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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 06일 16시 14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4월 06일 16시 14분 KST

예멘에 ‘정상적인 삶’이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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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의사회 예멘 前 현장 책임자 조엔 베셀링크(Djoen Besselink)

국경없는의사회 예멘 현장 책임자로 일했던 조엔 베셀링크(Djoen Besselink)는 최근에 임무를 마쳤다. 그는 예멘 분쟁으로 사람들의 일상 전체가 어떻게 망가졌는지 목격했다. 의료 체계와 경제까지 모든 영역이 피해를 입었다.

Q1. 예멘 활동을 마치셨는데요. 예멘 상황은 어떤가요?

사실 예멘은 전쟁 전에도 중동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꼽혔습니다. 이미 너무도 약했던 나라죠. 지금은 전국에서 전쟁이 벌어져 예멘 사람들의 삶 구석구석에 피해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도시와 마을이 파괴되었고, 벌써 1년 반째 급여를 못 받은 사람들도 많습니다. 영양실조 환자도 정말 많고 식량 수급도 나쁩니다. 단순히 먹을 게 없어서가 아니라 돈 때문입니다. 시장에 가면 물건이 많지만 어디 금전적인 여력이 돼야 말이죠. 정말 비참한 상황입니다.

Q. 예멘에 정상적인 삶이 있다고 보시나요?

아니요. 예멘에서 ‘정상적인 삶’을 말할 순 없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위기 속에 사람들이 회복할 틈이 없으니까요. 겹겹이 위기가 쌓여 있습니다. 무력 분쟁에 경제 위기까지 겹쳐 의료진은 급여를 못 받고 있습니다. 콜레라와 디프테리아가 일어나고, 필수품 물자는 예멘 안으로 들어오지도 못합니다. 모든 문제가 연결되어 있고, 앞의 문제가 해결되기도 전에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납니다. 결국 사람들에게는 끔찍한 결과가 나타나는 거죠. 예멘 사람들은 이렇게 겹겹이 쌓인 위기 속에 갇혀 있습니다.

Florian SERIEX / MSF
예멘 하이단의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서 폐렴 및 영양실조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의사

Q. 그런 문제들 속에 의료 체계 붕괴도 있는 거군요.

다 연결되어 있습니다. 급여를 받지 못한 의료진은 나라를 떠나거나 일을 그만둡니다. 그러면 그렇잖아도 물자 보급이 부족해 삐걱거리던 의료 체계가 무너지고 마는 거죠. 급여 지급이 멈춰 돈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값비싼 사립 의료를 감당 못해서 국경없는의사회 같은 무료 지원 단체를 찾습니다. 이 때문에 무료 진료소는 사람들로 넘쳐나게 되고 결국 어마어마한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됩니다. 제가 예멘에 처음 왔을 때, 국경없는의사회 산부인과 병원에서는 월평균 200명의 새 생명이 태어났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달에는 천 명이 태어났어요. 병원에 오려고 9시간을 걸어온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 진료소에서 한 달에 500명에 달하는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쩔 때는 공간이 부족해서 문을 닫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Q. 의료 체계 붕괴로 예멘에 어떤 결과가 나타났나요?

디프테리아, 콜레라 발병도 다 그 때문이죠. 의료 체계가 튼튼하면 콜레라, 디프테리아 환자가 보이는 대로 격리해서 병의 확산을 막을 수 있습니다. 콜레라는 예멘의 풍토병이라서 매년 발병이 나타나거든요.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는 예멘이 자체 대응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경없는의사회가 치료센터 7군데를 만들었습니다. 작년 한 해 동안 10만여 명의 환자를 치료했어요. 유럽에서는 아기가 태어나면 디프테리아 예방접종을 맞히기 때문에 병 자체가 없어졌지만 예멘은 아닙니다. 의료 체계가 와해된 탓에 사람들은 예방접종도 못 받고 결국 병에 걸리고 맙니다.

Q.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이 예멘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나요?

예멘은 세계에서 최대 규모의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이 이뤄지는 곳 중 하나입니다. 좋은 징조는 아니죠. 그만큼 지원이 많이 필요하다는 거니까요. 국경없는의사회는 예멘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요. 예멘 내 대다수 활동 지역에서 국경없는의사회는 유일한 의료 단체입니다. 그러나 필요 사항이 너무 커서 때로는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사람들의 필요가 막대하다는 것이 제게는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어떤 지원을 해야 할지, 어디서 해야 할지, 예멘 당국이나 다른 단체들과는 어떻게 협력해야 하는지 등등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하니까요.

Q. 예멘에서 활동하시는 동안 상황이 좀 나아졌나요?

저는 내부에서만 보기 때문에 상황이 그리 좋게 보이지 않습니다. 제가 도착했을 때도 너무나 어려운 상황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거든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충분히 접근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고, 이에 대응하는 단체들이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거나 분쟁을 종식시키려고 예멘에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의료를 지원하는 단체니까요. 지난 2년간 무수히 많은 환자를 치료했지만 환자 수가 줄지 않아요. 우리 경험에 비춰 보면 분쟁도 잦아들지 않고 있습니다. 예멘 곳곳에서 분쟁이 급격히 치솟는 것을 목격했거든요. 몇몇 지역에서는 우리 시설에서 교전선까지 거리가 채 1km도 되지 않습니다. 우리 시설 중 4곳은 공습의 타격도 맞았습니다. 한 곳은 작년 12월에 공습을 맞아 응급실이 훼손되었습니다. 2017년 11월 사나에서 교전이 격화되었을 때는 2주간 지하에 머물러 있어야 했습니다.

Florian SERIEX / MSF
지난 6월, 예멘 콜레라 확산으로 긴급 대응에 나선 국경없는의사회 팀. 아덴의 콜레라 치료 센터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모습

Q. 예멘은 사람들에게 잊혀진 위기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니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잊혀진 위기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이나 소말리아처럼 전혀 뉴스에 등장하지 않는 곳들이라고 봅니다. 예멘은 그래도 보도가 많이 되고 있고 국제정치 안건으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관심은 있다는 건데 그것만으로는 해결이 안 됩니다. 예멘에 필요한 것은 이런 악순환을 끊을 실질적인 정치적 논의입니다.

Q. 언론에서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고 생각하시는 부분도 있나요?

사람들이 받는 영향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예멘을 떠나는 단체들이나 분쟁 자체에 대해서는 많이 다루고 있는데요. 중요한 것은 그 모든 것이 예멘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그런 부분은 설명을 안 하더라고요. 사람들이 급여를 받지 못하면 의약품이나 백신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은 설명하지 않습니다. 예멘 항구가 봉쇄되어 물가가 치솟고, 이 때문에 각 가정에 식량이 부족하고 나아가 물도 부족해서 위생 상태도 나빠지고 있는데 다들 정치 얘기만 합니다. 대체 그런 얘기들이 평범한 예멘 사람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Q. 예멘 사람들은 이 힘든 상황을 어떻게 견디고 있나요?

견딜 수밖에 없어서 견디는 거죠. 떠날 수는 없으니까요. 어쩔 수 없이 이런 여건 속에 살아가는 겁니다. 일하러 가거나 먹을 것을 사러 시장에 갈 때 그저 다치지 않으려고 조심합니다.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을 사려고 차도 팔고 반지도 팝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다 한번 팔면 끝이잖아요? 사람들이 서로 돕는 비공식적 사회안전망이 있기는 합니다. 그렇다고 양질의 삶을 누리기란 너무도 어려운 상황이죠. 우리 시설에서 일하는 현지인 직원들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까, 일하는 동안 집에 있는 가족들에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늘 걱정합니다. 언제든 교전이 터질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늘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이런 분쟁 상황을 어떻게 버티고 있는 건지 동료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이렇게 답하더라고요. “그냥 머리를 푹 숙이고 우리 할 일을 계속하는 거죠. 달리 방법이 없잖아요.” 우리가 지원하는 사람들, 우리 직원들 다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대단한 예멘 사람들 곁을 떠난다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Q. 특별히 기억나는 일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아이들이 생각나네요. 검문소에서 앳돼 보이는 군인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총을 소지하고 있었고 얼굴은 너무 험상궂어 보였어요. 며칠 후에 그 친구가 병원에 왔더라고요. 다리에 총을 맞고 울고 있었습니다. 상황이야 어찌 됐든 그냥 어린 아이일 뿐이니까요.

즐거웠던 순간은 다 환자들에게 좋은 일이 있을 때입니다. 한번은 거의 죽어 가는 아이가 콜레라 치료센터에 왔었는데요. 치료를 받고 며칠 후에 건강하게 병원을 나서는 것을 보니 너무 좋았습니다.

슬픈 순간들도 있었죠. 엄마들이 아기를 낳는데, 그 아이들이 결국 예멘에 갇혀 있는 거잖아요. 모두들 예멘에 갇혀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슬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