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2022년 06월 15일 00시 19분 KST | 업데이트됨 2022년 06월 15일 00시 20분 KST

윤석열 대통령 자택 앞 '맞불 집회'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고, 이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은 따로 있다

“하도 시끄러워서 나와봤다. 구청에 민원을 넣을 것” - 한 시민이 한 말

한겨레
유튜브 방송 '서울의소리' 관계자 등이 1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집인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앞에서, 경남 양산의 문 전 대통령 집 앞에서 보수단체가 벌이는 '욕설시위'에 대해 “집무실 앞에서도 하는데”라고 한 윤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하며 '맞불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끄러울 수 있는데 양해 부탁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집무실도 한다고 말하고, 법대로 하라고 해서 우리도 그렇게 한다.”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가 14일 오후 1시40분께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 정문 근처에 차량을 세워놓고 집회를 열었다. 왕복 6차선 도로 건너편엔 윤석열 대통령 집인 아크로비스타가 있다.

백 대표는 이날 집회가 문재인 대통령의 경남 양산 집 앞에서 열리고 있는 극우단체 등의 욕설 집회를 겨냥한 ‘보복성’임을 밝힌 바 있다. <서울의소리> 쪽은 “양산 욕설 소음 시위를 중단해달라고 촉구했으나 상대측이 경고를 무시했다. 우리도 예정대로 강행한다”고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문재인 전 대통령 집 근처에서 진행되는 욕설 집회와 관련해 “대통령 집무실 시위도 허가되는 판이니까 법에 따라서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를 두고 경찰이 금지 통고한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를 법원이 잇달아 허용한 것에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공적 공간인 대통령 집무실 앞을 시골 마을과 동급에 두고 비교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시위 시작 전 <서울의소리> 쪽은 저속한 표현이 담긴 양산 욕설 집회 녹음파일을 틀어놓고 꽹과리와 북을 쳤다.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를 비방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집회 소음 기준(일반 주거지의 경우 65㏈·데시벨)을 넘겨 경찰로부터 소음 유지 명령서를 받기도 했다. 백 대표는 “85㏈이 기준인 줄 알았다. 경찰 기준에 맞춰서 소음을 낮출 것”이라고 했다.

이날 집회 장소엔 일부 유튜버들과 며칠 전 비슷한 장소에 집회 신고를 한 극우단체 ‘신자유연대’도 섞이면서 소음으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회생법원 앞을 지나가는 시민들은 양손으로 귀를 막으며 이동하기도 했다. 한 시민은 “아우, 시끄러워”라며 짜증을 냈다. 이름 밝히기를 거부한 50대 후반의 서초구 주민은 “하도 시끄러워서 나와봤다. 구청에 민원을 넣을 것”이라고 했다.

현행 집시법은 대통령 관저 등에 대한 집회 규정을 두고 있지만, 대통령 집 앞은 제한 규정이 없다. 이름과 나이 밝히기를 꺼린 또 다른 서초구 시민은 “의미가 없는 시위고 시민들 불편만 겪는다. 제재해야 한다. 윤 대통령도 양산 시위에 대해 한 마디만 해줬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현직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 집 근처에서 열리는 집회들이 사실상 일부 유튜버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유튜버는 귀를 막고 지나가는 시민들을 촬영하면서 “사람들이 귀 막고 가는 거 보이냐, 엄청 불편해한다”는 ‘멘트’를 넣었다. 또 다른 유튜버는 <서울의소리> 쪽을 겨냥해 “이재명 추종자”라고 비판하면서 “후원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의소리>는 “돈을 목적으로 본 집회를 기획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한겨레
유튜브 방송 '서울의소리' 관계자 등이 1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집인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앞에서, 경남 양산의 문 전 대통령 집 앞에서 보수단체가 벌이는 '욕설시위'에 대해 “집무실 앞에서도 하는데”라고 한 윤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하며 '맞불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겨레 곽진산 기자 kj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