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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허프 기획 II] 20대와 40대의 직업관 차이 조사

이들의 답변은 예상을 벗어났다.

  • 김태우
  • 입력 2019.03.13 11:51
  • 수정 2019.03.13 13:41

세대 간 갈등은 해묵은 주제입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인식이 변화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요즘의 세대 간 갈등은 그 폭이 조금 더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세상의 변화가 이전보다 빨라졌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20대에게 ‘세월호 사건’이 주는 의미나 40대에게 ‘IMF 외환위기’의 의미가 다른 것처럼요.

 

지금 40대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80년대의 대한민국은 엄청난 성장 가도를 달리던 시기였습니다. 풍요 속에 유년기를 이들이 막상 사회에 진출할 때쯤 IMF 외환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취업에 실패한 이들도 상당수였고 제때 사회에 진입하지 못해 사회와 격리된 이들도 존재했습니다. 겨우겨우 자리를 잡아갈 무렵인 2008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습니다. 두 번의 경제위기 직격탄을 그대로 맞은 셈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스스로를 그래서 이들은 스스로를 ‘버림받은 세대, ‘낀 세대’라 부르기도 합니다.

 

지금의 20대는 어떨까요? 어린 시절부터 인터넷과 함께 자랐으며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서의 관계가 높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전 세대들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아 ‘단군 이래 최대 스펙’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죠. 그러나 유례없는 실업난으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취업을 하더라도 저임금의 계약직인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사회에 진출하자마자 이런 구조적 문제를 느낀 20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집단보다 자기 자신의 행복을 강하게 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20대와 40대는 각각 ‘막 사회에 진입한 세대’와 ‘기성세대로서 사회의 중추 역할을 하는 세대’입니다. 사회에서 맡고 있는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인식의 차이가 발생합니다. 또 각 세대가 겪은 사회문화적 차이도 양 세대 간의 ‘차이’를 만듭니다.

 

허프포스트코리아는 이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모바일 리서치 기업 오픈서베이를 통해 정말 20대는 보수화되었는지, 20대의 소비패턴은 40대보다 즉흥적인지, 통일과 북한에 대한 인식은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지, 정말 20대는 40대에 비해 ‘일’과 ‘회사’에 덜 매달리는지, 20대와 40대의 연애와 결혼은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등등에 대해 설문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2019 허프 기획] 20대와 40대의 가치관 차이 조사는 3월 12일부터 15일까지 매일 한 편씩 연재됩니다.

지난 1월, 국내 실업자 수가 122만 4천명을 돌파했다. 전년 같은 시점에 비해 무려 20만 4천 명이 늘어나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이다. 실업률도 처참하다. 실업률은 4.5%, 확장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은 13.0%를 찍었다.

취업난의 반대편에 있는 이들도 마냥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노동시장 양극화는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고,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직장인들도 나날이 늘고 있다.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작된 이후에도 업무 강도와 긴 근무 시간으로 신체적 피로를 느끼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줄어든 임금으로 생활고를 호소하는 직장인들도 있다.

어느 누구 하나 현재 노동시장에 대해 만족감을 표하지 않고 있는 지금, 허프포스트는 오픈서베이를 활용해 20대와 40대 직장인들의 직업관을 조사해봤다. 갓 첫 직장에 입사했을 20대와 중간 관리자급에 접어들었을 40대 모두에게 직장은 어떤 곳으로 여겨질까? 20대와 40대 직장인 각각 250명, 총 500명에게 직장은 꼭 다녀야 하는 곳이냐고 물어봤다.

 

이직과 퇴사

ⓒGeorge Doyle via Getty Images

입사 1~2년 차에 퇴사하는 조기 퇴사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 브런치에는 온 세상 퇴사자가 모두 모인 듯 퇴사 후기, 이직을 결심한 계기 등을 공유하는 글이 가득하다. 이들은 과연 왜 퇴사를 결심했을까?

설문에 참여한 500명 중 과반수(66.6%)는 이직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중 20대는 53.2%, 40대는 80%가 이직을 해본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직 경험이 있는 20대가 이직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낮은 연봉‘이었다. 그다음으로는 ‘직무와 맞지 않았음‘, ‘낮은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 수준‘, ‘직무 외 무리한 요구(회식, 과도한 잡무)’가 뒤를 이었다.

40대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40대 사이에서 이직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낮은 연봉‘이었고, ‘직무와 맞지 않았음‘, ‘직무 외 무리한 요구’도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20대와 40대가 느끼는 워라밸의 중요도다. 20대 이직 경험자 중 31.6%가 낮은 워라밸 수준을 이직 이유로 꼽은 반면, 40대는 그의 절반 정도에 미치는 18.5%가 이처럼 답했다. 

이직 또는 퇴사 결심을 처음 하게 된 시점 역시 크게 갈렸다. 20대 중 입사 후 1년 이내 이직을 처음 생각한 직장인은 69.9%에 달했으나, 40대 중에는 31%에 불과했다. 40대의 경우, 입사한 지 2년 6개월 이후 이직 생각을 했다는 답변이 32.0%로 가장 많았으며, 나머지는 입사 후 6개월 이내에서 2년 이내까지 골고루 분포되어 있었다. 

 

현 직장

ⓒSBS

″누구나 가슴에 3천원쯤사직서 한 장은 있는 거 잖아요”

직장 생활에 만족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중에서도 20대의 불만족 비율이 40대보다 월등히 높을 것이라고 보고 직장 만족도에 대해 물었다. 결과는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 

직장 만족도는 20대와 40대의 답변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20대와 40대 중 32.0%, 40.8%가 각각 현 직장이 좋지도 싫지도 않다고 답했으며, 만족스러운 편이라는 답변(20대 32%, 40대 40.8%)이 그 뒤를 이었다.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반응은 20대 중 17.2%, 40대 중에는 9.6%만이 선택하며 의외로 낮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들이 현 직장을 계속 다니는 가장 큰 이유는 ‘불안정한 고용시장’이었다. 전체의 30.4%는 취업 시장에 다시 뛰어들기 두려워서, 그리고 24.8%(20대 22.0%, 40대 27.6%)는 이직을 하고 싶지만 아직 갈만한 곳을 찾지 못해서라고 답했다. 결국 이직 생각은 있지만 실업자 신분이 불안하기 때문에 쉽사리 사직서를 내지 못한다는 뜻이다. 

기타 의견(7.8%)으로는 ‘나이가 너무 많아서‘, ‘너무 어렸을 때 직장에 들어왔더니 이제는 내가 뭘 원하는지, 다른 곳에 갈 수 있는 능력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 ‘정년 보장’ 등이 있었다. 

 

워크 앤 라이프

ⓒHero Images via Getty Images

‘그분 어떤 사람이에요?’ 하고 물으면 보통 출신이나 성격 대신 그 사람의 직업을 알려주곤 한다. 그만큼 일이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뜻이다. 이는 이번 설문 결과에서도 명백히 드러났다.

20대와 40대 모두 직업의 중요도를 높게 평가했다. 직업이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질문에 중요하다고 응답한 20대는 86%(매우 중요하다 44.8%, 중요하다 41.2%)로, 90%(매우 중요하다 45.6%, 중요하다 44.4%)인 40대와 비슷한 편이었다.  ‘전혀 중요하지 않다’를 꼽은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단위: (%) / 단수 응답
단위: (%) / 단수 응답 ⓒHUFFPOST KOREA

그렇다면 은퇴(약 60세)까지 직장생활을 하겠다고 답한 이들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일이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답한 20대 중 은퇴까지 직장 생활을 할 생각이라고 응답한 이들은 89.6%(163명)였으며, 40대는 91.3%(190명)에 달했다. 이 역시 한국 사람의 인생에서 일은 빠질 수 없는 요소로 여겨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만약 20대와 40대 직장인에게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이들은 과연 직장에 다니겠다고 답할까? 직장에 반드시 다녀야 하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20대는 68.0%로, 80.8%의 40대보다 낮았다. 이는 먹고살 돈만 있다면 굳이 직장을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20대의 수가 40대보다 근소하게 높다는 뜻이다. 

단위: (%) / 단수 응답
단위: (%) / 단수 응답 ⓒHUFFPOST KOREA

직장에 반드시 다녀야 한다고 답한 이들은 ‘생계 유지’를 공통적인 이유로 꼽았다. ”무료한 삶을 살지 않기 위해”, ”주변의 시선”, ”기본 소득이 지급되지 않는 한 인간은 스스로 자기 일에서 만족을 찾고 소득을 얻어 살아가는 게 목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하지 않는 사람은 먹지도 말라고 했다” 등의 이유도 언급됐다. 

반대로 직장에 다니지 않아도 된다고 답한 이들은 ‘만약’의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전체의 25.6%(20대 32%, 40대 19.2%)에 달하는 이들은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굳이 다니지 않아도 된다”, ”경제적 능력이 있다면 즐기며 사는 것도 좋겠다”, ”직장에 다니지 않아도 경제적 여건이 된다면 안 해도 된다. 한 번뿐인 인생 시간이 되돌아오는 것도 아니므로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고 싶다”라고 말했다. ”욕심 없이 산다면 가능하다”, ”‘직장=인생’은 아니다. 살아가는 방식은 다양하게 존재한다. 직장 안에 갇혀 그것이 전부인 양 따르기 때문에 각기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라는 답변도 있었다. 

 

정리

이번 설문은 20대는 40대보다 워라밸을 중시할 것이며 인생에서 일이 차지하는 비율이 낮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진행한 것이었다. 20대라면 월급을 모아봐야 집은 사기 어렵고 그럴 바에 여행이나 떠나자는 생각을 하진 않을까, 40대는 가정의 생계를 위해 직장 생활을 유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예상과 달리 20대와 40대 모두 일은 인생에서 중요한 요소이며 직장은 반드시 다녀야하는 곳으로 인지하고 있었다. 다만 워라밸의 중요도를 더 높게 따지는 20대가 40대보다 많다는 건 예측한 대로였다. 이는 생계유지를 위해 직장에 다니면서도 휴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20대가 많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0대 소비 트렌드가 워라밸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역시 같은 이유로 해석된다. 

이러나저러나 월급이 가장 중요했다. 

20대와 40대 모두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직업은 꼭 필요한 것이라고 인식했고, 돈만 있다면 직장은 굳이 다니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이직을 결심한 이유도 낮은 연봉 때문이라는 의견이 팽배했다. 결국 20대와 40대의 직업관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돈’이었다.

 

*이번 조사는 허프포스트가 모바일 리서치 기업 오픈서베이에 의뢰해 지난 4일 실시됐다. 표본수는 500명, 응답수는 500명이다. 표본오차는 ±4.38% (95% 신뢰수준)이며, 응답대상은 전국 20대 직장인 남·녀 250명, 40대 직장인 남·녀 250명 총 500명이다. 오픈서베이 결과는 여기를 클릭하면 확인할 수 있다. 

김태우 에디터: taewoo.kim@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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