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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장기 집회' 수요시위가 30주년을 맞았는데 소녀상 앞 자리를 빼앗겼다(사진)

1년 내내 극우단체로부터 공격받고 있다.

5일 낮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30주년을 맞은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1525차 정기 수요집회가 열려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일본 정부에 사죄 및 배상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5일 낮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30주년을 맞은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1525차 정기 수요집회가 열려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일본 정부에 사죄 및 배상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겨레

“30년 전 수요시위를 시작했던 그때의 믿음과 열정이 다시 느껴집니다. 시위를 처음 시작했을 때 금방 끝날 줄 알았어요. 이렇게 30년 동안 이어질 줄은 몰랐지요. 오늘 젊은 여성인권운동가 친구들을 보니 참 감격스러워요.”

5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의소녀상 자리 근처 평화로. 이날 30주년을 맞은 ‘1525차 수요시위’를 찾은 1세대 여성인권운동가 윤영애(79)씨가 집회 장소 한쪽에 세워진 ‘1992년 1월8일 1차 수요시위’ 모습이 담긴 사진을 가리켰다. 그는 “이게 나”라며 웃었다. 윤씨는 1991년 ‘위안부’ 피해 사실을 세상에 처음 알린 고 김학순씨와 함께 수요시위를 처음으로 시작한 여성인권운동가다.

수요시위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초장기 평화시위로 매주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이날 집회 현장엔 청년 인권운동가들과 머리가 희끗해진 1세대 운동가, 시민 등 200여명이 모였다. 참석자들은 30년 동안 이어져 온 평화 여정을 축하하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다짐했다. 이날도 참석자들은 여느 수요시위 때처럼 ‘30년간의 외침, 공식사죄 법적배상’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일본 정부의 사죄를 촉구했다.

5일 낮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30주년을 맞은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1525차 정기 수요집회에 참가한 윤영애씨. 1992년 1월 1차 ‘수요시위’ 사진에 나온 본인 모습을 가리키고 있다. 박지영 기자
5일 낮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30주년을 맞은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1525차 정기 수요집회에 참가한 윤영애씨. 1992년 1월 1차 ‘수요시위’ 사진에 나온 본인 모습을 가리키고 있다. 박지영 기자 ⓒ한겨레

역사적인 날이지만 정의연은 소녀상 바로 앞에서 수요시위를 진행할 수 없었다. 2020년 5월부터 극우단체가 소녀상 집회 장소를 선점하며 맞불집회를 벌이면서다. 이날도 자유연대를 포함한 극우단체 회원 20여명은 “위안부는 거짓말”이라고 외쳤다. 1년 넘게 극우단체로부터 시달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 네트워크’는 이날 집회에 앞서 “수요시위 현장에서 인권침해와 폭력, 혐오를 방치하는 경찰을 규탄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구제 조치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30년 전, 김학순의 증언으로 시작된 ‘수요시위’ 

수요시위는 1991년 8월14일 고 김학순씨가 최초로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한 이후, 1992년 1월8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현 정의연) 회원 30여명이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면서 시작됐다. 1995년 일본 고베 대지진 때를 제외하면 30년간 매주 빠짐없이 열리고 있다. 세계 최장기 집회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해지면서 집회가 제한됐을 때도 수요시위는 1인 시위로 집회를 이어갔다.

반일행동 소속 학생들이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맞은편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돌아가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영정을 들고 자유연대 측의 집회에 맞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22.1.5
반일행동 소속 학생들이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맞은편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돌아가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영정을 들고 자유연대 측의 집회에 맞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22.1.5 ⓒ뉴스1
수요시위에 참석한 사람들. 2022.1.5
수요시위에 참석한 사람들. 2022.1.5 ⓒ뉴스1

이날 코로나19로 집회 현장을 찾지 못한 ‘위안부’ 피해자들은 영상을 통해 참가자들과 만났다. 이옥선(95)씨는 “(참가자들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닥에 앉아서 (시위를) 해야 했으니까. 수요시위 나간 사람들이 고생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용수(94)씨도 “30년 동안 나와서 얘기하는 분 보면 너무 감사하고 고마웠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일본이 저렇게 망언을 하고 있다. 유엔 고문방지협약을 통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대에 오른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30년 세월 동안 치욕과 아픔은 연대와 사랑의 힘으로 치유됐고, 전 세계 시민들은 식민주의, 제국주의에 저항하며 피해생존자들이 일궈온 여정에 동참해왔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가 해결되는 그날까지 변함없이 평화로에서 서서 외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용기를 내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세상에 알리고, 또 1525차 수요집회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 함께 해주신 분들, 모두 고생이 많으셨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밝혔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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