학생의 26.4% 중 하나였다

지난주 일란성 쌍둥이한테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쌍둥이 형제는 내게 영화 ‘프라미싱 영 우먼‘에 나오는 ‘알 몬로‘라는 캐릭터가 14년 전 나를 강간한 디클랜이라는 남자랑 너무 비슷하다고, 혹시 영화를 보기 전 알고 보라고 말했다. 이 영화의 큰 줄거리는 7년 전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 ‘니나‘가 비극적인 강간 사건 후 자살하자 충격을 받고 고통 속에 살고 있는 ‘캐시’(캐리 멀리건)가 친구를 위해 완벽하고 치밀한 복수를 실행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캐시는 니나의 트라우마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복수를 하며 강간범인 알 먼로를 납치한다. 나는 이 영화가 트리거를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관람했다. 영화의 많은 내용이 한때 겪었던 공황 발작을 떠올렸다. 한동안 바닥에 웅크려 누워야 했다. 피해자였기에 너무나 공감이 갔다. 그런데 영화의 내용이 충격적인 결말에 이르렀을 때 신기하게도 차분해졌다.

나도 강간범에게 복수한 경험이 있다. 그 복수가 삶의 중심이었던 건 맞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흔히 생각하는 방식은 아니다. 물론 이 영화는 성인이 된 이후 접한 수십 건의 강간 생존자들 이야기와 유사점이 있지만, 자아 상실, 복수심, 존경심 상실, 의심, 삶을 재건하는 여행, 우정 의존 등 궁극적으로 캐시의 이야기는 내 이야기가 아니었다.

난 대학교 캠퍼스에서 매년 강간이나 성폭행을 경험하는 여학생의 26.4% 중 하나였다(그 수치는 고등학생을 포함하지 않는다.) 디클랜은 지인이었다. 그는 명문 대학교의 왕자님이었고, 스포츠 스타였고, 바람둥이였지만 엘리트였고, 사교계 중심이고, 폴로티를 입고 다녔다. 우리는 잘 아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같은 수업을 들었다. 난 사교모임에 잘 참여했지만 영화 속 니나처럼 나는 다른 이들과 섹스를 즐기지는 않았다. 오히려 늦은 나이까지 ‘경험’이 없었다. 

사건이 일어난 그날 밤 전까지는 말이다.

 

소송하고 싶었지만, 강간범이 부자라 검사마저 소송을 그만두라고 말했다

자세한 사건의 내용은 생략하겠다. 디클랜의 집을 나오면서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그 강간 사건이 나의 ‘첫 경험‘이었다. 디클랜의 친구들과 같이 아는 지인들조차 디클랜을 감싸고 나를 무시했다. 최악의 기분으로 롤러코스터를 타던 당시 나조차도 ‘이 완벽한’ 남자애의 삶을 망치는 건 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강간을 당한 직후 한동안, 그 경험이 대학 마지막 학년을 ‘망가뜨리게’ 놔두지 말자고 결심했다. 감정을 억누르려는 시도는 과음부터 자살 충동처럼 더 위험한 행동으로 이어졌다. 결국 학교를 휴학했다. 복학 후 난 한 학기에만 7개의 수업을 들으며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그렇다고 내가 그 사건에서 다 회복한 건 아니었다. 

일자리 제안을 포기하기도 했다. 일자리가 있는 도시가 디클랜의 고향과 너무 가까웠기 때문이다. 의대에 진학하기도 했지만 금방 그만뒀다. 새로운 도시로 가서 회사에 취직했다. 여전히 자살을 생각했다. 가끔 다리에 앉아 이 고통을 끝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생을 마감하기 싫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예전의 순수했던 나와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었다. 

마침내 대학으로 돌아가 범죄 신고서를 제출했고, 의료 기록과 대학 기록을 함께 제출했다. 지방검사와 이 선택을 의논하려고 만났다. 그는 그동안 제기한 이 사건과 비슷한 10건의 소송에서 3건만 승소했고, 특히 디클랜의 가족은 부자라서 기소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동정하듯 내게 말했다. 그는 그 사건을 추진하려 하지 않았다.

몇 달 후, 내 손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라고 결심했다. 디클랜은 그가 나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야 했고, 대가를 치러야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답장이 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답이 왔다. 그는 언제든 전화하라면서 재빨리 응답했다. 심장박동 수가 점점 커지며 도망갈까 고민했지만 여기서 멈출 수 없었다. 즉시 그가 남긴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강간범에게 삶을 두려워하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알려줬다

그가 대답했을 때, 나는 복수했다. 울지 않았고 손은 흔들리지 않았고, 내 말은 진심이었다. 하고 싶은 말을 천천히 차분하게 말했다. 목소리도 떨지 않았다. 그에게 내 인생의 구체적인 내용을 말했다. 그가 나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선택을 했기 때문에 그에게 내가 겪었던 모든 것, 그가 나를 힘들게 했던 모든 것을 말했다. 삶을 두려워하는 게 어떤 기분인지, 내 모든 걸 의심하는 게 어떤 기분인지를 말했다. 병원 복도에서 운 일과 병원 측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못하게 치실과 로션을 압수한 일도 말했다. 그가 내가 20년 동안 쌓아온 자아감을 산산조각 냈다고 말했다. 그에게 괜찮다고 말했다. 더 강해지고 행복할 거라고. 또다시 행복지거나 회복하더라도 그는 아무 역할이 없다고 확실히 말했다. 디클랜이 한 건 날 파괴한 선택밖에 없었다. 앞으로 행복할 거고, 간단히 말해서 내가 이겼다고 말했다.

난 울지 않았지만, 디클랜은 울었다. 

 
Jason Dent on Unsplash

 

그는 용서를 빌었고 용서해 줬다. 그리고 그는 내 인생에서 사라졌다. 더 이상 그에게 어떤 역할을 줄 가치가 없다. 이후 14년 전 나를 강간한 그 인간을 떠올리지 않게 됐다. 악몽에서 그 얼굴을 보고 깨어나는 일도 사라졌고 길에서 그와 닮은 사람만 봐도 소스라치게 놀라는 일도 없다. 

디클랜은 사라졌지만 커리어에 여전히 그 사건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금까지 몇 년 동안 정신건강 관리를 위해 가끔 휴직을 요구했고, 정체된 경력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30대 건강한 여성이지만 다시 입원해야 할 경우를 대비해서 최고 보험료를 내고 있다. 스트레스로 인해 이갈이를 앓게 됐고 치과 진료비로 수천 달러를 지불했다. 치료비 대신 여러 대의 차를 살 수 있었을 거다. 

우리 가족도 그 사건으로 재정에 큰 손실을 입었다. 흔히 이런 강간 사건 이후 피해자나 그 가족들이 감당해야 할 비용은 무시되곤 한다. 

Artem Maltsev on Unsplash

 

매주 강간 사건 생존자들을 만나 힘을 주기 위해 돕는다

여전히 나만의 방법으로 복수는 계속하고 있다. 바로 매일 아침 일어나서 충실한 삶을 사는 거다. 실수를 하기도 했지만 다시 일어섰다. 웃고 울고 춤추고 사랑해왔다. 해외로 이사를 가서 석사학위를 받고 나와 내 몸을 사랑하는 남자를 만났다. 두 아들도 낳았다. 아들들은 백인이고 특권이 있지만 그들에게 항상 존중을 가르치고 있다. 자신의 몸과 다른 이들의 몸 모두 존중해야 한다고 알리며 몸에 관해 어떤 선택을 하든 신중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들이 좀 더 크면 동의에 관해서도 가르치고 주위 사람들과 건강한 관계를 갖길 바란다. 

거의 10년 동안, 성폭행 피해자를 지원하려고 저녁과 주말에 자원봉사를 해왔다. 계속 새로운 걸 배우고 있다. 매주 사건을 겪은 생존자들을 만나고 힘을 주기 위해 돕고있다. 다양한 사례 속에서 내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몇 년 전 내가 잃어버린 걸 떠올리곤 한다. 모든 생존자들이 자신만의 ‘복수극’을 쓰길 바란다. 

다양한 미디어가 강간 생존자들과 그들의 트라우마를 조명하며 이 사안에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말 좋은 현상이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에서 73초마다 누군가 강간 피해를 입고 있다. 9분에 한 번은 어린아이가 그 피해자다. 부모들은 이러한 문제들을 자녀와 토론하고 긍정적인 동의에 관한 지식을 제공하고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

생존자마다 각자 사연이 있고, 모든 사연은 다르다. 모두가 내가 걸어온 길을 선택하지는 않을 거다. 어떤 생존자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정답은 없다. 하지만 난 복수를 원했다. 지난 14년 동안 빼앗긴 걸 되찾을 방법을 찾아왔다. 

사법적 처벌만이 복수는 아니다. 복수는 잔인하거나 폭력적이거나 추할 필요가 없다. 가장 흥미진진한 영화 줄거리는 아니지만, 복수는 매일 잠에서 깨어나 진실을 살 수 있는 희망을 찾는 일일 수 있다. 복수는 시간이나 자원을 정신적 충격을 겪은 다른 사람에게 바치는 것일 수 있다. 복수는 아이들과 그 친구들에게 동의, 경계, 존중의 개념을 교육하는 걸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복수는 경험을 공유하고, 한 사람이라도 더 이를 읽고 그들 또한 말할 수 있다고 느끼길 바란다. 조금이라도 생존자들이 혼자가 아니라고  느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진실을 세상에 공개적으로 말하고 싶었다. 

 

 
 
 
 
 
 

 

*저자 케런 루이스는 성폭행 피해자들은 돕는 일을 하고 있다. 

*허프포스트 미국판에 실린 독자 기고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