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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프 인터뷰] 유튜브 '김짠부' 운영하는 김지은씨가 월급의 90%를 저축하기로 결심한 이유

김지은씨는 100일 간 '1일 1버리기'를 실천했다.

  • 서정윤
  • 입력 2020.07.29 16:02
  • 수정 2020.07.30 12:23

출근길 잠을 깨려고 모닝커피를 한 잔 마셨다. 회사 근처에서 간단히 점심을 사먹고, 커피를 또 한 잔 마셨다. 스트레스를 받았으니 저녁에는 치킨을 먹어야 한다. 주말에는 친구들을 만나고, 월급을 받으면 기념으로 사고 싶었던 아이패드를 산다. 그렇게 쓰다 보니 어느덧 수중에 남은 돈은, 없다. 

유튜브 ‘김짠부 재테크’를 운영하는 김지은씨(27)도 예전에는 버는 만큼 쓰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할부는 신나는 일이다. 네일아트에 몇 십만원을 쓰고 머리 관리에 백만원을 넘게 써도 좋았다. 주말에는 친구들과 만나 신나게 놀았다. 

그런데 돈을 써도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 돈을 써도 써도 공허한 기분이 들었다. 집에 누워 그냥 우는 날도 많아졌다. 하루는 집에서 울고 있는데, 문득 집이 편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이 집은 내 집이 아니구나.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었다. 집을 사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적어도 1억원은 있어야 할 텐데. 돌아보니 2016년부터 한 종합편성채널에서 AD와 프리랜서 PD로 3년 가량 일했는데도 남은 게 없었다. 그렇게 2019년 김지은씨는 재테크의 길로 접어 들었다. 가계부를 쓰고 월급의 대부분을 저축했다. 2년 간 4000만원을 모았다. 

그는 이제 재테크 노하우를 찍어 올리는 유튜버로 활동 중이다. 하나 둘 늘어가기 시작한 구독자가 어느덧 5만 명. 재테크 유튜버 중 찾아보기 힘든 20대인 김지은씨는 ”또래와 재테크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어디서 소통해야 할지 몰라 그냥 내가 플랫폼을 만들자 싶었다”고 말했다. 

 

가장 많이 저축했을 땐 얼마나 하셨나요?

=가장 많이 했을 땐 월급의 90%까지 저축했어요. 평균 80%선을 유지하려 노력했고요. 물론 저는 부모님과 함께 살았고 회사에서 식사를 제공해줘서 가능했습니다. 자취를 했더라면 그 정도로 돈을 모으기는 쉽지 않았을 거에요. 

 

돈을 모으려면 '가성비 행복'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도 90%나 저축하는 게 쉽진 않잖아요. 저축률을 높이는 팁이 궁금합니다. 

=돈을 쓰기 전 선두지휘하는 느낌으로 예산을 분배하는 게 중요합니다. 목표가 중요해요. 예를 들어 1년에 2000만원 모으는 걸 목표로 한다면, 한 달에 170만원은 저축해야겠죠. 월급이 220만원이라 가정하면 170만원을 빼면 50만원이 남아요.

여기서 다시 나누는 거죠. 만약 50만원 중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0만원이나 된다면, 그건 너무 큰 금액이잖아요. 알뜰폰 등 여러 방식으로 통신비를 줄여요. 친구를 만나서 쓰는 돈이 너무 많다면 친구 만나는 횟수를 줄여야 합니다. 

사실 이렇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허탈한 생각이 들어요.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지? 무엇을 위해서?’ 이런 생각이 들면 계획을 조금 수정하셔도 좋습니다. 어디에 돈을 쓸 때 더 행복한지 생각하는 거에요. 더 행복한 항목에 지출을 더 늘리는 방향으로 가성비 좋은 행복을 찾아야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목표를 세우는 게 중요하겠어요.

=맞아요. 살아지는대로 살면 절대 안 모여요. 가장 중요한 건 재무목표를 세우는 거에요. 나는 언제까지 얼마를 모으겠다, 이런 구체적인 재무목표가 있어야 해요. 저는 50살까지 재무 목표를 세워놨어요. 

 

유튜브 '김짠부 재테크' 채널을 운영하는 김지은씨
유튜브 '김짠부 재테크' 채널을 운영하는 김지은씨 ⓒ김지은씨 제공

과소비 습관 버리려고 100일 간 1일 1버리기 실천했어요. '남의 소확행'이 아니라 '내 소확행'을 찾는 것도 중요합니다.

 

소비를 줄이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미니멀라이프도 저축의 중요한 습관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저축을 시작하기 전 저는 과소비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어요. 헛헛한 마음을 물건으로 채우려고 했던 것 같아요.

습관을 바꾸기 위해 100일간 ‘1일 1버리기’를 실천했습니다. 3년간 입지 않은 옷도 버리고, 입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옷도 버렸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 10개월간 옷을 하나도 사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제게 뭐가 필요한지도 알았습니다. 

 

사실 적은 돈이 모이면 큰 돈이라는 걸 알면서도 멈추기가 쉽지 않아요.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크니까 당장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뭔가를 사게 되더라고요. 

=최근에 어떤 분을 만났는데 그 분이 제게 ”저금리 시대의 폐해”라고 하시더라고요. 예전에는 월급을 모아 집을 살 수 있었는데, 요즘은 불가능하잖아요. 어차피 안 되니까 립밤 하나, 굿즈 하나에 만족하는 거죠. 말 그대로 정말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니까요. 

힘든 시대이다 보니 소확행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남의 소확행이 아니라 내 소확행을 찾는 거에요. 인터넷에 보면 ’20대에 이 브랜드 써도 괜찮을까?’, ‘30대에 들어야 하는 명품백 리스트’ 같은 글이 많아요. 남의 말에 휩쓸리는 게 아니라 정말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친구들과 만났을 때 대화에 끼지 못해 사는 물건, 그런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귀를 막고 눈을 감고 남의 말에 휩쓸리지 않고 정말 자기가 좋아하는 걸 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초년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재테크 방법이 있으신가요?

=모은 돈이 0원이라면 무조건 저축부터 시작하셔야 합니다. 이율이 낮더라도 목돈이 없다면 먼저 돈을 모으셔야 해요. 1000만원을 모으면 그 때부터 소액으로 주식 투자나 P2P 투자에 도전하는 걸 추천합니다.

P2P투자: 금융기관 대신 인터넷을 통해 대출자와 투자자가 직접 연결돼 이뤄지는 대출 서비스를 뜻한다. 크라우드펀딩처럼 다수의 투자자가 한 명의 대출자에게 돈을 빌려주고 약속한 기간 동안 이자를 받은 후 원금을 돌려받는 형식이다. 

코스피가 뭔지, 코스닥이 뭔지 사회초년생은 잘 모르잖아요. 저도 몰랐어요. 그런데 내 돈이 걸려있으니 알게 되더라고요. 요즘은 각종 콘텐츠에 주식 얘기가 많이 나와서 내가 투자하려는 금액이 적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그래도 하는 게 중요합니다. 목돈을 모으며 주식과 투자 공부를 해보고, 소액으로 이것저것 많이 해보는 거죠. 

 

유튜브 '김짠부 재테크'를 운영하는 김지은씨
유튜브 '김짠부 재테크'를 운영하는 김지은씨 ⓒ김지은 씨 제공

 

그 외에도 사회초년생들에게 공유하고 싶은 재테크 팁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가계부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우리 사회는 가계부를 주부의 아이콘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데 가계부를 쓰면 그 행위 자체만 하는 게 아니라, 그보다 더 많은 걸 얻게 됩니다. 어디에 얼마를 지출했는지 돌아볼 수도 있어요. 제 구독자분 중에서도 가계부를 썼는데 좋았다는 평가가 많더라고요. 

아, 경제에 관심이 많은 지인도 두셨으면 좋겠어요. 주변 친구들이 절약이나 저축에 대해 관심이 없다면, 재테크 모임을 따로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재테크 카페에 가입하든 유튜브를 보든 ‘경제’에 나를 노출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자금 대출 모두 갚았다는 댓글, 뿌듯했습니다

 

유튜브 얘기도 안 할수가 없는데요, 영상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영상은 어떤 건가요?

=’20대 짠순이의 저축률 높이는 3가지 방법’이라는 영상을 가장 좋아합니다.

처음에는 유튜브에 브이로그를 주로 올렸어요. 그러다 보니 조회수가 그렇게 높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가족과 주말을 보내는 영상을 끝으로 유튜브를 접기로 결심했죠. 거의 한 달 정도 업로드를 아예 하지 않았는데, 어느 날 어떤 영상에 댓글이 갑자기 많이 달리는 거에요. 알람이 막 울리고. 느낌이 왔어요. 이거, 기류를 탔구나. 갑자기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그 영상의 조회수가 엄청 높아졌어요. 지금도 제 영상 중 조회수가 가장 높습니다. 저를 유튜브의 길로 보내준 영상이라 좋아합니다. 

’20대 짠순이가 남들과 나를 비교하지 않는 이유’라는 영상도 좋아해요. 여태까지 제가 절약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이에요. 결국은 남들과 나를 비교하지 말자는 내용이에요. 사실 비교하지 말자는 건 추상적인데, 머리에 그리고 있던 내용을 시각화한 영상이라 좋아합니다. 

 

기억에 남는 댓글도 궁금합니다. 

=제 영상을 보고 절약을 시작했다는 댓글을 보면 뿌듯해요. 어떤 분은 11월에 제 영상을 보고 돈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이듬해 5월 학자금 대출을 전부 갚으셨다고 하더라고요. 6개월 만에 다 갚으신 거죠. 행복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는 댓글도 기억에 남아요.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다른 사람들의 말에 휩쓸려 쓸데없는 지출을 하는 그런 분을 붙잡고 ”그게 답이 아니다”라고 끊임없이 말을 하고 싶어요. 한 분이라도 변화한다면 저는 행복할 거에요. 

그리고 저도 경제 지식이 많은 게 아니라서, 앞으로 공부를 꾸준히 하며 구독자분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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