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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차기 총리 스가 요시히데를 설명하는 키워드 : '흙수저', 포퓰리스트, 2인자

철저하게 '2인자'로 처신해온 탓에 '아베 시즌2'가 시작됐다는 말도 나온다.

  • 허완
  • 입력 2020.09.15 09:55
  • 수정 2020.09.15 09:56
건강 상의 이유로 사임하는 아베 신조 총리의 뒤를 이어 일본 차기 총리가 될 스가 요시히데가 자민당 총재실에서 프로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그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선출됐다. 도쿄, 일본. 2020년 9월14일.
건강 상의 이유로 사임하는 아베 신조 총리의 뒤를 이어 일본 차기 총리가 될 스가 요시히데가 자민당 총재실에서 프로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그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선출됐다. 도쿄, 일본. 2020년 9월14일. ⓒPool via Getty Images

14일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로 선출된 스가 요시히데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정치력이 뛰어난 뼛속까지 2인자’다. 스가 총재는 16일 임시국회에서 아베 신조 총리의 뒤를 이을 차기 총리로 선출될 예정이다.

스가 총재는 혼슈 아키타현 농가 집안 출신이다. 비서관에서 시작해 연고도 없는 요코하마 시의원, 중의원(가나가와현 제2구), 관방장관을 거쳐 일본 총리까지 오른 자수성가형 비세습 정치인의 대표적 인물이다. 그가 7년8개월 동안 관방장관으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곁에 머물고 최종 후계자로 선택될 수 있었던 것 역시 철저한 ‘2인자 정신’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스가 총재는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도우며 2인자로 살아온 동생 도요토미 히데나가의 삶을 주목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히데나가처럼 언제나 뒤에서 지켜주는 존재가 있었기에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천하를 잡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스가 총재의 측근들도 “그는 옛날부터 (자민당) 간사장이나 (내각) 관방장관을 하고 싶어 했다”며 “‘넘버 2’의 자세로 신뢰 관계를 쌓아 올린다”고 전했다. 실제 그는 아베 총리 사임 전까지 “차기 총리로 거론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수백 번의 질문에 항상 “생각한 적 없다”고 답해왔다. 스가 총재는 파벌도 없다. 파벌 정치에 반대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자칫 총리 도전으로 인식될 수 있어서다. 대신 그는 자신을 중심으로 4개의 공식 모임을 유지해왔다. 

(자료사진) 중의원(하원) 회의에 참석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도쿄, 일본. 2015년 7월15일.
(자료사진) 중의원(하원) 회의에 참석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도쿄, 일본. 2015년 7월15일. ⓒToru Hanai / reuters
(자료사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기자회견 도중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을 가리키고 있다. 도쿄, 일본. 2020년 5월4일. 
(자료사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기자회견 도중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을 가리키고 있다. 도쿄, 일본. 2020년 5월4일.  ⓒPOOL New / reuters

 

아베 정부의 폐해 중 하나인 ‘손타쿠’(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 특히 관료들이 알아서 정부 핵심 인사의 눈치를 보는 문화)의 중심에도 스가 총재가 있다. 스가는 고위 관료들의 인사권을 틀어쥐고 정부에 충성하도록 철저하게 길들였다. 지난 2014년 5월 내각인사국을 만들어 심의관 이상 600여명의 고위 관료 인사권을 총리관저가 좌지우지하기 시작했다. 그는 관료 사회에서 ‘저승사자’로 통했다. 부처 사이 칸막이 행정을 없앤다는 명분이었지만 부정부패를 감추고 총리를 돋보이는 정책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총리 스캔들과 관련해 공문서가 조작되고, 폐기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손타구’ 문화가 2017년 올해의 유행어가 될 정도였다. 스가 총재는 “기본적으로 방향성은 정치가 결정한다”며 인사로 관료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 책임 정치라고 생각한다는 소신을 밝힌 바 있다. 스가 총재는 선거 전인 지난 13일 <후지TV> 방송에 나와 “내각인사국 제도를 수정할 생각이 없다”며 “정책 방향에 반대하는 간부(관료)는 이동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대중들이 좋아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포퓰리스트’의 면모도 눈에 띄는 점이다. 고속도로 통행료나 <엔에이치케이>(NHK) 방송 수신료 인하에 이어 휴대폰 요금을 40% 정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빈 접대 등으로 이용한 도쿄와 교토의 영빈관을 일반인에게 공개하도록 바꾼 것도 스가 총재다. 나카지마 다케시 도쿄공업대 교수는 최근 발간된 <일본의 내일>이라는 책에서 “스가가 추진하는 정책은 대중의 욕망에 영합하는 것이 많다”며 “오키나와 현민들이 미군 기지 이전 반대를 하자 디즈니랜드를 지어주겠다고 하는 등 포퓰리스트적 성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당선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과 아베 신조 총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도쿄, 일본. 2020년 9월14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당선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과 아베 신조 총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도쿄, 일본. 2020년 9월14일. ⓒPOOL New / reuters
(자료사진) 로이터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는 스가 요시히데. 2016년 8월30일. 
(자료사진) 로이터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는 스가 요시히데. 2016년 8월30일.  ⓒKim Kyung Hoon / reuters

 

늘 2인자에 머물다 1인자로 올라선 스가 총재가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이번 ‘스가의 승리’는 파벌의 힘을 부정하기 힘들다. 자민당 내 7개 파벌 중 5곳이 지지를 밝히면서 총재에 이어 총리까지 일찌감치 확정지었다. 물밑에선 벌써부터 내각이나 당 주요 보직을 노린 파벌들의 주도권 다툼이 시작됐다. ‘아소파’의 중견 의원은 “스가가 (인물을) 고른다고 해도 파벌 수장들에게 사전 양해를 구하지 않으면 나중에 큰일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당내 기반이 약한 스가 총재가 파벌들과 어떻게 균형을 맞출 수 있을지가 스가 정권의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줄곧 2인자로 처신해온 탓에 일본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지도자’로서 자신만의 비전과 정책이 취약하다는 비판도 있다. 경제와 외교·안보 등 주요 정책에 대해 “아베 정부를 계승하겠다”고 밝히고 있을뿐, 독자적인 정책은 아날로그식 업무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내세운 ‘디지털청’ 설립 정도다. 일본 안팎에서 ‘아베 시즌2’가 시작됐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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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베 신조 #스가 요시히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