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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은 '셀프 헬프' 중 : 20대 여성은 우울하면 치료 받아야 하는 걸 아는 첫 세대다

"‘정신의학과 어디가 좋다더라’가 생활정보처럼 통용되는 현실"

  • 이소윤
  • 입력 2020.12.02 11:58
  • 수정 2020.12.02 13:37
안주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마인드맨션 원장.
안주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마인드맨션 원장. ⓒ한겨레

“병원을 찾는 분들을 성별·나이대로 나눠보면 20대 여성이 20~30%로 가장 많이 오는 편이다. 이들에겐 정서적 스트레스가 너무 흔한 일이다.”

안주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마인드맨션 원장)는 20대 여성을 진료실에서 만난다. 그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지금 20대 여성들 사이에서는 ‘셀프 헬프’(보건·의료 전달체계에서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가 주도하는 형태)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지금 20대 여성들은 옆에서 친구가 힘들어보이면 ‘지금 진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서로 말해주고, 함께 병원 가보자고 지지해준다. 이들은 청소년기에 학교에서 우울증 검사를 받은 첫 세대이고, 우울하면 치료받아야 하는 걸 아는 첫 세대다.”

예전 양호실처럼 2008년부터 초중고 안에 심리상담실 ‘위클래스’가 생겼다. 지금 20대는 이를 경험한 첫 세대다.

ⓒPonomariova_Maria via Getty Images

 “많은 이들이 병원 문을 두드리는 것은 지금 20대들이 서로 ‘우리 죽지 말자’라는 셀프 헬프를 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안 원장의 병원에는 ‘친구가 소개해줬어요’라며 찾아오거나, 친구끼리 연인끼리 함께 병원에 방문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했다. 그는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병원 어디가 좋다더라’ 같은 우울증 진료 정보가 마치 생활정보처럼 통용되는 현실이라고 전했다.

이렇게 20대 여성들이 필요하다고 느껴지면 적극적으로 정신의학과를 찾는 건 그들의 강점이라고 안 원장은 진단한다. 하지만 그는 20대 여성의 우울증은 특히 후반기 치료가 어렵다고 했다.

ⓒPonomariova_Maria via Getty Images

“초발 우울은 많이 치료되는 편이지만, 치료 후반기엔 환자가 우울증을 유발하는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게 조처하는 게 중요한 데 그게 어렵다.”

우울증이 어느 정도 회복된 뒤엔 사회적 환경이 중요한데, 여성혐오적 문화나 취업 때 맞닥뜨리는 성차별적인 구조 등 20대 여성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 상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기 때문이다.

“성범죄나 성차별이 만연한 현실이 바뀌지 않으면 완전히 회복되기 어렵다. 아무리 노력해도 좋은 마음을 갖기 어렵다.”

안 원장은 우울증 환자의 회복엔 ‘내 삶이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필요한데, 지금 20대 여성들이 희망을 갖기 어려운 사회라고 했다.

“우울증이 있는 상태에선 검은 선글라스를 낀 것처럼 현실에 아무 희망이 없다 느껴지는 ‘인지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의사로서 환자에게 ‘당신의 미래관이 왜곡되어 있을 뿐 세상은 그렇게 어두운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럴 수가 없다. 실제 20대 여성들의 주변 환경이 부당하고 차별적이며 희망적이지 않은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는 코로나19로 경제적 위기에 몰린 20대 여성들이 병원을 제대로 찾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가는 걸 우려했다.

“코로나19로 아르바이트가 끊겨 병원 치료비 내기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 20대 여성들이 고립되거나 가정에서 지지를 못 받는 경우 서로 연대가 필요한데, 코로나19로 인해 얼굴 보고 만날 기회가 적다. 사회적 연결과 환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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