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2022년 03월 15일 16시 10분 KST

당선인? 당선자? 헌법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라고 표기하는 게 맞다

꼼꼼히 정리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제20대 대통령이 결정됐다. 대한민국의 모든 미디어가 그 소식에 집중하고 있는데, 호칭은 제각각이다. 어디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라고 말하고, 또 다른 곳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라고 쓴다. 올바른 표기법은 헌법이 정하고 있다. 우리 헌법에서는 ‘대통령 당선자’라고 표기한다.

제67조
①대통령은 국민의 보통ㆍ평등ㆍ직접ㆍ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한다.
②제1항의 선거에 있어서 최고득표자가 2인 이상인 때에는 국회의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한 공개회의에서 다수표를 얻은 자를 당선자로 한다.

일찍이 당선인과 당선자를 놓고 논란이 있었다.

뉴스1
이명박 전 대통령.

‘놈’ 소리가 불편했던 이명박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였다. 지난 2008년 1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이동관 대변인은 ”헌법을 제외한 대부분의 법률은 당선인이란 용어를 쓰고 있고 중앙선관위가 수여하는 증명서도 당선인증이라고 불린다. 앞으로 당선인 호칭으로 써달라”라고 주문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당선자‘와 ‘당선인’은 선거에서 뽑힌 사람을 뜻한다. 이렇게 쓰나 저렇게 쓰나 의미가 같은데 전자는 놈·사람 자(者)이고, 후자는 사람 인(人)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겨우 ‘놈’이라는 한 글자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당선인으로 써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자’자에는 비하의 의미가 전혀 없다. 학자, 과학자, 노동자 등 다양한 단어에 ‘자’를 쓰는 이유다. 분명 대통령 인수위의 과한 요구였지만,  언론은 찍소리도 못 하고 당선자 대신 당선인이라는 표현을 일제히 썼다.

당시 헌법재판소가 ”헌법을 기준으로 하면 대통령 후보자를 ‘당선자‘로 쓰는 것이 맞다”라는 입장을 냈지만 소용없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헌재의 비판을 전혀 개의치 않았고 ‘당선인’ 주장도 굽히지 않았다.

KBS
신지영 교수.

신지영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대통령의 위헌적인 요구였다고 분석했다. 신지영 교수는 복지TV 전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헌법을 준수하겠다는 선서를 앞둔 사람이 헌법에 명시된 당선자라는 표현을 쓰지 않겠다니, 놀랍다”라고 평가했다. 

 

영부인 대신 ‘대통령 배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배우자 김건희씨에 대한 호칭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뉴스1
김건희씨.

김건희씨는 남편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영부인 아닌 대통령 배우자라는 표현을 써달라고 요청했다. 사실 이는 언어적 고민의 결과라기보단 정치적 결단에 가깝다. 김건희씨는 대선 기간 중 허위 이력·주가 조작 의혹 등 여러 논란에 휘말렸고, 일부에서는 영부인 자격이 없다는 여론까지 일었다. 이에 윤석열 당선자는 후보 시절 ‘영부인제 폐지’까지 공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영부인으로 불리는 것 자체가 김건희씨에게는 리스크인 셈이다.

청와대
김정숙 여사.

씨 = 남녀 모두에게 사용할 수 있는 중립적 표현

앞서 문재인 정부에서는 ‘김정숙씨’ 사태가 있었다. 한겨레신문이 문재인 대통령의 배우자를 ‘김정숙 여사’ 아닌 ‘김정숙씨’라고 쓰면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사실 ‘여사‘와 ‘씨’는 모두 높임말이다. 차이가 있다면 ‘여사‘는 여성에게만 쓰고, ‘씨’는 남녀 모두에게 사용할 수 있는 중립적인 표현이다. 그러나 주로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씨‘라고 부르는 일상생활에서의 사용법 때문에 다수의 독자들이 ‘김정숙씨’를 불편해했다. 당시 김귀옥 한성대학교 사회학교 교수는 ”대선이 끝난 지 불과 일주일도 안 됐기 때문에 새로운 정권에 대한 인정 여부가 존칭 논란으로 불거진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결국 청와대가 나서서 ”여사가 독립적 인격으로 보는 의미”라며 언론에 여사라는 표현을 써줄 것을 요청했고 논란은 일단락됐다. ‘김정숙씨’ 논란을 일으켰던 한겨레신문은 지난 1988년 창간 때부터 유지해온 표기법을 바꿔 김정숙씨 아닌 김정숙 여사로 고쳐 쓰겠다고 발표했다.

 

도혜민 기자: hyemin.do@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