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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풋린이 시점]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이 아시안컵 결승전까지 올라갈 줄 누가 상상이나 했어?

우승까지 가보자고!

대한민국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
대한민국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 ⓒ뉴스1

다시 또 그날이 왔다. ‘국뽕’이란 것이 온몸 가득 차오르는 시간, 올림픽 시즌 말이다.

지난 여름, 대한민국 국민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도쿄올림픽에 완전히 몰입했다. 우리는 평소에 관심이 전혀 없었던 양궁 경기를 찾아봤고, 여자 배구 선수들의 이름을 줄줄이 외웠으며, 근대 5종은 펜싱·수영·승마·사격·육상 크로스컨트리로 이뤄진 종목이라는 사실을 마치 원래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말하고 다녔다.

2020 도쿄올림픽 당시 안산과 김연경.
2020 도쿄올림픽 당시 안산과 김연경. ⓒ뉴스1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우리는 안산의 방송 인터뷰를 챙겨 보거나, 김연경의 중국 리그 소식까지 뉴스에서 찾아본다. 선수들이 흘리는 땀의 가치를 비로소 깨달았기 때문일까? 선수들이 잘 하든 못 하든, 경기 성적은 애초에 내 알 바가 아닌 것처럼 한마음 한뜻으로 국가대표 선수들을 응원하기 바쁘다. ‘이기는 스포츠‘에서 ‘즐기는 스포츠’가 되면서, 이제 메달은 인기의 척도가 아닌 지 오래다.

그러나 모든 국가대표들이 환대를 받는 것은 단언컨대 아니다. 똑같이 태극기를 달고 죽기 살기로 뛰는 국가대표지만, 잘 해도 못 해도 욕을 배부르게 먹는 선수들이 있다. 대한민국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이다.

여자 아시안컵 출전 선수들.
여자 아시안컵 출전 선수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인스타그램
대한민국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
대한민국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 ⓒ대한축구협회

31년 만에 아시안컵 결승 진출

콜린 벨 감독과 여자 축구 대표팀 23명 선수들은 지난달 20일 개막한 2020 AFC 여자 아시안컵에서 ‘무패 행진’을 기록 중이고, 이제 결승전 한 경기만을 앞두고 있다. 지난 1991년 처음 아시안컵에 출전했던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은 31년 만에 결승전에 오르는 역사를 써냈다. 이 대회에서 우리 대표팀의 최고 성적은 3위였다. 게다가 우리 선수들은 8강전에서 호주를 꺾으면서 아시안컵 상위 5개 국가에 주어지는 2023 호주·뉴질랜드 월드컵 본선 진출권까지 따냈다. 3회 연속 월드컵 진출이다. 그러나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이 이뤄낸 성과를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필리핀과의 4강전, 선발 라인업.
필리핀과의 4강전, 선발 라인업. ⓒtvN SHOW

보고싶어도 못 보는 여자 축구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가 보고 싶어도, 챙겨보기 어려운 상황 탓이 크다. 미디어는 이번에도 여자 축구에 너무나도 무관심하다. 이번 여자 아시안컵에서 대표팀이 치른 경기는 조별리그를 포함 모두 다섯 번 있었다. 그러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였던 한일전만 tvN에서 TV 생중계됐고, 나머지 경기들은 tvN SHOW라는 생소한 채널에서 볼 수 있었다. TVING 생중계가 있긴 하지만 접근성이 TV보다 떨어지다 보니 실시간으로 경기를 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남은 결승전도 tvN 아닌 tvN SHOW를 통해서 볼 수 있다. 

네이버 스포츠에 정리된 축구 경기 일정.
네이버 스포츠에 정리된 축구 경기 일정. ⓒ네이버

경기 일정도 없는 네이버 스포츠 

포털 사이트에는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의 경기 일정조차 없다. 지난달 21일 여자 아시안컵 조별리그 첫 번째 경기가 열렸던 날, 네이버 애플레이케션에서 축구 경기 일정을 체크해봤다. 경남 통영에서 열린 대학 축구 대회는 국내 축구 기타로 분류돼 일정표에 뜨지만,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의 아시안컵 경기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의 카타르월드컵 최종 예선 일정이 빼곡하게 정리된 것과는 비교되는 대목이다.

악플 2.
악플 2. ⓒ네이트
악플 1.
악플 1. ⓒ네이트

″여자가 축구하냐”가 웬 말?

무관심도 서러운데, 악플은 여전하다.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의 아시안컵 결승 진출이 확정된 후 관련 기사에는 선수들의 선전을 응원하는 댓글이 대부분이었지만, 악담을 퍼붓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악플러들은 ″준결승이 필리핀이라는 불편한 진실”이라며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의 성과를 깎아내리기 바빴다. 그러나 진짜 불편한 진실은 따로 있다. FIFA 랭킹이 최우선 가치인 악플러들은 정작 우리 대표팀이 아시안컵 우승 후보 1순위이자 참가국 중 FIFA 랭킹이 가장 높았던 호주를 이겼을 때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을 거라는 점이다. 그나마 랭킹 따지는 악플은 나은 편이다. ″여자도 축구하냐?”라는 근본 없는 아무말 대잔치는 보고 있기 부끄러울 정도다. 여자는 축구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악플러들의 한심한 수준이 불편할 따름이다.

조소현 선수.
조소현 선수. ⓒ대한축구협회

온갖 홀대에도 대한민국 여자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은 절대 멈추지 않는다. 벌써 15년째 국가대표로 뛰고 있는 조소현 선수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은퇴 전에 아시안컵에서 우승하고 싶다”라는 포부를 전한 바 있다. 

″이런 기회가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기회가 왔을 때 꼭 잡고 싶어요. 결승까지 오는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우승컵을 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4강전 승리 직후 조소현 선수 인터뷰(2022.2.3)

조소현의 바람은 어쩌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기 위해선 대한민국 국민들의 응원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못 해준 응원을 목청껏 외쳐주는 거다. 이제 남은 경기는 오는 6일 오후 8시 열리는 중국과의 결승전뿐이다. ”대한민국 여자 축구 대표팀 파이팅!!!!!!!”

대한민국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
대한민국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아래는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의 아시안컵 하이라이트 영상이다. 

도혜민 기자: hyemin.d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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