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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가 4·3 추념식에서 '바람의 집'을 낭송했다

ⓒSBS

제주 4·3 희생자 70주념 추념식에 참석한 가수 이효리가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이효리는 3일 오전 10시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진행된 제70주년 제주 4.3 사건 희생자 추념식에서 이종형 시인의 ‘바람의 집’을 낭송했다. 검은색 정장을 입고 단상에 오른 이효리는 단상에 올라 김형석의 연주를 배경으로 시를 읽어내려갔다.

당신은 물었다
봄이 주춤 뒷걸음치는 이 바람 어디서 오는 거냐고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4월의 섬 바람은
수의 없이 죽은 사내들과
관에 묻히지 못한 아내들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은 아이의 울음 같은 것

밟고 선 땅 아래가 죽은 자의 무덤인 줄
봄맞이하러 온 당신은 몰랐겠으나
돌담 아래
제 몸의 피 다 쏟은 채
모가지 뚝뚝 부러진
동백꽃 주검을 당신은 보지 못했겠으나

섬은
오래전부터
통풍을 앓아온 환자처럼
살갗을 쓰다듬는 손길에도
화들짝 놀라 비명을 질러댔던 것

4월의 섬 바람은
뼛속으로 스며드는 게 아니라
뼛속에서 시작되는 것

그러므로
당신이 서 있는 자리가
바람의 집이었던 것

이효리는 이날 이산하 시인의 ‘생은 아물지 않는다‘, 김수열 시인의 ‘나무 한 그루 심고 싶다’도 함께 낭독했다. 슬픔과 기억, 내일을 함께 추모하자는 추념식 슬로건을 반영한 것이다.

제주 4.3 사건은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에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공식 확인된 희생자만 1만 4000여 명에 달한다.

이날 추념식에는 문재인 대통령 내외, 여야 정당 대표, 희생자 가족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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