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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에게 '마스크 안 써도 된다'던 백악관이 고위직 쓸 마스크 긴급 공수했었다

미국에서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백악관은 대만에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 허완
  • 입력 2020.04.16 15:54
  • 수정 2020.04.16 15:5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브리핑을 위해 백악관 브리핑룸으로 입장하고 있다. 이 날 미국 정부는 기존 지침을 수정해 일반 마스크나 얼굴 가리개를 착용하라고 권고했다. 2020년 4월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브리핑을 위해 백악관 브리핑룸으로 입장하고 있다. 이 날 미국 정부는 기존 지침을 수정해 일반 마스크나 얼굴 가리개를 착용하라고 권고했다. 2020년 4월4일. ⓒSarah Silbiger via Getty Images

미국 백악관이 3월 중순에 대만 정부에 다급하게 마스크 지원을 요청했고, 이렇게 확보한 마스크 중 일부를 백악관 고위 당국자와 직원들이 쓸 물량으로 따로 비축했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익명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15일 보도했다.

3월 중순은 미국 정부가 시민들에게 ‘건강한 일반인은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며 마스크 구입 자제를 당부하던 시기로, 공식적으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지침을 내린 건 2주가 더 지난 뒤인 4월 초의 일이다.

백악관은 대만으로부터 긴급 공수한 마스크 50만장 중 대부분이 의료진들에게 우선적으로 지급됐거나 국가적 차원의 전략물자 재고로 비축됐다고 해명했다.

대만 정부는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요청에 따라 일반 마스크 50만개를 미국에 보냈다.
대만 정부는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요청에 따라 일반 마스크 50만개를 미국에 보냈다. ⓒSAM YEH via Getty Images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인 매튜 포틴저는 일찌감치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 기자 출신인 그는 2003년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아시아 특파원으로 근무했던 경험 때문에 백악관 내에서 비교적 일찍 위험 신호를 감지하고 내부적으로 위험을 경고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1월부터 아시아의 코로나19 상황을 주시하던 포틴저 부보좌관은 곧 마스크의 국가전략비축량(Strategic National Stockpile)이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을 하기 시작했다. 국가적으로나 백악관 직원들을 위해서나 시급하게 마스크 재고를 확보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NSC 직원들은 우선 백악관 의무팀과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WP는 전했다. 한 NSC 관계자는 ”(백악관) 의료진이 쓸 마스크 공급은 충분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응하는 여느 의료진들과 마찬가지로 언제든 부족해질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NSC는 민간 분야로 눈길을 돌렸으나 이미 미국에서는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포틴저 부보좌관은 대만이 마스크를 대량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고, 3월14일 대만 정부 측에 전화를 걸어 마스크 지원을 요청했다. 며칠 뒤, 대만 정부는 방역용 마스크(N95)가 아닌 일반(수술용) 마스크 50만개를 미국 정부에 지원하기로 공식 합의했다.

당시 대만은 자국에서 생산된 마스크의 수출을 금지하고 있었지만, 이 합의는 ‘정부 대 정부’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수출 금지 조치 대상에서 제외됐다. ‘타이베이타임스’의 3월19일자 보도를 보면, 대만과 미국은 ”공동으로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의료 물품 교환”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전화 통화 열흘 뒤인 3월24일경, 마침내 대만이 보낸 50만개의 마스크가 미국에 도착했다. NSC는 이 중 3600개를 따로 빼서 절반은 직원 및 당국자들을 위해 비축했고, 절반은 백악관 의무팀에 보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코로나19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년 4월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코로나19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년 4월5일. ⓒSarah Silbiger via Getty Images

 

이 ‘마스크 긴급 공수’에 관여한 일부 당국자들은 일부 물량을 곧바로 백악관으로 보내도록 한 조치에 우려를 표했다고 WP는 보도했다.

반면 한 정부 관계자는 백악관이 고위 당국자들이 쓸 마스크 물량은 이미 충분히 확보해둔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또 당시에는 이렇게 자체적으로 비축한 마스크를 직원들에게 지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마스크 착용을 자제하라는 정부의 공식 지침을 따랐다는 것.

이 관계자는 정부 지침이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쪽으로 변경되면 ”우리는 백악관 건물안에 있는 직원들을 보호할 충분한 물량을 이미 확보한 상태가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을 비롯한 ”핵심 인사들을 보호”하는 등의 정부 대응 지침을 시행하는 데 필요한 물품들은 충분히 확보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팬데믹 대응 계획이 마련되어 있기는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백악관 (주요)인사들에 대한 마스크 공급을 확보하는 내용은 (대응 계획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게 (이번에) 얻은 교훈이다. 마스크를 구해보려고 했으나 (미국 내에서는) 구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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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악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