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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염 기르는 여성" 학창 시절 따돌림받고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한 이 여성은 현재 당당히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영상+사진)

이 영국 여성은 다낭성 난소 증후군을 앓고 있다.

하남 카울
하남 카울 ⓒHarnaam Kaur

 

하남 카울(31)이라는 영국 여성은 어린 시절부터 남과는 다른 외모로 놀림의 대상이었다. 그는 11살 때부터 사춘기가 시작되며 목 주위에 털이 나기 시작했다. 검사 결과, 그는 여성의 호르몬 수치에 영향을 미치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을 진단받았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은 불규칙적인 생리(정혈), 얼굴에 비교적 많은 털, 그리고 난임 등을 유발하는 병이다. 

 

학창시절 수염이 나기 전 하남 카울
학창시절 수염이 나기 전 하남 카울 ⓒHarnaam Kaur

 

‘수염 난 여성’으로 그는 또래 사이에서 소외 당했다. 그는 미러를 통해 “14살 때 살기 싫다”는 말을 종이에 적은 걸 본 다른 아이들이 나를 비웃었다. 스스로 16살 이상 살지 못할 거라고 믿었다”고 회상했다. 

하남은 엄마를 따라간 왁싱샵에서 주 2회 4년간 얼굴에 난 수염을 왁싱 받았다. 그는 ”왁싱을 할 때마다 너무 아파서 이를 꽉 깨물었다. 엄마와 나는 수염을 제거하는 게 최선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놀림은 계속됐고, 피부는 계속 상했다. 왁싱을 할 때마다 털은 더 두껍고 진하게 났다. 결국 난 선택을 해야 했다.”

 

하남 카울
하남 카울 ⓒChannel 5

 

그는 수염을 더 이상 왁싱 하지 않기로 선택했고 수염을 완전히 기른 채로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의 부모님은 그의 선택을 지지했다. 하지만 하남은 그 뒤로도 극단적인 선택을 할 만큼 힘들어했다. ”계속 소외당했고 정신적으로 괴로웠다. 항상 손목에 스스로 극단적으로 해를 가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힘든 학창 시절이 지나고도 하남은 일과 사랑에도 실패를 맛봤다. 에이전시, 우편국, 보모 등으로 일했지만 다 맞지 않다고 느꼈다. 그리고 인도 전통에 따라 21살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인도의 남성과 약혼했다. 당시 그는 빨리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가 약혼한 남성은 그의 수염은 괜찮다고 하면서도 순결을 강요했다. ”그와 결혼 2달 전 헤어진 건 최고의 선택이다.” 데일리스타를 통한 하남의 말이다.

 

하남 카울
하남 카울 ⓒJeff Spicer via Getty Images

 

현재 하남은 범성애자(젠더적 이분법을 따르지 않고 성별에 관계없이 ‘사람’을 사랑하는 성적 지향)다. 그는 ”그 사람의 젠더나 성적 지향을 떠나 그 사람 자체를 사랑한다”고 말하며 ”오픈마인드인 상대를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밝혔다. 

여러 경험 끝에 하남은 자신의 이야기를 소셜미디어에 공개했고 입소문을 탔다. 이후 2016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수염을 기르고 런던 패션위크 모델로 섰다. 이후 보그 재팬, 틴 보그, 코스모 인디아 등 여러 패션 매거진의 모델로 활동하며 보디-포지티브 메시지를 전했다. 

 

하남 카울
하남 카울 ⓒPhillip Massey via Getty Images

 

그는 남과 다른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여성’으로 살아가는 게 지금은 행복하다고 말한다. ”우리가 우리의 진짜 모습을 이해하고 그 긍정적인 에너지를 이용한다면, 우리는 말 그대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솔직히 서양에 살면서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인도와 탄자니아 혼혈치고는 피부색도 밝은 편이다. 세계 여성의 날에 나만큼 특권을 누리지 못한 사람을 기억하려고 한다.” 

 

하남 카울
하남 카울 ⓒTHOMAS SAMSON via Getty Images

 

하남은 ”수염을 기르기로 한 건 최고의 선택이었다. 더 이상 진짜 자신을 숨기지 않아도 된다. 여전히 외모 지적을 받지만 지금의 나는 당당하다”며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극복한 사실을 밝혔다. 그는 테드 연설을 통해 외모 고민 등, 자존감 문제를 겪는 이들에게 영감을 나누고 있다. 

 

 

″미디어에서는 다양한 신체를 보여주지 않는다. 99% 이미지는 가공됐다. 그걸 비판하는 건 아니지만 다양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방식으로 완벽하다.”

″나는 유색인종에 수염이 난 여성이고 다낭성 난소 증후군을 앓고 있지만 스스로를 사랑해도 괜찮다는 사실을 나누고 싶다. 그 무엇보다 스스로를 사랑하라. 우리는 모두 가치 있고 강하고 독특하다. 그 사실을 잊지 말라.” 

 

 

 

 안정윤 기자: jungyoon.ahn@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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