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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 폐지" 소리치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갈등만 남았다.

윤석열의 공약: '여성가족부 폐지'
윤석열의 공약: "여성가족부 폐지" ⓒ뉴스1/윤석열 페이스북

“공정한 경쟁을 추구하는 청년들과 ‘가족’의 가치를 재조명할 수 있는 별도 부처 설립.”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선거공보물에 적시한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의 ‘구체안’이다. 사실상 유일무이한 것으로, 지난달 7일 자신의 에스엔에스(SNS)에 일곱자 공약(“여성가족부 폐지”)을 게재한 이후 49일째이지만 윤 후보의 대안은 35자, ‘별도 부처 설립’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약 발표 이후 윤 후보가 여가부, 젠더 정책에 대해 공식화한 발언은 모두 6차례. 모두 취합해도 ‘부처 신설’ 외 여가부 폐지 이후를 대략으로도 가늠하기 어렵다. 총예산 1조4650억원(2022년), 279명이 소속된 부처를 폐지한다는 구호 말고 구체적 정책 대안은 전혀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곱글자 공약 이후 49일… ‘대안’은 아직도 안갯속

지난달 7일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이후 49일 동안 윤 후보 본인이 이와 관련해 직접 발언한 횟수는 온·오프라인 합쳐 총 6회(1월8·11일, 2월7·8·10·15일)다. 윤 후보는 앞서 “어떤 발언이라도 저 윤석열 입에서 직접 나오지 않는 이상 공식 입장이 아니다”는 글을 게재한 바 있어 직접 발언만을 집계했다.

윤 후보는 지난달 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남녀 갈라치기라는 비판이 나온다’는 취재진 질문에 “뭐든지 국가와 사회를 위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이후 자신의 에스엔에스에 “더 이상 남녀를 나누는 것이 아닌 아동, 가족, 인구감소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부처의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썼다. 그러나 이틀 뒤인 1월11일, 서울 성동구 할아버지공장 카페에서 진행된 신년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이 ‘여가부 폐지에 대한 대안으로 부처를 신설하겠다는 거냐’고 묻자 “딱 대응해서 말씀드린 것은 아니다. 조금 더 큰 관점에서 우리 사회 문제를 폭넓게 보고 대응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는 지난 7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여가부 폐지 공약은 편가르기 아닌가’라는 질문에 “더 이상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고 답했고, 이튿날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이 발언에 대한 추가 질문이 나오자 “여성가족부 해체 때문에 그 말이 나온 것인데, 우리 사회가 지속적으로 노력해왔기 때문에 개인별 불평등과 차별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제 여성가족부는 시대적 소명을 다 했고 새로운 방식으로 우리가 불평등과 차별에 대응해야 한다고 (인터뷰에서) 말씀드렸다”고 했다. 10일 재경전라북도민회 신년인사회에선 성평등에 관한 질문에 “성범죄를 양성평등 문제로 접근하면 성범죄를 제대로 다룰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15일 윤 후보는 자신의 에스엔에스에 “여성가족부 폐지는 저의 핵심공약이 맞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제는 유력 후보의 핵심공약을 두고 ‘별도 부처 신설’이란 큰 방향 외 유권자들이 구체적으로 판단하고 전망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여가부의 어떤 기능을 없애고, 무엇을 남겨 어느 부처로 이관할지 등을 현재로서는 윤곽조차 잡을 수 없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은 “22년 동안 정책 필요에 의해 여러 기능을 해왔던 정부 부처를 없앤다면서 그 대안에 대한 설명은 너무나 빈약하다”며 “애초 여가부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득표 전략으로 접근했다는 방증 아니겠냐”고 했다.

 

젠더 분야 언론·시민단체 질의 줄줄이 ‘답변 거부’

윤 후보는 젠더(성평등) 분야 언론·시민단체의 공식질의에도 답변 거부로 일관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과 피해자 지원에 대한 질문(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 네트워크), 디지털 성범죄 대책 등 성평등 전반에 대한 질의(<한겨레>), 군 내 성폭력 문제에 대한 질의(군인권센터)가 모두 질문으로 끝났다. 소수자 관련 정책(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의 질의에도 답변하지 않았다. 2012년 대선 앞 무지개행동의 질의에 답변했던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와도 대비된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권수현 대표는 “유권자에게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후보자의 의무다. 윤 후보의 답변 거부는 한국 정치가 그동안 쌓아온, 후보 검증을 위한 최소한의 절차와 합의를 무너뜨리는 행태다. 공론장 후퇴”라고 했다.

앞서 국민의힘 선대본 관계자는 성평등 관련 <한겨레> 질의에 답변을 거부하면서 “(성평등 이슈에 대해) 저희가 따로 공약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예정하고 있다. …그냥 한꺼번에 몰아서 하자 그렇게 되어서 양해를 좀 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대선이 13일 남은 24일 현재까지도 해당 기자회견은 열리지 않았다. 해당 관계자는 24일 <한겨레>에 “추후 여성 공약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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