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20대 여성은 청년 아님??" 이대남에만 집중하는 이재명-윤석열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20대 여성 둘 중 한명은 이재명도 윤석열도 싫어하는데...

이재명-윤석열 
이재명-윤석열  ⓒ뉴스1

거대 양당의 후보들이 내년 대선의 최대 ‘스윙보터’인 청년들을 향해 표심 경쟁에 나섰지만, 이들이 주목하는 청년은 일부 20대 남성집단에 한정되어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치권이 이른바 ‘이대남 잡기’에 매몰돼 20대 여성을 포함한 청년층이 겪는 사회 구조의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2일 청년 세대와의 접점을 넓히겠다며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투어를 시작했다. 전국의 청년들을 만나 그들의 어려움을 직접 듣겠다는 취지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경선 승리 다음날 ‘대한민국 청년의 날’ 기념식으로 달려가 청년에게 “미안하다”며 몸을 낮췄다. 양 쪽 캠프 모두 ‘엠제트’(MZ) 세대를 이번 대선의 ‘승부처’로 보고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는 지난 8일 “이재명이 문재인 정부의 페미 우선 정책과 차별화를 이뤄낸다면 젊은 남성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중앙선대위 참석자들에게 배포했다. 10일에는 “광기의 페미니즘을 멈춰주시면 이재명 후보를 기쁜 마음으로 찍겠다”고 한 글을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두 글 모두 이재명 후보가 청년세대에서 지지율이 낮은 것이 ‘페미니즘과 성평등 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한 글들이다. 윤석열 후보는 지난달 21일 ‘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를 양성평등 공약이자 청년 공약이라고 주장했다. 청년 관점에서 공정한 법 집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대표 분야 중 하나가 성범죄라는 주장이다. ‘반여성’을 기치로 삼은 일부 20대 남성들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서울 시내의 한 갤러리 
서울 시내의 한 갤러리  ⓒ뉴스1

두 후보 모두 여성가족부의 이름을 성평등가족부나 양성평등가족부로 바꾸겠다고 공약했다. 이 후보 캠프 쪽은 당초 성평등 기능 강화에 초점을 둔 명칭 변경을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후보의 최근 설명은 결이 다르다. 이 후보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되는 것처럼, 남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것도 옳지 않다”고 했다. “(여성가족부가)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홍보 등으로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겨 줬다”고 한 윤 후보와 유사한 설명이다.

 

‘반페미’ 동의 않는 남성들도 누락 

이를 두고 이들의 청년 정책이 여성주의에 적대적 성향을 보이는 특정 청년 남성에 집중되어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두 후보의 ‘이대남 표심잡기’에서는 20대 여성은 아예 보이지 않을뿐더러 ‘반페미’에 동의하지 않는 또래 청년 남성들도 모조리 누락되어 있다. 모든 사회 구조적 문제를 ‘페미니즘’ 탓으로 돌리는 자극적인 수사가 실제 청년들이 마주하는 곤경을 가려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에 청와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올해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에 청와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뉴스1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선 이 후보의 커뮤니티 글 공유를 두고 ‘전략적 실기’라는 비판과 함께 ‘좌절감까지 느낀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민주당의 한 여성 비서관은 “여론조사를 보면 2030 여성들의 지지율도 나오지 않고 있는데 무슨 근거로 이들을 ‘집토끼’로 보고 있는 것인지 좌절감이 크다”고 했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도 “그 글을 왜 공유하는지 모르겠다. 이대남 잡으려다가 이대녀도 잃고 둘 다 잃겠다”며 “내부적으로 후보에게 그런 글을 올리지 않았으면 한다는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양당 후보에 대한 20대 여성들의 냉담함은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난다. 리서치뷰가 지난 6∼7일 18세 이상 전국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선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 이재명·윤석열 후보 중 누구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0대 여성이 47%로, 20대 남성(25%)보다 두배 가까이 높았다.

거대 양당의 대선후보라면 ‘이대남 정서’에 영합할 것이 아니라, 메시지의 이면에 놓인 사회·경제적 곤경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희정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는 “단순히 ‘반페미’ 글 올려놓고 ‘절규를 듣는다’고 합리화하는 것은 무책임을 넘어 잘못된 정치다.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이런 글들을 쓰는 청년들이 놓인 사회적인 조건들을 어떻게 개선할지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임재우 최윤아 서영지 조윤영 기자 abbado@hani.co.kr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여성 #이재명 #윤석열 #20대 여성 #이대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