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제 사회의 여성 정치인들이 '남성들의 규칙에 반해' 옷을 고르는 법 (화보)

"너무 여성적"이거나, "너무 화려하"거나, "너무 수수하게" 옷을 입었다는 지적을 받는다.

*2019년 10월, 허프포스트 미국판에 실린 기사입니다.

여성 정치가들은 자기표현을 추구하는 데 줄곧 방해를 받아왔다. 여성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드레스 코드가 사용되는 일은 종종 있었다. 소니아 소토마요르 미국 대법관은 2009년 인사청문회를 위해 자신의 시그니처인 붉은 손톱을 포기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2012년, 당시 프랑스 주택부장관이었던 세실 뒤플로가 파란색과 흰색 패턴의 원피스를 입고 나타나자 국회의원들은 야유와 휘파람을 불었다. 한 의원은 ”계속, 저 원피스 단추를 풀어라!”라고 외쳤다.

2019년 9월, 테레사 벨라노바 이탈리아 농림부 장관은 취임하면서 파란색 원피스를 입었다는 이유로 ”오늘 핼러윈이냐” 등 비아냥과 비난을 들었다.

테레사 벨라노바는 9월 5일 로마에서 열린 이탈리아 각료들의 취임 선서식에서 선명한 파란색 드레스를 입었다.
테레사 벨라노바는 9월 5일 로마에서 열린 이탈리아 각료들의 취임 선서식에서 선명한 파란색 드레스를 입었다.

정부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복장을 선택할 때 너무 여성적이지 않으면서도 또 너무 무섭게 보이지 않도록 강요받고 있다. 젠더 연구 교수 시라 타란트는 ‘패션 토크’라는 책에서 ”여성성은 인위적이고 남성성은 자연적인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고 지금도 존재한다”고 썼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선택의 피로를 줄이기 위해 옷 디자인 선택을 항상 비슷하게 유지한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여성 정치인은 이같은 선택을 하기 어렵다.

미국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뉴욕 파슨스 디자인스쿨의 론다 개럴릭 패션학 교수는 ”남성 동료는 간단한 결정으로 어두운 수트를 입으면 되지만 젊은 여성이 같은 권력을 보이기 위해 옷을 선택하려면 훨씬 더 많은 선택과 고려가 따른다”고 말했다.

철학자 크레시다 헤예스는 ‘패션 토크’에서 ”페미니스트가 뭘 입든 무관심, 중립, 자연스러움 등으로 보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썼다. 왜 애니타 힐의 말을 사람들이 믿지 않았는지, 왜 힐러리 클린턴이 본능적인 증오를 불러일으키는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가 논란의 대상이 됐는지, 왜 볼드리니 전 이탈리아 하원 의장이 강간 살해 협박을 반복적으로 받았는지에 대한 이유 중에는 그들의 복장에 대한 언급도 매번 포함되어 있다.

요즘 여성 정치가들은 이런 정형화된 복장 규정을 벗어난 복장을 선보이고 있다.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 대법관의 정교하고 상징성이 강한 목걸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마카롱 컬러 자켓, 테레사 메이 전 영국 총리의 화려한 패턴 구두 등이 대표적이다.

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는 런던 다우닝가 10번지로 가며 표범무늬 구두를 신었다.
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는 런던 다우닝가 10번지로 가며 표범무늬 구두를 신었다.

바네사 프리드먼은 ‘드레스 라이크 어 우먼(Dress Like A Woman)’이라는 책에서 ”여성들의 일터에서의 복장은 그 어떤 발언보다도 눈에 띄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디아나퍼듀대학 메가 안워 교수는 단지 보이는대로 개인의 스타일을 읽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안워는 허프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정치 패션에 대해 ”아직까지는 권력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기보다는 남성들이 독점하는 권력 구조 속에서 남성들이 만들어 놓은 규칙으로 참여하는 여성들이 만든 것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

2016년 대선 운동 당시 클린턴의 복장은 1990년대 파워 슈트의 날렵한 재해석으로 보였다. 보수적인 헤어컷과 대비되는 눈에 띄는 컬러 톤이 유쾌한 시각적 긴장감을 선사했다. 그는 깨끗하고 기억에 남는 모습을 위해 국무장관 시절부터 질감 있는 소재의 재킷 대신 매끈한 질감의 재킷을 즐겨 입었다. 깔끔한 컬러 재킷은 지루해 보이지 않았다. 또한 남성 정치인들이 선거 유세 길에 자주 하듯, 소매를 접어 올린 셔츠를 입으며 일을 했다.

수년간의 여성혐오자들의 비난의 대상인 그의 헤어스타일은 무사의 헬멧같이 강하면서도 얼굴 주위에 부드럽게 휘어지는 스타일이다. 작가 록산 게이는 이 모습을 ”평생 여성 대통령을 보고 싶어 하는 여성들을 위한 집회의 상징”이라고 평가했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는 고전주의자 겸 역사학자 메리 비어드와의 대화 중 ”정치란 일반적으로 지옥”이라고 말하며 ”여성 정치가들은 확실한 ‘포지션‘이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시그니처’ 헤어스타일까지 있어야 해서 아마도 이중 지옥일 것 같다”라고 말했다.

2015년 뉴햄프셔 주에서 선거운동 중인 힐러리 클린턴
2015년 뉴햄프셔 주에서 선거운동 중인 힐러리 클린턴
2015년 9월 8일 '엘렌 드제너러스 쇼'에 출연 중인 힐러리 클린턴
2015년 9월 8일 '엘렌 드제너러스 쇼'에 출연 중인 힐러리 클린턴
 2015년 11월 19일 뉴욕에서 연설 중인 힐러리 클린턴
 2015년 11월 19일 뉴욕에서 연설 중인 힐러리 클린턴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아던의 ‘편한’ 스타일은 그의 공동체 우선주의 정치와 상대적인 삶의 선택의 연장선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는 중고품 가게에서 산 옷을 입기도 하고, 머리를 가볍게 스타일링한다. 동네 술집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러 가는 평범한 회사원처럼 옷을 입는다. 뉴질랜드의 국가적인 가치는 친절과 친밀감을 강조한다. 그는 특이한 건축 조각 모양의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마오리족과 이슬람 공동체와의 공감과 연대를 나타내기 위해 코로와이와 두건을 착용하기도 했다.

재신다 아던 총리가 2018년 5월 17일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열린 2018년도 예산 발표회에서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재신다 아던 총리가 2018년 5월 17일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열린 2018년도 예산 발표회에서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아던은 2019년 3월 16일 이슬람 사원에서 학살 사건이 발생하자 이슬람 공동체 대표들과 만났다.
아던은 2019년 3월 16일 이슬람 사원에서 학살 사건이 발생하자 이슬람 공동체 대표들과 만났다.
아던은 2018년 11월 7일 뉴질랜드 라타나에 있는 한 교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아던은 2018년 11월 7일 뉴질랜드 라타나에 있는 한 교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카트린 야콥스도티르 아이슬란드 총리

야콥스도티르는 범죄소설 전문가 겸 환경 전문가로, 임금 격차 해소와 탄소 중립성 달성을 목표로 한 진보적 정책을 선보였다. 그의 스타일은 모두 한결같이 세련됨이 돋보인다. 깔끔한 라인, 다크 베이직, 원색이 돋보이는 ‘노르딕’ 배색도 눈에 띈다. 그의 스타일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팬츠 슈트와는 거리가 멀다. 헐렁한 중간 길이 스커트와 함께 크롭 스웨터를 입고, 메르켈과의 기자회견에 옥스포드 구두를 신고 다녔다. 전 세계 국회의원들이 선호하는 단색 미학에서 벗어나, 정책 발표를 위해 의회에 설 때, 장난기 가득한 색-블록 디자인의 니트를 입기도 했다.

카트린 야콥스도티르 아이슬란드 총리(오른쪽)가 2018년 3월 19일 베를린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기자들과 대화를 준비하고 있다.
카트린 야콥스도티르 아이슬란드 총리(오른쪽)가 2018년 3월 19일 베를린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기자들과 대화를 준비하고 있다.
야콥스도티르 총리와 메르켈 총리가 독일 베를린에서 회담을 가졌다.
야콥스도티르 총리와 메르켈 총리가 독일 베를린에서 회담을 가졌다.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초대 자치 장관

스터전은 한 때 호전적인 노파의 스코틀랜드 속어인 ”니피 스위티”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가 설명하기론, 그는 남성 동료들과 어울리기 위해 남자 동료들과 ‘대립적인 스타일’을 적용했다. 그의 복장도 이러한 노력을 반영했다. 그는 자신의 유산가면증후군에 대해 공개적으로 밝히며 대부분의 세계 지도자들이 하지 않는 방식으로 취약성을 포용했다. 그는 색과 디테일이 모두 뚜렷한 여성복 스타일을 입는다. 보통 웜톤의 단색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차려입고 우아한 시그니처 실루엣을 살리기 위해 높은 허리 라인의 재킷을 입는다.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초대 자치 장관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초대 자치 장관
스터전이 2018년 5월 31일 의회에서 걷고 있다.
스터전이 2018년 5월 31일 의회에서 걷고 있다.
2018년 9월 4일 의회에 도착한 스터전
2018년 9월 4일 의회에 도착한 스터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메르켈은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 36세의 물리학자였으며 동독에 살고 있었다. 흥분한 군중들과 함께 하는 대신, 그는 매주 가는 사우나를 방문했다.

그의 자제력과 지도력은 개인 스타일에도 반영됐다. 90년대 헬무트 콜 총리가 그에게 ‘마드첸(작은 소녀)’이라는 호칭을 붙였을 때, 메르켈은 단발 헤어스타일과 소련 팔레트 블레이저 차림의 충실한 실습생 같은 스타일이었다.

오늘날, 2005년 이후 독일의 총리로서, 그는 독일 정치의 중심이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이다. 그의 스타일은 금욕주의를 나타낸다. 패션 비평가들은 그의 의상은 모호하고, 터벅터벅하며, 상상력이 부족한 것으로 비평했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하며 똑같은 색깔의 블레이저와 어두운 색의 바지 같은 효율적인 복장 공식을 고수했다. 작가 롭 영은 ‘파워 드레싱’이라는 책에서 ”그의 스타일은 일관성과 신중함을 과시했는데, 이는 독일 정치에서 일반적으로 높이 평가되는 두 가지 자질”이라고 말했다.

1991년 10월 11일 앙겔라 메르켈은 독일의 여성 및 청년 장관으로 취임했다.
1991년 10월 11일 앙겔라 메르켈은 독일의 여성 및 청년 장관으로 취임했다.
메르켈과 1993년 당시 총리였던 헬무트 콜
메르켈과 1993년 당시 총리였던 헬무트 콜
2014년 12월 10일 독일 쾰른에서 메르켈 총리
2014년 12월 10일 독일 쾰른에서 메르켈 총리
2015년 3월 18일 베를린에서 국무회의를 위해 도착한 메르켈 총리
2015년 3월 18일 베를린에서 국무회의를 위해 도착한 메르켈 총리

마고 월스트롬 스웨덴 외무장관

‘바라보는 방법(Ways of Seeing)’의 작가 존 버거는 젠더 인식에 대해 ‘남성의 존재‘가 그가 당신에게 혹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면, ‘여성의 존재’는 여성에게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규정한다고 썼다.

학대 생존자 마고 월스트롬은 그 진실을 바꾸는 것을 그녀의 일생의 사명으로 삼았다. 스웨덴의 외무부 장관으로서, 그는 세계 최초의 페미니스트 외교 정책을 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우디가 여성을 여전히 ‘중세 시대’의 방식으로 취급하는 것을 비난했으며, 스웨덴이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한 최초의 유럽 국가가 되는 데 공을 세웠다.

스웨덴은 전통적으로 검은색을 많이 입는 나라다. 그에 반해 월스트롬의 반짝이는 안경과 무늬가 있는 스카프, 활기찬 재킷은 고의적이고 파괴적인 느낌을 준다. 그는 가끔 올블랙에 활력 넘치는 꽃무늬나 기하학적인 무늬로 대치되는 포인트를 주는 것을 좋아한다. 또한 민무늬와 튀지 않는 옷을 좋아하는 전통적인 스웨덴의 분위기 속에서 레이스 등 페미닌한 디테일을 담은 옷을 착용하며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세운다.

2018년 7월 11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연설 중인 마고 월스트롬 외무장관
2018년 7월 11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연설 중인 마고 월스트롬 외무장관
 2019년 3월 19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독일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외무장관 회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마고 월스트롬 
 2019년 3월 19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독일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외무장관 회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마고 월스트롬 

플라비아 클라이너 스위스 정치 활동가

25년 동안 스위스는 유럽에서 가장 성공한 우파 정당의 거점이었다. 스위스의 국수주의적이고 반이민적인 의제는 정치 활동가 플라비아 클라이너를 전투적으로 만들었다. 그의 노력으로 사소한 범죄로 이민자들을 추방하자는 제안을 없앨 수 있었다. 클라이너는 극우파의 부상을 막기 위해 스타일리시하게 노력하고 있다. 그의 패션 스타일은 실리콘 밸리 경영진과 대륙 정치계의 거물들의 결합인 느낌을 갖고 있다. 대부분 짙은 청바지, 색 있는 셔츠, 우아하게 구부러진 겉옷을 입는다. 그가 입는 보석 색의 트렌치코트는 메르켈과 스터전을 연상시킨다.

플라비아 클라이너
플라비아 클라이너

인도의 정치인이자 활동가인 아티시

아티시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인도의 정치인이자 활동가는 수도 뉴델리에서 진행 중인 공립학교 제도의 개혁으로 초당파적인 찬사를 받았다. 수십 년 동안의 무관심으로 인해 많은 공립학교 사회기반시설은 잃어버린 명분처럼 보였고 인도의 사회주의 이념의 죽음을 상징했다.

이에 아티시는 놀라운 반전을 선사했다. 그는 북인도 여성 노동자 계급이 입는 초라한 면 ’살바-카메즈- 옷을 입는다. 권력층이 선호하는 창백하고 바삭바삭한 사리스(Saris)를 의식적으로 거부하는 것이다. 그의 의복은 그의 활동성을 드러낸다.

아티시가 2017년 5월 3일 뉴델리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했다.
아티시가 2017년 5월 3일 뉴델리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했다.
아티시가 그의 집에서 찍은 사진
아티시가 그의 집에서 찍은 사진

여성 정치가들은 가부장제 사회에 ‘어떻게 정치가로서 야망을 드러낼지’ 시험에 놓이게 된다. 정치에서 여성의 옷 선택은 자산이 될 수 있다. 오카시오-코르테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큰 금색 후프(귀걸이)를 착용하며 트위터에 ”혹시 누군가가 브롱스(Bronx) 소녀들에게 후프를 빼라고 하면 의원이 입은 복장을 하고 있다고 답하라”고 적었다. 수단 반정부 시위자 알라 살라는 전통 투우를 입고 노래 시위를 벌이는 모습은 군대를 이끌고 전투에 나선 누비아 전사 여왕들을 보는 듯했다.

여성들이 정치에 참여할 때 가부장제 사회와 싸울 필요가 없길 바랄 뿐이다. 복장 선택에 과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서도 남성 동료들처럼 자신의 정치적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길 바란다. 매우 공평하고 합리적인 희망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