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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집 이사회는 호텔식 요양원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 나눔의 집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6명이 생활하고 있다.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 먼저 세상을 떠난 할머니들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2019.8.13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 먼저 세상을 떠난 할머니들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2019.8.13 ⓒ뉴스1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지내는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 운영과 관련해,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집’ 이사진이 2년 전부터 할머니들 사후에 후원금으로 ‘호텔식 요양원’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워온 것으로 드러났다. 나눔의집 법인 계좌에 후원금으로 쌓여 있는 보유금은 지난해 12월 기준 64억3천만원에 이르는데, 이사진은 이런 목적을 위해 나눔의집 시설 관리자들에게 후원금을 아껴 쓰도록 당부하기도 했다.

18일 <한겨레>가 입수한 지난해 2월26일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집 이사회 녹취를 보면, 이사인 ㄱ스님은 “위안부 할머니 입소자들은 앞으로 더 늘어나 봐야 1~2명 정도다. 그 시설(나눔의집)을 전부 다 철거하고 호텔식 요양시설을 지어 80명 정도 어르신들을 모시면 충분히 운영하고 앞으로 이윤도 창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호텔식으로 안 지으면 (다른 요양시설과의) 경쟁력이 없다”며 “후원금 사용을 조금 절약하고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달라”는 당부까지 남겼다.

이에 앞서 2018년 2월28일 이사회에서도 당시 이사였던 ㄴ스님은 “(후원금을) 100억원 정도 잡아 1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요양원을 짓되, 후발주자니까 잘 지어야 된다”고 말했다. 나눔의집 법인은 정관에 ‘이사진 3분의 2는 조계종 승적을 가진 자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나눔의집은 1992년 불교계를 중심으로 한 모금운동으로 설립됐다.

실제로 나눔의집은 올해 2월 법인 사업 종류를 ‘무료양로시설·무료전문요양시설’에서 ‘노인양로시설·노인요양시설’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정관 개정안을 소관 지방자치단체인 경기도 광주시에 제출했다. 이를 두고 한 사회복지 전문가는 “노인요양시설로 바뀌면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시설이용료를, 이용하는 노인한테서 식대 등을 받을 수 있다”며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으면 누구나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입소 대상층을 넓혀 사업을 확장하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나눔의집 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화평 스님은 “요양원을 짓겠다는 건 확정된 게 아니고, 후원금만으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다만 그는 “할머니가 다 돌아가시면 사업이 무조건 종결되니까 그때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을 할 수는 있다고 본다”며 “요양원을 지어 할머니들 때문에 다른 분들이 혜택을 받으면 그것이 할머니들의 공덕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눔의집 내부에서도 반발이 일고 있다. 김대월 나눔의집 역사관 학예실장은 “제2차 세계대전 피해자들이 공동생활을 하는 공간은 세계적으로 나눔의집이 유일하다”며 “학계에서도 ‘할머니들의 방은 반드시 박물관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문기 숭실사이버대 교수(노인복지학)도 “역사적 피해자 어르신들의 특수 욕구와 일반 노인의 욕구가 같이 공존하는 요양원을 만든다는 구상을 어떻게 하게 된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나눔의집으로 들어오는 후원금은 2015년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위안부’ 문제 해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급격히 늘었다. 2013년과 2014년만 해도 각각 5억3천만원과 8억2천만원 정도였던 후원금은 2016~2018년에는 17억여원씩 들어왔고, 지난해엔 26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나눔의집 시설이 법인으로부터 받은 전입금은 2015~2019년에 연간 2400만~6400만원에 그친다. 2015년 10명이었던 할머니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현재 6명으로 줄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후원금 대비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직원들은 “할머니들의 병원비 등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등 후원금이 할머니들을 위해 충분히 쓰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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