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저분한 집을 보고 숨이 막힌 적이 있는가? 당신만이 아니다
서류와 우편물 더미가 책상을 덮고 있다. 안방 의자에 옷더미가 쌓여 있다. 화장, 세면도구 및 기타 제품이 욕실에 가득 쌓여 있다. 거실에 먹다 남은 과자봉지 및 아이 장난감 등이 어질러져 있다. 혹시 남일 같지 않은가? 이런 더럽고 어지러운 집 상태가 정신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집이 어지러우면 불안하고 공황상태에 빠질 수 있다.
불안장애를 앓고 있는 웬디 와이즈너는 ‘스케어리마미’ 사이트 블로그에 ”집에 물건으로 꽉 차고 어질러져 있는 모습을 보면 갑자기 숨이 막혀온다. 온 세상이 혼란스러운 장소 같고 통제를 잃고 마치 난파선에 표류된 기분이다”라고 글을 올렸다.
2009년 한 연구에 의하면 집을 ‘복잡하고, 혼란스럽고, 지저분하다고’ 묘사한 여성은 스트레스가 있을 때 발생하는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더 높고 하루 종일 감소할 기미가 안 보였다. 2016년 경미하거나 심각한 정신건강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그들의 무질서한 생활공간이 집과 삶에 대한 만족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치료사 신디 글로빈스키는 ”집이 과도하게 복잡하거나 지저분한 게 정신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도 있고, 반대로 정신건강 문제로 인해 그러한 결과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의 경험에 따르면 어지러운 집안으로 고통받는다고 호소한 많은 사람이 우울증, 주의력 결핍 장애 또는 강박증 등의 질환을 진단받았다.
″또 갑자기 슬픈 일을 겪으면 일시적으로 정리가 잘 안되고 평소보다 청소하는 게 힘들 수 있다.” 글로빈스키의 말이다.
집안 환경이 지저분하면 불안감을 느끼거나 통제력을 잃을 수 있다
그렇다면 대체 왜 주위가 어지러우면 정신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 외부 환경은 우리가 내적으로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캘리포니아 웰스페이스 SF의 임상심리학자인 지나 델루카는 ”콘서트나 스포츠 행사에서 당신이 얼마나 활력을 느끼는지 혹은 자연을 하이킹할 때 왜 우리가 차분해지는지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환경에 따라 기분이 변한다. 사람마다 각 환경에 다르게 반응한다. 예를 들어 락페스티벌에 사람이 너무 많으면 불편한 사람도 있고, 오히려 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집안 환경도 마찬가지다.”
글로빈스키는 ”사람마다 지저분한 집 환경에 다르게 반응한다. 어느 정도 어질러져 있어도 개의치 않는 사람이 있고, 정말 못 견뎌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어지러운 환경을 볼 때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좀 더 민감할 수 있고 어지러운 환경을 참을 수 있는 인내심이 낮을 수 있다. 누가 더 낫다기 보다 그냥 사람마다 다른 거다. 단, 지나치게 민감한 경우에는 문제다. 글로빈스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오히려 어느 정도 어지러운 환경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환경이 그들을 좀 더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어지러운 환경에 압박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결과적으로 불안해지거나 우울해질 수 있다.”
만약 당신이 후자에 속한다면, 집이 어지러우면 정신적 압박을 받거나 통제를 잃은 느낌을 수 있다. 이는 흔한 증상이다. 사회복지사 킴 스트롱은 ”지저분한 환경에 노출되면 불안해질 수 있다. 통제 불능을 느낄 수 있다. 지저분한 방을 둘러보면 뭔가 해야 한다는 느낌을 받거나 완료되지 않은 일이 떠오르거나 움직이거나 필요한 물건을 찾는 일이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정신건강을 위해 방을 치우는 게 좋다. 한 번에 넓은 장소보다 방 하나 또는 특정 장소부터 집중 공략하자
어지러운 집안 환경을 보고 불안감을 느낀다면 당장 치우는 게 에너지 회복을 위해 꼭 필요하다. 자취 중이라면 이 과정이 좀 더 쉬울 수 있다. 개인 물건만 정리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족이나 룸메이트와 함께 산다면, 좀 더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인테리어 웹사이트 더스프루스는 우선 방을 하나씩 치우라고 추천했다. 전체 집을 한 번에 다 치운다고 생각하지 말고 특정 방이나 옷장 등 공간을 한정해서 치우기 시작하면 훨씬 부담이 덜하고 실행하기도 쉬워진다.
정리를 시작하기 전 큰 정리함 5개를 준비하자. 각 버려야 하는 물건, 재활용해야 하는 물건, 수리하거나 청소해야 하는 물건, 쓰레기, 기부 가능한 물건으로 나눌 준비를 하자. 우선 방 하나부터 시작해 하나씩 처리해 나가자. 한 번 정리했다고 끝이 아니다. 계속 신경 쓰지 않으며 금방 또 지저분해지지 마련이다. 스트롱은 매일 옷을 정리하거나 우편함을 정리할 때, ‘작업 완료’ 등 주문을 걸어 계속 꾸준히 정리하도록 격려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생활한다면, 내 의지만으로는 집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힘들 수 있다. 아래 전문가들은 팁을 공유했다.
1. 가족이나 룸메이트와 집안 환경 유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자
함께 사는 가족이나 동거인에게 대화를 나눠라. 정신건강 유지를 위해 집을 깨끗이 유지하고 싶다고 이야기 하라.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바도 함께 물어보자. ”만약 서로 원하는 게 다르다면,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로 여겨라. 모두 다른 요구를 갖고 있기에 상대방을 존중하는 게 필수다.” 글로빈스키가 덧붙였다.
2. 혼자서 모든 정리를 다 하려고 하지 말고 각자 해야 할 일을 명확히 나누자
혹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집안일을 하고 있다고 느끼는가? 항상 배우자나 아이 뒷정리를 하고 있는가? 정리를 좋아하는 사람도 너무 일이 많거나 다른 사람 것까지 정리해야 하면 지칠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다른 사람도 당신의 일을 도와야 한다.
″혼자 모든 정리를 다 하려 하지 말라. 가족이나 룸메이트에게 청소를 도와달라고 말하라.” 델루카의 말이다. ”다른 사람에게 해야 할 일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라.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화만 쌓이고 더 불안하고 좌절할 수 있다.”
″또 예산이 허락한다면, 가끔 청소를 도와줄 도우미나 업체를 고용하는 걸 추천한다. 시간과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3. 집안에서 방 하나는 무조건 최상의 상태로 항상 유지하자
집에 적어도 방 한곳이 항상 깨끗하면, 다른 곳이 지저분해도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일종의 ‘탈출구’인 셈이다. 글로빈스키는 ”그 깨끗한 공간이 화장실이라도 괜찮다”고 말했다.
4. 처음부터 정리를 잘 하는 아이는 없다. 아이에게 정리하는 법을 알려주자
집에 어린아이가 있다면 청소할 일이 훨씬 더 많을 거다. ”아이들이 직접 기본 정돈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하라. 장난감을 줍고 자기 방에 물건을 제자리에 두는 걸 연습 시키자.” 글로빈스키의 말이다. ”태어날 때부터 정리를 잘 하는 아이는 없다. 좀 더 도움이 필요한 아이도 있다. 성인 입장에서 아이들이 정리를 하는 게 당연해 보이고 쉬워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아이들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잘 가르쳐 주자.”
스트롱은 아이들에게 정리하는 법을 놀이처럼 알려주라고 추천했다. 타이머를 작동시켜 아이들이 얼마나 빨리 정리할 수 있는지 내기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5. 완벽하게 깨끗한 집을 유지하는 건 불가능하다.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자
마치 인스타그램에나 올라올 듯한 완벽한 집안 환경을 항상 유지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 최대한 깨끗하게 집을 정리하되 완벽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자.
″어린 자녀가 있다면 항상 집이 어질러졌을 수밖에 없다.” 델루카가 말했다. ”이를 인정하고 조금은 포기하면 훨씬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이상을 쫓아 완벽을 추구하기 보다 현실 속에서 타협하는 게 중요하다.”
*허프포스트 미국판 기사를 번역,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