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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6월 11일 14시 31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6월 22일 15시 24분 KST

[허프인터뷰] ‘개들의 섬’은 웨스 앤더슨이 개에 대한 사랑으로 만든 영화다

'개들의 섬'은 지난 21일 개봉했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신작 ‘개들의 섬’의 영문 제목(Isle of Dogs)을 흘려 발음하면 ‘개를 사랑해’(I love dogs)가 된다. 말 그대로, 개를 향한 사랑으로 쓰인 영화다. 다만, 포스터의 그림체만큼 사랑스럽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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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20년 뒤다. 일본의 가상도시 ‘메가사키시’의 고바야시 시장은 개 독감의 확산으로 모든 개의 격리를 선언하고, 첫 격리 대상으로 양아들 ‘아타리’의 경호견 ‘스파츠’를 선정한다. 아타리는 양아버지의 독단적인 결정에 반발해 홀로 소형 비행기를 타고 개들이 추방된 쓰레기섬을 찾는다. 이곳에서 아타리는 개 다섯 마리를 만나 함께 스파츠를 찾아 나선다.

그동안 메가사키시에서는 고바야시 시장의 ‘파시스트 정치’에 반대하는 이들과 개 추방을 지지하는 이들이 대립한다. 어떤 이들은 영화를 보며 불법 이민자들을 추방하려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떠올리기도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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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의 섬’은 일본 영화를 향한 앤더슨의 애정이 곳곳에서 눈에 띄는 영화다. 배경이 일본인데다가 일부 등장인물을 제외한 사람들의 대사는 모두 일본어다. 앤더슨은 자신을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오랜 팬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 때문에 영화에는 영화 ‘7인의 사무라이‘와 ‘란’ 등의 작품을 오마주한 장면이 삽입되어 있다.

당신이 웨스 앤더슨의 영화를 좋아하는 수많은 마니아 중 한 명이라면 ‘개들의 섬’ 역시 기대해도 좋다. 이전 작품들의 섬세함과 스토리텔링 기법이 그대로 표현됐지만, 동시에 새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개를 주인공으로 한 수많은 영화 중 웨스 앤더슨의 이번 작품이 독특하게 느껴지는 건 아마 아타리와 개들의 모험담이 예상을 계속 벗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앞서 말했듯, 이 영화는 개에 대한 다른 영화들처럼 사랑스럽고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허프포스트코리아는 ‘개들의 섬‘의 국내 개봉에 앞서 웨스 앤더슨 감독이 이번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와 그 배경, 그리고 차기작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전화 인터뷰로 만난 그는 이번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 ‘운명 같았다’며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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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제이슨 슈왈츠먼(공동 각본), 웨스 앤더슨, 쿠니치 노무라(고바야시 시장 역, 공동 각본) 

먼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개를 키우고 있나?

=지금은 개를 키우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에 나오는 개 중 대다수는 내가 어릴 적 키우던 개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치프’는 내가 어렸을 때 키우던 개의 이름이다. 지금은 개를 키우지 않지만, 시골에 살고 있어 염소 두 마리와 닭을 키우고 있다.

팬들에게 이번 영화를 소개한다면?

=이 영화는 자신이 키우던 개와 깊은 유대감을 느끼는 한 남자아이의 이야기다. 아이는 집에서 개를 강탈당한 뒤, 개를 찾을 때까지 모험을 멈추지 않는다. 또한, 국민 중 일부가 정치적인 이유로 대다수에 의해 배척당하는 이야기를 그리기도 한다. 이게 바로 ‘개들의 섬’이 전하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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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나오는 견종이 모두 다르다. 어떻게 생각해 낸 건가?

=각본을 쓸 때 여러 견종을 섞어 개들을 만들어냈다. 퍼펫 제작을 담당한 앤디 젠트가 손으로 개들을 만들었는데, 그 과정이 정말 독특했다. 예를 들어 치프의 경우, 우리는 그를 이렇게 설명했다. 긴 다리와 검은 코, 복서 개의 턱에, 흰 점이 새겨진 귀가 달린 숯처럼 까만 사냥개. 그리고 중형견의 몸집이지만 장거리를 달릴 수 있는 개의 체중이기를 바랐다. 굉장히 디테일하지만 현실적이지는 않다. 실존하는 개보다는 복싱선수나 소방관, 육상선수에서 영감을 받았다. 개를 창조하는 동안에는 그림을 절대 그리지 않았다. 그저 점토로 퍼펫을 만들었을 뿐이다.

그림은 왜 그리지 않았나?

=보통은 그림을 그린 뒤 퍼펫을 만드는데, 그림을 그려놨더니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결과물이 나오더라. 그래서 곧바로 입체로 만들자고 했다. 그림으로 그렸을 때 왜 실패했는지는 모르지만,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진짜 개를 찍은 사진 같았다. 퍼펫을 만들기 시작한 이후에야 더 독창적이고 영화 캐릭터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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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시 워커(그레타 거윅) 퍼펫

‘판타스틱 Mr. 폭스’ 이후 두 번째 스톱모션 영화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매력이 있다면? 

=질감이나 입체감이 매력적이다. 애니메이션은 이야기를 만들어 낸 다음 장면을 그리고, 장면을 계획한 다음, 목소리를 녹음한다. 그래서 영화를 찍기 시작할 때는 이미 편집을 한 상태인 것이다. 실사 영화를 찍을 때는 한 장면, 한 장면 찍지만, 애니메이션을 촬영할 때는 스무 장면, 심지어 마흔 장면까지 동시에 찍을 수 있다. 

사실 나는 이 방식을 실사 영화를 촬영할 때도 활용하고 있다. 실사영화를 찍을 때도 장면을 그리며 대사를 핸드폰에 녹음한다. 또한, 스토리보드 아티스트와 함께 애니메이션을 만들 듯 영화를 그리고, 편집한다. ‘판타스틱 Mr. 폭스’를 찍기 전에는 이렇게 촬영한 적이 없지만, 그 이후부터는 이 기술을 실사 영화 촬영 때도 사용한다.

영화 배경을 일본으로 정한 이유가 있나?

=이번 영화의 배경은 상상 속의 장소다. 이름은 런던의 한 섬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영화가 전하는 이야기와 배경은 그곳과 전혀 상관 없다. 처음부터 배경을 정하고 영화를 만든 건 아니다. 이번 영화 배경을 어디로 할지 전혀 몰랐을 때, 로만 코폴라, 제이슨 슈워츠(시나리오 공동 집필)와 나는 친구인 쿠니치 노무라(시나리오 공동 집필, 고바야시 시장 목소리 연기) 따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일본에 대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났다. 영화 내용은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로 말이다. 그러다 이번 영화를 일본 배경으로 하면 어떨까하고 생각했다. 그렇게 며칠동안 고민을 했고, 정말 많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일본 배경과 ‘개들의 섬’ 이야기가 정말 운명적으로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굳이 일본이어야 할 이유는 없었지만, 일본을 배경으로 정한 순간 불꽃이 튀는 것 같았다.

왜 굳이 일본이었나?

=간단하다. 우리는 일본 영화를 좋아하고,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다. 이 영화 때문에 일본 영화를 보기 시작한 것이 아니다. 일본 영화는 우리 삶의 일부다. 로만의 경우, 그의 아버지가 구로사와 감독과 함께 일했고, 구로사와 감독과 개인적인 친분도 있다. 우리(제이슨 슈워츠와 웨스 앤더슨)는 일본 영화를 사랑한다. 그것이 바로 이번 영화의 배경을 일본으로 정한 이유다.

일본어를 할 줄 아는가?

=전혀 못한다. 

대부분의 대사는 영어로 통역되지만, 일부는 일본어 그대로 남겨뒀다. 대사 전부를 통역하지 않은 이유는 뭔가?

=배경을 일본으로 정했을 때부터 영화에서 인간은 일본어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영화인 만큼, 일본어가 영화의 큰 부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사 뿐만 아니라 글씨나 그림을 통해서 말이다. 자막 달린 영화는 매력이 없다고 느낀다. 영화는 읽는 게 아니라 듣고 경험해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를 번역할 여러가지 방법을 떠올렸고 그중 다수를 영화에 도입했다. 일부 대사는 일본어를 알아듣지 못해도 개들의 표정이나 행동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그런 장면은 따로 대사를 번역하지 않았다. 다른 대사들은 번역을 해야만 했고, 그 과정은 거대한 퍼즐처럼 어려웠지만 계속된 노력 끝에 이야기를 잘 전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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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 앤더슨과 '개들의 섬' 출연진.

일본 문화를 비하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일본인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 거라고 생각하나?

=그 지적이 일본인들 사이에서 제기됐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영화는 일본 관객 사이에서 굉장히 좋은 평을 받았다. 우리가 전하려는 이야기를 다 이해하기 때문이다. 만약 일본어를 하지 못 한다면 우리가 영화를 만들며 일본문화에 대해 얼마나 깊이 조사했는지,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일본문화에 관심이 많은지 이해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 중에는 일본인이 여럿 있었고, 그 덕에 이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 배우와 그래픽 디자이너, 공동 집필가 등 중 일본인 스태프만 23명에 달한다. ‘개들의 섬’은 일본어로 이야기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실패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팬이 굉장히 많다.

=전작 덕에 팬이 조금 있는 걸 알고 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한국에서 꽤 인기를 끈 걸로 들었는데, 자세히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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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몇 년 전, 북한의 건축 인테리어와 당신의 영화를 비교한 사진 시리즈가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었다. 본 적 있나? 

=몇 장 봤다. 대칭적이고 굉장히 세심하게 연출된 사진이더라. 구도 때문에 그 사진들이 내 영화의 한 장면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 듯하다. 

차기작은?

=지금 새 영화를 만들고 있다.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만들고 있다. 영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와 미국, 그리고 중부 유럽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만들었고, 일본을 배경으로 한 영화도 제작했다. 이번에는 프랑스 영화를 만들고 있다.

한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나도 기대하고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