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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발견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 과학자들이 지금까지 파악한 것들

전문가들이 지금까지 파악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허완
  • 입력 2020.12.23 17:09
  • 수정 2020.12.28 10:43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코로나19 브리핑을 하고 있다. 영국은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런던과 잉글랜드 남동부 지역에 최고 단계의 봉쇄조치를 도입했다. 2020년 12월16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코로나19 브리핑을 하고 있다. 영국은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런던과 잉글랜드 남동부 지역에 최고 단계의 봉쇄조치를 도입했다. 2020년 12월16일. ⓒASSOCIATED PRESS

영국에서 보고된 코로나19(SARS-CoV-2)의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공포에는 전염성이 있다. 유럽의 인접 국가들은 즉각 한시적으로 영국발 입국을 차단했고, 한국 보건당국도 연말까지 항공편 운항을 일시 중단하는 한편 영국발 입국자에 대한 검역을 강화하기로 했다.

영국 정부는 기존 체계에 없던 봉쇄조치 ‘4단계’를 도입해 런던과 잉글랜드 남동부 지역을 긴급 봉쇄했다. 그럼에도 하루 확진자수(22일)는 사상 최다인 3만6804명을 기록했다.

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는 얼마나 위험한 걸까? 개발이 완료된 백신은 이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을까?

전 세계 과학자들이 이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에 돌입한 지금, 영국 BBC로이터, 파이낸셜타임스(FT), 뉴욕타임스(NYT) 등의 보도를 바탕으로 현재까지 알려진 것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마스크를 쓴 한 시민이 영국 런던의 거리를 걷고 있다. 영국 정부의 봉쇄조치 격상으로 런던과 잉글랜드 남동부 지역 주민 1800만명은 크리스마스에 한 집에 살고 있는 가족을 제외한 사람들과 모임을 할 수 없게 됐다. 2020년 12월22일.
마스크를 쓴 한 시민이 영국 런던의 거리를 걷고 있다. 영국 정부의 봉쇄조치 격상으로 런던과 잉글랜드 남동부 지역 주민 1800만명은 크리스마스에 한 집에 살고 있는 가족을 제외한 사람들과 모임을 할 수 없게 됐다. 2020년 12월22일. ⓒASSOCIATED PRESS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는 어디에서 왔나?

이 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는 ‘B.1.1.7’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과학자들이 이 바이러스의 존재를 처음 확인한 시점은 2020년 10월이다. 영국 ‘지노믹스UK컨소시움’이 9월20일과 21일에 영국 런던과 켄트 지방에서 채취된 검체 두 건의 유전체 코드를 분석한 후의 일이다.

그러나 당시 과학자들은 이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을 그다지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무엇보다 변이된 형태의 바이러스가 등장하는 것 자체는 드문 일이 아니다.

‘코로나19’로 통칭하고 있기는 하지만 1년 전쯤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견됐던 바이러스와 현재 세계 곳곳에서 유행하고 있는 바이러스는 다르다. 우한에서 발견됐던 코로나바이러스보다 감염력이 높은 돌연변이인 ‘D614G’는 2월에 유럽에서 발견된 이후 지금은 전 세계 대부분 감염자에게서 발견되고 있다. 

과학자들이 ‘B.1.1.7’에 주목하게 된 건 12월 중순 잉글랜드 남동부 지역에서 확진자가 급격하게 증가한 배경으로 이 바이러스가 지목되면서부터다. 과학자들은 이 바이러스가 지금까지 발견된 코로나19 바이러스들 중 가장 변이가 심한 형태라고 보고 있다. 

이 변이 바이러스에서는 돌연변이 유전자 23개가 발견됐으며, 이 중 17개가 전염력 등 바이러스의 움직임에 관한 변이로 파악됐다. 바이러스가 인체의 세포에 침투할 때 연결고리가 되는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변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난 게 대표적이다.

변이가 발생한 최초 환자(index patient)를 찾는 데에는 실패했다. 그러므로 이 변이 바이러스가 영국에서 처음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지역에서 유입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봉쇄조치가 내려지기 전, 쇼핑객들로 북적이는 영국 런던 리젠트스트리트. 2020년 12월19일.
봉쇄조치가 내려지기 전, 쇼핑객들로 북적이는 영국 런던 리젠트스트리트. 2020년 12월19일. ⓒASSOCIATED PRESS

 

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는 얼마나 위험한가?

영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모델링 결과를 근거로 ‘B.1.1.7’의 전염력이 기존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얼만큼? 40%에서 최대 70%까지.

영국 정부는 이 변이 바이러스가 재생산지수(R)을 적어도 0.4 정도 높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의 마틴 히버드 교수는 ”신종 ‘B.1.1.7’는 기존 바이러스가 갖고 있던 인체에 치명적인 모든 요소를 갖추면서도 높은 전염력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변이 바이러스가 기존에 유행하던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더 치명적이라는 증거는 아직 없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전염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바이러스의 전염력이 높아지면 확진자 증가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통제는 훨씬 어려워진다. 사망자가 늘어나고 위중증 환자가 급증해 의료체계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바이러스 자체의 치명도가 높아진 게 아니더라도 환자 급증으로 인한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을 보면, 영국에서는 최근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에게서 ‘B.1.1.7’가 발견되는 비율이 급증했다. 이 변이 바이러스가 기존에 유행하던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11월 초만 하더라도 런던 내 신규 확진자 중 이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된 비율은 28% 수준이었다. 반면 3주 뒤인 11월 말부터 발생한 확진자의 62%가 이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임페리얼칼리지런던의 피터 오픈쇼 교수는 ”이걸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게 옳다”고 말했고, 케임브리지대의 숀 피츠제럴드 교수는 ”극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B.1.1.7’의 전염력에 대한 추산치는 모델링에 근거한 것으로 실험실 연구는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 영국 정부의 설명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있다고 FT는 전했다. 전염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게 변이 바이러스 자체의 특성 때문인지, 아니면 방역수칙을 준수하지 않은 사람들의 행동 때문인지 구별하기 어렵다는 것. 이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과 확진자 급증이 단순 우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노팅엄대의 조너선 볼 교수는 ”바이러스가 정말로 전염력을 높였는지에 대해 분명하고 확실한 견해를 정하기에는 공개된 증거의 양이 걱정스러울 만큼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이 변이을 처음 발견한 ‘지노믹스UK컨소시움’의 닉 로먼 교수는 BBC에 ”실험실 연구가 필요하다”면서도 ”(결과를 확인하고 확산을 억제하는 조치를 취하기 전까지) 몇 주, 몇 개월을 기다릴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아마도 아닐 거다.”

영국 정부는 최근 런던과 잉글랜드 남동부 지역의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이 변이 바이러스 출현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기존에 없던 봉쇄조치 '4단계'를 신설했다.
영국 정부는 최근 런던과 잉글랜드 남동부 지역의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이 변이 바이러스 출현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기존에 없던 봉쇄조치 '4단계'를 신설했다. ⓒASSOCIATED PRESS

 

변이 바이러스, 어디까지 퍼졌나?

이 변이 바이러스는 런던과 잉글랜드 남동부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됐다. 많지는 않지만 웨일스와 스코틀랜드에서도 사례가 보고됐다.

영국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B.1.1.7’가 발견된 국가는 덴마크, 호주, 이탈리아, 네덜란드, 아이슬란드 등으로 알려져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아직 미처 파악되지 못한 채로 이 변이 바이러스가 다른 국가에서 유행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영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유전체 분석 역량을 보유한 국가 중 하나로 손꼽힌다. 벨기에 보건원장 스테번 판휘흐트는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종합적인 유전체 분석 프로그램을 갖춘 국가 중 하나로, 모든 바이러스 샘플의 5%~10%가 유전적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영국보다 나은 국가는 거의 없다.”

덴마크 올보르대의 마츠 알베르첸 교수는 ”(영국처럼 바이러스의 유전체 코드를) 들여다보는 국가가 별로 없다. 들여다보지 않으면 찾을 수가 없다”고 FT에 말했다. ”지금까지 이게 전 세계로 확산되지 않았다고 상상하기는 어렵다. 이렇게 오랫동안 영국에서 유행했다면 전 세계 모든 나라로 퍼졌을 거다.” 

영국 런던 세인트판크라스역에서 프랑스 파리로 향하는 유로스타 열차 탑승을 기다리는 사람들. 변이 바이러스 출현 소식에 인접 국가들은 한시적으로 영국발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했다. 2020년 12월20일.
영국 런던 세인트판크라스역에서 프랑스 파리로 향하는 유로스타 열차 탑승을 기다리는 사람들. 변이 바이러스 출현 소식에 인접 국가들은 한시적으로 영국발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했다. 2020년 12월20일. ⓒASSOCIATED PRESS

 

이미 개발된 코로나19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를 보일까?

변이 바이러스 등장 소식은 공교롭게도 영국과 미국 등지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는 시점에 나왔다. 그렇다면 이 ‘B.1.1.7’은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인류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걸까?

일단 백신을 개발한 제약회사들은 이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화이자와 함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독일 바이오엔테크의 CEO 우구르 사힌은 ”과학적으로 우리 백신의 면역반응은 이 변이 바이러스에도 대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우리 백신에는 1270개 넘는 아미노산노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바이러스 변이로) 바뀐 건 9개에 불과하다. 즉 (바이러스) 단백질의 99%는 똑같다는 얘기다.”

그는 최신 기술인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으로 개발된 이번 백신의 고유한 장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백신에 포함된 유전물질을 신속하게 재설계한 다음 곧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론상 mRNA 기술의 장점은 이 새로운 변이에 완벽하게 대응하는 백신을 바로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힌 CEO는 ”이론적으로 6주 내에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새 백신을 내놓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규제당국의 승인 절차에 소요되는 시간을 감안하면 변이에 대응하는 새 백신이 실제 접종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 있다.)

전통적인 방식의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는 변이 바이러스의 단백질 스파이크 구조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자사가 개발 중인 백신이 효과를 보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기존 백신을 무력하게 만들 정도로 바이러스가 변이하려면 최소 몇 년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끔찍한 단 하나의 변이가 일어나서 갑자기 모든 면역과 항체를 쓸모없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할 필요는 없다.”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프레드허친슨암연구센터의 진화생물학자 제시 블룸 박사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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