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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시작되는 주52시간제에서 근무시간에 포함되는 것과 안 되는 것들

고용노동부 '단축 가이드'를 정리해봤다.

ⓒ한겨레

다음달부터 노동자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 등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된다. 지난 2월 노동시간 단축에 관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결과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11일 ‘노동시간 단축 가이드’를 냈다. 1주 최대 노동시간을 기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과정에서, 노동시간 해당 여부에 대해 좀더 엄격히 판단해야 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고용부는 이번 가이드에서 휴게시간과 대기시간의 구분, 교육·출장·회식의 ‘노동시간’ 포함 여부 등에 대한 일정한 기준을 제시했다. 물론 이것만으로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각 사업장의 혼란을 모두 해소하기란 어려울 수 있다. 고용부가 가이드에서 “노동시간 해당 여부는 사용자의 지시 여부, 업무수행 의무 정도 등 구체적 사실관계를 따져 사례별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진수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법규국장(노무사)은 “주 52시간제를 엄격히 시행하려면, 노동시간에 대한 실태를 정확히 포착하는 것이 기본 전제라야 한다”며 “업무 준비 등 지금껏 ‘은폐된’ 노동시간에 대해 각 사업장에서 좀더 제대로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제, 어디부터 적용되나?

지난 2월말 개정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핵심은 주 최대 노동시간을 기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평일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을 더해 최대 52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다. 다만 적용시기는 사업체 규모별로 조금씩 다르다. 먼저 다음달 1일부터는 상시 노동자 300인 이상 사업체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에 바뀐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 이어 내년 7월1일부터는 이번 법 개정으로 특례업종에서 빠진 21개 업종에 주 52시간제가 도입된다. 그밖에 노동자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은 2020년 1월1일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1년 7월1일부터다.

■휴게시간과 대기시간은 다른가?

가장 논란이 되는 건 회사 밖으로 나가 커피를 사오거나 담배를 피우는 시간이 노동시간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지난해 말부터 일부 대기업에선 ‘근태입력 시스템’을 도입해 노동자가 스스로 노동시간과 비노동시간을 입력하도록 했는데, ‘온전한 휴식’이 아닌데도 ‘비노동시간’으로 입력하는 사례도 많다.

휴게시간과 대기시간을 구분하는 방법은 사실 간단하다. 근로기준법에서는 ‘노동시간’을 “노동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종속돼 있는 시간”으로 규정한다. 노동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면 휴게시간, 그렇지 않으면 이는 ‘대기시간’이다. 대기시간은 노동시간에 포함된다.(근로기준법 50조3항)

예컨대 노동자 스스로 곧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상급자의 업무지시를 기다리며 잠시 커피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시간은 휴게시간이 아닌 대기시간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법원은 아파트 경비원의 식사시간이나 수면시간은 사용자의 지휘·명령에서 완전히 해방돼 있는 시간이 아니기에 노동시간으로 봐야 한다거나, 고시원이나 독서실 총무가 특별한 일이 없어 쉬거나 공부를 하며 시간을 보냈어도 이는 휴식시간이 아닌 노동시간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한겨레

■교육·출장도 노동시간에 포함되나

사용자가 업무와 관련해 실시하는 직무교육이나, 업무시간 이후나 휴일에 직원들을 의무적으로 소집해 실시하는 교육은 노동시간에 포함된다. 역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종속된 시간’이기 때문이다. 다만 교육을 받아야 하는 의무도, 교육 불참에 따른 불이익도 없다면 노동시간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고용부 해석이다.

사업장 밖에서 업무의 일부·전부가 이뤄지는 출장은 원래 일하는 시간이나 통상 필요한 시간을 일한 것으로 본다. 출장 업무에 필요한 시간을 미리 정해두고 그만큼 일했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항공편 등을 이용해 출장 지역으로 이동하는 시간도 노동시간에 포함한다.

■접대·워크숍·세미나, 회식은 어떻게?

업무수행과 관련이 있는 제3자를 정해진 업무시간 이외에 접대할 때에는, 사용자의 지시가 있거나 적어도 승인이 있는 경우에만 노동시간으로 인정된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회사 돈으로 휴일 골프를 친 회사 부서장에 대해 “회사 돈으로 비용을 결제했더라도 상사가 묵시적 지시를 한 것만으로는 노동시간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이뤄진 것이 아닌, 자발적 활동이란 것이다.

워크숍과 세미나도 사용자의 지휘·감독 여부가 관건이다. 효과적 업무 수행을 위해 가진 워크숍과 세미나는 노동시간으로 볼 수 있고, 업무시간을 넘어서면 연장근로로도 인정된다. 다만 워크숍 프로그램 가운데 직원 간 ‘친목도모’에 쓴 시간은 노동시간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회식도 기본적 노무제공과 관련 없이 구성원 사기 진작이나 조직의 결속, 친목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면 노동시간으로 볼 수 없다.

■버스회사에도 적용된다는데?

버스회사, 즉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은 연장근로가 사실상 무제한인 ‘특례업종’으로 분류돼왔다. 앞으로는 특례업종에서 시내버스와 시외버스·마을버스 등은 빠지고 택시나 전세버스, 화물차를 모는 운송업만 남는다. 이에 따라 노선버스는 다음달부터 주 68시간, 내년 7월부터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차례로 적용받는다. 이에 많은 버스회사들이 먼저 탄력적 시간근로제를 활용해 법정 노동시간을 준수한 뒤, 내년부터는 운행을 줄이거나 노선을 변경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교통연구원은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려면, 1만7000명 이상의 운전 기사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휴일에 일하면 얼마를 더 받나?

지난 법 개정 과정에서 노동계가 요구한 ‘중복할증’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복할증은 주휴일(통상 일요일)에 정해진 근로시간을 초과해 일한 경우 연장근로로 인한 할증(50%)과 함께 휴일근로에 대한 할증(50%)까지 중복해 적용해야 한다는 것인데, 여야 합의로 기존 방식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휴일 노동시간이 8시간 이내일 경우 통상임금의 150%를, 8시간이 넘는 근무에 대해서는 200%의 수당을 받는다. 예컨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8시간씩 5일(40시간)을 일한 노동자가 주휴일에 10시간을 더 일했다면, 이 10시간 중 8시간은 휴일근로로, 2시간은 휴일·연장근로로 해석한다. 이 노동자의 1시간 통상임금이 1만원이라면, 그는 8시간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50%를 더해 12만원을(1만5천원×8시간), 나머지 2시간은 통상임금의 100%를 더해 4만원(2만원×2시간)을 받는다. 휴일근로수당은 총 16만원이다.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퇴직 급여는?

고용부는 이번 법 개정으로 노동시간이 줄어들면서 퇴직금이 줄어드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을 개정했다. 퇴직금은 퇴직 전 3개월의 평균 임금을 기준으로 지급한다. 노동자의 실제 노동시간이나 실적 등에 따라 늘거나 줄 수 있다. 이번 노동시간 단축 입법으로 실제 일한 시간이 줄면 임금(휴일근로수당 등)이 줄고, 임금 감소기간 중 회사를 나가면 퇴직금까지 줄 수 있다. 법에 따라 사용자는 직원들에게 퇴직금이 줄어들 수 있음을 미리 알리고, 노동자 대표와 협의해 퇴직급여 산정기준을 개선하는 등 필요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 어긴 사용자 처벌은?

다음달 1일부터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른 주 52시간제를 어기다 적발되면 사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기존 ‘2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서 벌금 액수가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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