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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16일 15시 14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12월 19일 15시 40분 KST

'원더우먼 1984'는 단순한 속편이 아니다. 원더우먼의 이야기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전작보다 더 강렬한 액션으로 돌아왔다.

Clay Enos/Warner Bros. Entertainment via AP
'원더우먼 1984' 감독을 맡은 패티 젠킨스(왼쪽)과 주인공을 맡은 갤 가돗이 촬영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패티 젠킨스 감독이 속편을 생각하기 시작한 건 ‘원더우먼(2017)’ 작업이 다 끝나기도 전이었다. 갤 가돗이 주연으로 출연한 첫 작품은 여성 주인공을 내세운 슈퍼히어로물이자 여성이 감독한 블록버스터 영화라는 부담감을 어깨에 지고 있었고, 회의적인 여론을 아직 해소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젠킨스 감독은 성공작이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이론적으로는, 아직 ‘원더우먼’ 영화를 만들지 않은 것이나 다름 없다고 생각했다.

″첫 영화는 히어로의 탄생에 관한 것이다.” 젠킨스 감독이 말했다. ”이제 그 히어로로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첫 작품이 달성해야 하는 어떤 구체적인 목표치 같은 건 없었지만 제작을 맡은 찰스 로븐은 후속편이 나올 것이라는 건 ”명백”했다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 8억2100만달러를 벌어들인 ‘원더우먼‘은 박스오피스 성공을 거뒀을 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 신경을 건드렸다. 이 영화는 모두가 꿈꿨던 대로 ‘이벤트 필름(event film ; 개봉 자체로 주요 사건이 되어 속편을 예고하게 만드는 영화)’이 됐고, 젠킨스는 이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고 무엇을 해야 마땅한지 생각해볼 때가 됐다는 걸 깨달았다.

Clay Enos/Warner Bros. Entertainment via AP
'원더우먼 1984'
Clay Enos/Warner Bros. Entertainment via AP
'원더우먼 1984'

 

속편이 관객들에게 선을 보이기까지의 여정은 길었다. 젠킨스는 역사적이고도 공평한 연출료 인상 계약을 체결했고(* 그는 속편 제작 대가로 900만달러를 받기로 했는데, 이는 전작에서 세 배 인상된 금액이자 역대 여성 감독 최고액이다), 극중에서 사망한 스티브 트래버(크리스 파인)를 부활시킬 방법을 찾아냈으며, 불과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상상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영화를 개봉하는 데 합의했다. 2억달러가 들어간 이 영화를 크리스마스 당일에 극장은 물론 스트리밍 서비스 HBO맥스에 무료로 공개하기로 한 것이다.

‘원더우먼 1984’는 전작에서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타협을 모르는 캐릭터로 그려진 다이애나 프린스가 시간을 훌쩍 건너뛰어 풍요의 시기를 배경으로 여정을 이어가는 모습을 그린다. 액션과 특수효과가 크게 늘어났고, (007의) 제임스 본드조차도 녹초로 만들었을 수준으로 세계 곳곳을 누빈다. 8개월 동안 이어진 촬영에서 스턴트와 특수효과팀은 대단히 야심찬 장면들을 구현하는 것을 시험했다. 242명의 스턴트우먼이 등장하는 아마조네스 대결씬, 실제 쇼핑몰의 아트리움에서 촬영한 복잡한 와이어 조작 작업이 필요했던 공중 구조씬, 그동안 한 번도 이뤄진 적 없었던 ‘공중에서 360도 트럭 뒤집기’ 씬 등이다. 

″속편을 늘 더 키워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다가 여러 가지 문제를 겪을 수도 있다.” 젠킨스 감독이 말했다. ”하지만 이번 건의 경우, 나는 사실 매우 구체적인 것을 목표로 삼았다. 내가 옛날에 봤던 1980년대 영화들, 온 식구와 모든 사람들이 즐겁게 볼 수 있는 거대한 엑스트라바간자(화려한 오락물) 말이다.”

관객들을 네온사인으로 빛나는 1980년대로 안내하는 이번 영화는 만화에서 가져온 두 명의 악당을 등장시킨다. 불안정한 과학자 바바라 미네르바가 라이벌인 치타 캐릭터(크리스틴 위그)로 등장하고, ‘더 만달로리안’의 페드로 파스칼이 야망으로 가득찬 사업가 캐릭터 맥스웰 로드를 연기한다. 두 캐릭터 모두 다이애나를 시험하는 역할이다.

Warner Bros. Entertainment via AP
'원더우먼 1984'
Warner Bros. Entertainment via AP
'원더우먼 1984'

 

가돗은 “1편에서 우리가 구축했던 순진한 모습의 다이애나 캐릭터와는 매우 다른 다이애나를 찾아냈다”고 말했다. ”그는 매우 외로운 캐릭터다.”

그러나 파인이 연기한 스티브 트레버가 사망한 지 거의 70년 만에 다이애나의 삶에 다시 등장하면서 다이애나는 잠시 행복을 맛보기도 한다.

파인은 ”여러 면에서 내 역할은 (극중에서) 갤과 사랑에 빠지고 그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이자 동지가 되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1편과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1편에서는 약간 지칠대로 지친 현실주의자였다면 2편에서는 근본적으로 밝고 눈부신 조수로 그려진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1980년대의 기술을 갑자기 맞닥뜨린 1918년에서 온 남자를 연기하는 게 ”믿을 수 없을 만큼 어려웠다”고 했다.

장시간 이어진 촬영과 재촬영은 아주 고된 일이었다. 젠킨스 감독은 ‘원더우먼 1984’가 스텝들이 참여한 작품들 중 가장 힘들었던 영화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영화를 관객들에게 선보이기까지 얼마나 복잡한 일들을 겪어야만 했을지에 대해 누구도 미리 계획을 세울 수는 없었을 것이다.

예정대로 됐다면, ‘원더우먼 1984’는 여성이 감독을 맡은 블록버스터 영화로서는 의미있는 한 해가 된 2020년에 가장 큰 수익을 올린 영화이자 ‘크라운 주얼’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든 게 뒤집어졌고, 젠킨스 감독과 로븐, 가돗, 그리고 워너브라더스의 모든 이들은 최적의 극장 개봉 시점을 찾아 고심을 거듭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 날짜는 적어도 2020년에는 오지 않을 것이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수가 계속해서 급증하자, 결국 절충안에 합의해야만 했다. 문을 연 극장에 개봉함과 동시에 모회사가 운영하는 스트리밍 서비스 HBO맥스 구독자들에게 무료로 공개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보다는 사정이 나은 해외 다른 극장들에서는 12월23일에 개봉한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가돗이 말했다. ”이제 (결국에는) 영화를 선보일 수 있게 돼서 마음이 놓인다.” 

Clay Enos/Warner Bros. Entertainment via AP
'원더우먼 1984'
Clay Enos/Warner Bros. Entertainment via AP
'원더우먼 1984'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한 ‘원더우먼 1984’ 계약에 따르면, 흥행수익(에 따른 개런티) 손실분을 상쇄하기 위해 가돗과 젠킨스 감독에게 추가로 돈을 지급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계약은 워너브라더스가 2021년에 발표할 모든 영화를 HBO맥스로도 동시에 개봉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다른 제작자와 파트너들을 놀라게 만들기 전에 체결됐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드니 빌뇌브 감독을 비롯한 거장 감독을과 극장 업체들은 이 전략을 비판했다. 스트리밍 개봉작 목록에 포함된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참여했던 젠킨스 감독과 로븐 역시 제작자들과 협의가 이뤄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개봉을) 이런 방식으로 하는 건 별로다.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워낙 수상한 시절이고 마땅한 해법이 없기도 하다.” 젠킨스 감독이 자신이 만든 영화에 대해 말했다. ”이런 개봉 계획이 완벽한 것도 아니고, 어떤 개봉 계획도 사실 완벽하지는 않다. 그게 중요한 포인트다.”

하지만 젠킨스 감독은 관객들이 마침내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어 기쁨을 감출 수 없기도 하다. 그는 이 영화가 고되고 힘들었던 올해의 끝자락에 조금의 기쁨을 선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스스로를 ‘크리스마스 인간’이라고 부르는 그에게, 영화가 크리스마스에 상영된다는 것 역시도 금상첨화다.

″솔직히 말하자면, 크리스마스에 사람들이 보게될 영화를 내가 만들었다는 걸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그가 말했다. ”정말 특별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