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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올림픽 체조 '마루 운동' 종목에서 왜 여자 선수 경기에는 음악과 안무가 필수지만 남자 선수 경기에는 아닐까?

올림픽에서 여자 체조 경기는 1928년 처음 도입됐다.

이윤서 선수
이윤서 선수 ⓒLIONEL BONAVENTURE via Getty Images

체조 경기를 보다 보면 남자 선수와 여자 선수의 경기에 차이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바로 ‘마루 운동’ 종목에서 여자 선수 경기에는 음악이 필수 요소로 등장하지만, 남자 경기에는 음악이 없다. 체조 경기 규정에 의하면 마루 종목에서 여자 선수의 경우 남자 선수보다 보다 20초 긴 90초 동안 경기를 펼쳐야 하며 내내 음악을 연주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성 선수의 경우 ‘안무’에 맞춰 경기를 펼쳐야 하며 음악의 길이에 맞게 체조 동작을 맞추지 않으면 감점을 받을 수 있다.  

미국 남자 체조 협회의 제이슨 우드닉 부사장은 ”심판은 여성 체조 선수에게 예술성, 음악성, 안무에 대한 점수를 주는 반면 남성은 대부분 체조 실력만으로 점수를 매긴다”고 말했다.

 

자료사진
자료사진 ⓒVCG via Getty Images

 

같은 종목인데 대체 왜 이런 차이가 있을까?

먼저 남자 체조 경기는 올림픽에서 1896년 최초로 도입됐고, 여자 체조 경기는 거의 30년이나 더 뒤인 1928년 처음 도입됐다.

CNN에 따르면 과거 처음 여자 체조 선수들이 출전할 당시에는 체조 운동 능력을 중요시하는 현재와 달리 ‘여성성‘과 ‘유연성’을 보여주는 게 우선이었다.

전직 체조 선수 조지아 서빈은 ”당시 여성 체조 선수들은 아름다움과 유연성을 강조하는 부드럽고 리듬감 있고 유려하며 우아한 동작을 할 것으로 기대를 받았다”고 말했다. ”반면 남자 체조 선수들의 마루 동작은 오히려 힘을 강조했다.”

햄프셔 대학의 여성 체조 수석코치 린지 아요트는 ”남자 체조 선수들의 경기에는 음악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남자 선수 경기 채점 요소에 무용 요소가 없어 굳이 할 필요가 없다”

즉, 여자 체조 경기에 음악이 사용된 건 당시 여성은 남자 선수만큼 운동 능력을 보여줄 수 없다는 성별 선입견 때문인 것이다.  

스미스소니언 국립 박물관의 제인 로저스 큐레이터는 “1910년대와 1960년대 사이, 격렬한 운동은 여성과 그들의 생식 건강에 좋지 않은 것으로 여겨졌다”고 말했다.

″심지어 의사들도 여성들이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격렬한 운동은 여성들에게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시몬 바일스 선수
시몬 바일스 선수 ⓒDeFodi Images via Getty Images

 

하지만 2021년 여성 체조 선수들은 1928년과 달라졌다.

아요트는 ”현재 여자 체조에서는 춤과 예술성에 집중하기보다 선수들의 힘과 기술에 더 초점을 맞춘다”고 말했다. ”여전히 규칙에 따라 안무가 필수긴 하지만 점점 안무의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 여자 체조 선수들은 남성 선수 못지않게 더 높은 수준의 공중회전을 하고 있다”

″미국 시몬 바일스 같은 선수는 기존의 편견을 깨고 남자 선수도 어려워하는 기술을 선보인다.” 서빈의 말이다. ”그는 최고의 체조 움직임을 보여줘야 할 뿐만 아니라 안무까지도 맞추고 경기 내내 웃어야 한다.” 

이윤서 선수
이윤서 선수 ⓒLIONEL BONAVENTURE via Getty Images

 

시몬 바일스는 실제로 대회에서 최고 난이도의 동작을 펼치고도 국제 체조 연맹이 ”너무 어렵고 위험한 동작이라 다른 선수들이 따라 하다가 부상을 입을 수 있다”란 이유로 오히려 감점을 받은 바 있다. 이러한 결정 역시 여성 체조 선수를 향한 차별과 편견이 여전히 체조계에 만연하다는 걸 보여준다. 

″체조 경기가 좀 더 포용적이고 진보적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남성도 원하면 경기 중 음악을 사용할 수 있고, 여성도 원하면 음악 없이 경기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서빈이 덧붙였다. 

 

 

 

안정윤 에디터:  jungyoon.ahn@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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