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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다 손가락질해도 일본 언론은 "그게 일본다운 축구"라고 칭찬했다

'명예로운 탈락'보다 '비겁한 실리'에 점수를 줬다.

  • 손원제
  • 입력 2018.06.29 13:36
  • 수정 2018.06.29 15:00
ⓒSergio Perez / Reuters

2018년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 H조 마지막 폴란드와 경기에서 후반 막판 공을 돌리며 ‘시간 끌기’ 축구를 한 일본 축구 대표팀에 대해 해 일본 대표팀과 언론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니시노 아키라 일본 대표팀 감독도 “월드컵에선 그런 승부도 있는 것”이라며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했다.

니시노 감독은 28일(현지 시각) 경기 직후 언론과 인터뷰에서 후반 10분여를 남겨 놓고 선수들이 공을 돌리며 공격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매우 엄혹한 선택이었다. 지고 있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자신과 팀을 납득할 순 없다. 이 선택이 진심은 아니었다. 타력(콜롬비아의 승리)에 의존했다. 그러나 월드컵에선 그런 싸움도 있는 것이다. 그 선택을 통해 정답(16강 진출)이 나왔다면, 승부에선 이긴 것이라 할 수 있다. 이것도 선수들이 성장하는 하나의 모습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신의 시간 끌기 전술을 주장 하세베 마코토를 후반 막판에 투입해 선수들에게 전달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니시노 감독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내 선택도 변했다. 하세베를 투입한 시점에 그에게 상황(콜롬비아가 선제골을 넣어 지금 상황을 유지하면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 옐로 카드에 관한 것(옐로 카드가 적은 팀이 페어플레이로 16강에 진출한다는 사실)을 지시했고, 지금 상태로 상황이 좋다고 선수들에게 전했다. (추가 실점을 해) 0대 2가 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하세베도 경기 후 “시합 막판에는 다른 경기장의 경기 상황을 들어가며 싸웠다. 마지막엔 보는 사람들에겐 답답한 경기가 됐지만, 이것이 승부의 세계다. 16강에 진출했다는 결과를 얻은 게 중요하다. 16강전을 향해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만약 세네갈이 콜롬비아에게 동점골을 넣었다면 니시노 감독의 ‘시간 끌기’는 처절히 실패했을 수 있다. 매우 리스크가 큰 도박이었던 셈이다.

일본 언론도 졸전에도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이후 8년 만에 16강에 진출한 사실을 적극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예선 통과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니시노 감독은 대담한 방책을 들고 나왔다. 지난 경기 선발 가운데 6명을 바꾼 것이다. 그래도 일본 선수들의 투쟁법은 흔들리지 않았다. 빈틈이 있었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고 무리하게 공격하기 보다는 결승 토너먼트 진출을 우선시했다. 그것이야 말로 감독이 목표로 했던 일본다운 축구였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후반 들어 원하는 대로 공격 리듬을 잡지 못하고 꺼꾸로 경기의 흐름을 내주고 말았다. (그러나 대표팀은 후반) 종반 조 2위를 노리고 골을 돌렸다.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고전을 했지만 콜롬비아가 세네갈을 이겨 박빙의 차로 결승 토너먼트에 진출했다”고 보도했다. 

ⓒKim Kyung Hoon / Reuters

한편,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29일 “월드컵 러시아 대회에서 일본이 폴란드 전 종반에 시간 벌기 작전을 쓴 것과 관련해 해외 언론으로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는 외신 분위기를 전했다. 방송은 영국 비비시(BBC) 방송과 아에프페(AFP) 통신 등을 인용해 “16강 진출을 한 수법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은 폴란드에 지고서도 16강에 올라갔다. 마지막 10분 간은 거의 공격을 하지 않아 야유 소리가 스타다음을 울렸다”는 반응을 소개했다.

냉정한 평가도 있지만 아시아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16강 진출에 성공한 일본은 ‘축제’ 분위기였다. 사력을 쏟아부은 독일전의 믿기 힘든 2-0 승리에도 예선 통과에 실패한 한국의 ‘명예로운 탈락’과 일본의 ‘비겁한 실리’가 묘하게 대조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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