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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8월 20일 16시 14분 KST | 업데이트됨 2021년 08월 20일 16시 18분 KST

대체 누굴 위한 유니폼인가? 여자배구 '짧은 바지' 유니폼에 대해 선수들이 직접 밝힌 고충

같은 종목, 다른 복장

어느 때보다 여자배구 인기가 뜨겁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4강 신화’를 이룬 올림픽 여자배구 대표팀은 올여름 온 국민에게 뜨거운 감동을 선사했다.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즐겁게 배구 경기를 보다가도 많은 이들이 느꼈던 의문 한 가지가 있다. 대체 여자배구 유니폼은 왜 이렇게 짧고 타이트 한 걸까? 성별만 다른 남자배구 유니폼은 여성 유니폼보다 핏이 넉넉하고 하의 길이도 길다. 육안으로만 봐도 차이가 크다.  

뉴스1
(자료사진) 여자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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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여자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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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남자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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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남자배구

여자배구 유니폼을 개선해달라는 목소리는 예전부터 쭉 이어져 왔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개선 요구 목소리는 더 커졌다. 배구 팬들과 네티즌들은 ‘경기 중간중간 달라붙어 올라간 복장을 내리면서 신경 쓰는 선수들이 보인다’ ‘복장 규정이 성차별적이다’ ‘경기력에 복장이 무슨 상관이 있냐’고 지적했다. 

흥국생명 제공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 핑크 스파이더스는 2013-2014 시즌에 착용할 치마 바지 형태의 새 유니폼을 16일 공개했다. 2013.10.16

 

몸매 강조하는 여성 유니폼이 스포츠 마케팅?

타이트한 여성 유니폼이 국내에 자리 잡게 된 시기는 1990년대 후반 여자 프로농구를 시작으로 여성 스포츠 프로화가 확산하면서다.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해 종목별, 구단별로 내세운 전략은 ‘유니폼’이었다. 여자 선수 몸매가 드러나는 유니폼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려는 의도였다. 

대한배구협회는 1999년 슈퍼리그 개막 당시 ‘어깨와 엉덩이 라인이 드러나는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었다가 선수들이 강하게  반발하자 무산시켰다. 2013년에는 여자배구 흥국생명이 짧은 바지 위에 치마를 덧입힌 ‘치마바지 유니폼’을 도입했다.

치마바지 유니폼을 도입했던 흥국생명 최진섭 브랜드디자인 팀장은 “치마바지 유니폼은 유럽 프로배구 무대에서 벤치마킹한 사례”라며 “여성미가 강조되고 활동성도 용의할 것이라는 판단해 도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몸매가 강조된 유니폼이 스포츠 본질을 훼손시킨다는 지적이 일었고, 흥국생명은 1년 만에 바지 유니폼으로 복귀했다.

JTBC
2013년 JTBC 보도 캡처

김정효 스포츠철학 박사는 JTBC 뉴스에서 짧고 달라붙는 치마바지 유니폼을 두고 “구단이 손쉽게 관중 시선을 모으는 방법”이라며 “마케팅 일환이라 볼 수 있으나 성공한 예는 거의 없다”고 했다.

 

짧은 유니폼에 대한 선수들 생각

E채널
E채널 ‘노는 언니’

보는 사람도 불편한데 직접 입고 경기를 뛰는 선수들은 오죽할까. 여자배구 선수들도 짧은 하의 등 유니폼과 관련해 불편함을 드러낸 바 있다. 

배구선수 출신 해설위원 한유미는 지난해 E채널 ‘노는언니’에 출연해 짧은 유니폼때문에 겪는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우리도 옷이 너무 짧아서 (스틱형 생리대를) 해야 한다. 안 그러면 다 보인다”고 전했다.

뉴스1
김연경,김사니

김연경 절친인 배구 코치 김사니도 2007년 현역 시절 한겨레 인터뷰에서 “짧아진 유니폼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이기는 한다. 등도 보이고, 바지도 자주 올라간다”고 고충을 전했다. 한국프로배구연맹은 2006~2007년 V리그 당시에도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짧은 유니폼을 입히는 전략을 여전히 내세웠다. 

당시 김사니는 매체에 “짧아진 유니폼을 팬들이 좋아하는 것 같기는 하다. 요즘에는 운동만 잘해서 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지 않냐”고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Youtube
코보티비

흥국생명 신예 레프트 박현주는 유튜브 ‘코보티비’ 인터뷰에서 “여자배구 선수라서 힘든 점은?”이라는 질문에 “바지가 너무 짧다”고 언급했다. 화이트 보드에 ‘짧은 쇼트’라고 적은 그는 답변한 후 재빨리 답을 지웠다. 

한국배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개정 전 V-리그 복장 규정/2021년 현재 V-리그 복장 규정

규정 개정되어도 복장은 그대로

한국배구연맹이 정한 여자배구 유니폼 하의 규정 역시 문제가 됐다. 2019~2020리그까지 이어오던 유니폼 하의 항목에서 남자는 ‘허리와 길이는 헐렁하거나 느슨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 여자는 ‘허리와 길이(하지장 12cm이내)는 타이트해야 하며 몸 선에 맞춰야 한다. 반바지 스타일(치마바지)이거나 골반 쪽으로 파인 삼각형 모양이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2020~2021시즌부터 하의 규정은 ‘유니폼 하의의 허리와 길이는 헐렁하거나 느슨하지 않게 몸에 잘 맞아야 한다’는 공통된 내용으로 수정됐다. 그러나 현실에서 여자배구 전구단 바지 길이는 아직 그대로다.      

한국배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국제배구연맹(FIVB)의 이벤트 규정 내 유니폼 규정

과연 우리나라만 문제일까?

유니폼 문제는 다른 나라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올림픽 경기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여자배구팀 유니폼이 너무 짧다”는 글이 지속해서 올라왔다. 이번 올림픽에서 여자 2위, 남자 4위를 기록한 ‘배구 강국’ 브라질팀 배구 유니폼도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Xinhua News Agency via Xinhua News Agency via Getty Ima
2020 도쿄올림픽 브라질 여자배구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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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 올림픽 여자 배구 준결승에서 한국과 브라질이 경기를 하고 있다.
JUNG YEON-JE via AFP via Getty Images
2020 도쿄 올림픽 브라질 남자배구 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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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올림픽 남자 배구 준결승에서 만난 브라질과 러시아 올림픽 위원회 ROC

한국배구연맹은 올림픽 이후 쏟아진 여성배구 유니폼 문제 제기에 입장을 밝혔다. 연맹 측은 이데일리에 “V-리그 유니폼 규정은 국제배구연맹인 FIVB의 이벤트 규정 내 유니폼 규정에 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우려하시는 점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관련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니 양해를 부탁드린다”며 향후 유니폼이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소윤 에디터 : soyoon.lee@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