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세고 멋진 언니가 되고 싶어???? | 평균수명 100세 시대. 건강하고 멋지게 나이 들고 싶은 저질 체력 30대 여성 에디터의 운동 방랑기. 2탄은 30대부터 70대까지, 나이를 잊은 강한 언니들이 모인 gym 체험기입니다.
근력 운동을 하며 땀을 쏟는 남성들, 쫙 달라붙는 운동복 차림으로 러닝머신을 타는 여성들. 내가 평소 다니는 헬스클럽 풍경이다. 숄더·벤치 프레스 같은 운동기구들은 주로 근육이 우락부락한 남성들이 차지했고, 가끔은 듣기 부담스러운 숨소리가 귀를 찔렀다.
때로는 운동하면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싫었다. 미디어가 찬양하는 소위 ‘늘씬한 몸’을 가진 여성들을 보면 눈길이 가기도 했다. 그렇게 거울 속 나를 보거나 일부 남성들에게 저당 잡힌 운동 기구 앞에서 차례를 기다릴 때마다 든 생각은 단 하나.
여성들이 좀 더 편하게 운동할 수 있는 곳은 없을까?
수소문 끝에 3040 언니들이 애용하는 운동센터 두 곳을 알아냈다. 여성 전용 헬스클럽 ‘커브스’와 체육관 ‘파워존’이었다.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두 곳은 여느 운동센터와는 확연히 다른 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거울이 없다는 것. wOw!
‘앗, 근데 거울이 없으면 자세 교정은 어떻게 하지…?’
직접 해보고 내린 결론은 기우였다. 운동 중 트레이너(코치)가 자세를 봐주기도 했지만, 나 스스로 몸의 감각에 집중하면서 바른 자세를 찾아갈 수 있었다. 센터 관계자들은 말했다. “거울을 보다 보면 몸매나 피부처럼 외적인 것에 집중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노 미러’는 운동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한다.”
코로나19 시국이라는 점이 우려되기도 했지만, 코로나 감염 예방을 위해서라도 충분한 운동을 통한 면역력 강화가 필수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떠올랐다. 다행히 두 센터 모두 정부의 방역 지침을 준수해 안전하고 쾌적하게 운동할 수 있었다.
거울·남자·메이크업 없는 체육관 “70대 여성도 근육질 몸 만들 수 있다”
지난 20일, 서울 송파구 거여동에 있는 ‘커브스’를 찾은 건 남자도 없고, 거울도 없다는 점에 끌려서였다. ‘노 맨, 노 미러, 노 메이크업(NO MAN, NO MIRROR, NO MAKE-UP)’이라는 콘셉트를 내세운 곳답게 헬스클럽 관계자들은 모두 여성이었고, 화장기 없는 얼굴이었다.
커브스 장소현(37) 대리의 도움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간단하게 인바디 검사를 받은 뒤 부족한 근육을 단련하는 데 유용한 기구를 써보기로 했다. 나는 ‘마른 비만’ 판정을 받았다. 운동 의욕이 불끈 치솟았고, 어떤 운동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반 헬스클럽은 운동 기구가 남성 중심이라 여성분들이 소외되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는 ‘노 맨(NO MAN)’이라는 특색에 맞게 운동기구도 여성중심으로 개발했어요. ‘노 메이크업(NO MAKE-UP)’이 규칙이라 외적인 요소에 신경쓸 필요 없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고요.”
내부에는 운동기구 12가지가 동그랗게 모여 있었다. 준비운동을 한 뒤 상체 운동부터 하기로 했다. 헬스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숄더프레스(벤치에 앉아 바를 잡고 아래로 내리면서 삼각근의 볼륨을 키워주는 기구)와 랫풀(턱걸이와 비슷한 동작을 하면서 얕은 등 근육인 광배근을 발달시키는 기구)을 결합한 기구였다. “어깨 결림을 완화해주고 등을 곧게 펴주는 효과가 있어요.” 장 대리가 말했다.
솔직히 헬스장에서 자주 해본 기구라 만만하게 생각했는데…하면 할수록 팔 근육이 당기고 숨이 차는 데다 점점 무거워지는 느낌이었다.
커브스의 운동 방식은 이렇다. 30초간 상반신 근력 운동→30초간 근육 휴식 →30초간 하반신 근력운동→30초간 근육 휴식. 이걸 30분 동안 반복해야 한다. 막상 해보니 30초가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좀 더 속도를 내세요!” 장 대리가 외쳤다. 입에서 신음이 절로 나왔다.
막간의 휴식이 얼마나 달콤했는지 모른다. 30초 동안 음악에 맞춰 가볍게 걸었다. 근육을 쉬게 해주는 시간이라고 했다. 두 번째로 택한 것은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을 만드는 기구였다. 뒤쪽으로 다리를 뻥뻥 차는데, 차면 찰수록 힘이 더 드는 느낌. 첫 번째 기구에서 받은 느낌이 반복됐다.
분명히 전날 헬스클럽에서 했던 건데, 느낌이 왜 이렇게 다르지? 스탭에게 물어보니 헬스장과는 확실한 차이가 있었다. 이곳의 기구는 움직이는 속도에 따라 저항력이 달라지는 ‘양방향 유압식 저항 운동 기구’였다. 그게 어떻다는 거냐고? 저항력을 조절함으로써 자신의 근력/몸 상태에 맞춰 운동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뜻이다. “본인 몸 상태에 맞춰 운동할 수 있어서 나이 많은 언니들도 문제없어요.”
그래선지 이곳은 연령대가 다양했다. 체력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40대 ‘언니‘들이 제일 많았고, 10대부터 80대까지 고르게 분포되어 있었다. 역시 나이란 숫자에 불한 것인가! ‘언니’들은 강하고 튼튼했다!
“70대 여자도 열심히 운동하면 멋진 몸을 만들 수 있다”는 전진옥(70)씨는 이제 운동한 지 8개월째인데, 고질병이던 골다공증과 폐질환이 나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딸의 추천으로 운동을 시작한 장영애(59)씨는 “‘저질 체력‘이 아닌 ‘고급 체력’을 유지하며 나이 들고 싶다”는 목표를 전했다.
“여자 운동, 남자 운동이 따로 있나요?” 강해지고 싶은 3040 언니들이 힘을 기르는 체육관
전영수(39·여)씨가 능숙하게 ‘매달리기’를 하고 있었다. 단단한 팔 근육을 보니 “멋있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매달리기는 높이가 2m 남짓인 철봉(풀업 머신)을 잡고 몸을 끌어올리거나 버티는 운동이다. 맞다. 여러분의 짐작대로 턱걸이와 비슷하다. 지난 18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합정동 ‘파워존’에서는 여성 7명, 남성 1명이 구슬땀을 흘리는 중이었다. 성별과 상관없이 오직 ‘힘’을 기르려고 몸을 단련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경건한 ‘무술 도장’을 보는 느낌이랄까.
이날 수업명은 ‘파워존 HJ 클래스’. 주로 케틀벨(주전자와 유사한 모양으로 고리형 손잡이가 달린 운동기구)과 바벨(역도나 근육 단련에 쓰는 강철 기구) 등을 이용해 근력 운동을 했다. 초보자 과정인 ‘비기너 클래스’를 이수해야만 들을 수 있는 수업이었다. 수강생들은 하나 같이 몸이 탄탄했고, 힘이 넘쳐 보였다. 이렇게까지 근육이 발달한 여성들을 ‘직접’ 보긴 처음이었다.
이들을 지도하는 최현진(35) 대표가 말했다. “보통 웨이트트레이닝은 남성 운동이고, 요가나 필라테스는 여성 운동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남녀 운동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최 대표는 우뚝 솟은 키에 힘 있는 목소리, 카리스마 넘치는 인상의 소유자였다. “누구나 재밌고 지속적으로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운동 중독’이나 ‘헬스 중독’이 아닌 사람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강해지도록 말이죠.”
전영수 씨는 최 대표에 반해 운동을 시작했다. 전씨는 최 대표를 보며 ‘여성도 저렇게 강해질 수 있구나’ 감탄했고, 운동에 전념하다 보니 지도사 자격증까지 따게 됐다. 그는 파워존을 “다양한 여성들이 모여 서로 건강해지는 것을 응원하는 곳”이라며 “운동을 하면서 ‘다이어트나 몸매’보다 ‘건강’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일상을 자신감 있게 살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