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2022년 05월 11일 16시 02분 KST

"몇 주밖에 못 산다" 시한부 남성과 그의 여자친구는 함께 누구보다 바쁘고 의미 있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남성은 베커 근디스트로피(유전자 돌연변이로 근육을 소실하는 질병)를 앓고 있다.

LAUREN HARRAH via Ivory Row Photography
헌터와 에밀리의 결혼식

 

미국의 헌터 니슬리(27)라는 남성은 베커 근디스트로피(유전자 돌연변이로 근육을 소실하는 질병)를 앓고 있다. 그는 얼마 전 의사로부터 ”몸 상태가 좋지 않으니 몇 주 살지 못할 듯 하다. 마음의 준비를 하라”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헌터에게는 사랑하는 에밀리라는 파트너가 있다. WPDE에 따르면 두 사람은 동갑으로 같은 병원에서 같은 날 불과 4시간 차이로 태어났다. 헌터는 8살 때 처음으로 근디스트로피를 진단 받았다. 피플에 따르면 헌터는 ”어렸을 때 유난히 다른 아이보다 느리게 달렸고 폼도 이상했다”고 회상했다. 이후 헌터와 에밀리는 같은 고등학교에서 다시 만났다. 당시 에밀리는 ”헌터가 병을 앓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여전히 멋지다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헌터도 에밀리에게 관심이 있었지만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헌터는 ”에밀리가 너무 예뻤는데 당시 내가 너무 소심해서 말을 걸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고등학교 때부터 서로에게 관심이 있었지만 막상 사귀지는 못했다. 이후 10년 이상이 흘렀고 2019년 1월 헌터가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에밀리의 계정을 다시 보게 됐다. 헌터는 용기를 내, ‘안녕’이라고 에밀리에게 페북 메시지를 보냈고 두 사람은 다시 연락을 시작했다. 헌터의 연락을 받았을 당시 에밀리는 아직 이혼 진행 중이었고 두 딸이 있었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너무 잘 통했다. 두 사람 모두 해리포터와 공포영화 그리고 데스티니차일드와 백스트리트보이즈의 음악을 사랑했기에 급격히 가까워질 수 있었다.  

LAUREN HARRAH via Ivory Row Photography
헌터와 에밀리 가족

 

세 번째 데이트에서 헌터는 에밀리에게 솔직하게 건강이 좋지 않고 같은 질병을 앓는 사람 중 심장 문제가 흔하며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상황을 고백했다. ”에밀리에게 생각보다 빨리 내게 심각한 건강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확실하게 말했다.” 그날 에밀리는 집에 돌아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결국 어차피 인생에 정답은 없다며 헌터와 계속 만나기로 결심했다. 에밀리는 ”헌터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만약 누군가가 나를 울릴 거라면 그게 헌터이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에밀리의 이혼 소송은 길어져서, 당장 두 사람은 결혼할 수 없었다. 대신 에밀리와 그의 두 딸과 헌터는 동거를 시작했다. 헌터는 ”매일 아침 눈을 뜰 때 에밀리와 딸들을 볼 수 있어 행복하다”고 전했다.  

Ivory Row Photography via Ivory Row Photography
에밀리와 헌터의 결혼식

 

헌터는 2020년 12월 에밀리에게 프로포즈했고 에밀리의 답은 ‘예스’였다. 다만 아직도 이혼 소송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였기에 정식 결혼을 미뤘다. 두 사람은 실물 결혼반지 대신 손가락에 결혼반지 문신을 새기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 ”반지 대신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문신을 새겼다. 더 의미가 있었다. 절대 벗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에밀리의 말이다. 헌터와 에밀리는 2021년 3월 아들을 낳았다. 두 사람이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헌터의 병은 만약 두 사람의 아이가 딸일 경우 유전될 수 있었다. 헌터는 ”의사들은 아들에게는 유전되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항상 아들을 원했다”며 기뻐했다. 에밀리가 출산할 당시 헌터는 기뻐서 울면서 간호사의 도움으로 아들의 탯줄을 자를 수 있었다.  

COURTESY KNISLEY FAMILY
에밀리와 아들

 

기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올해 헌터는 계속 건강에 문제를 겪었다. 폐렴, 다리의 심한 붓기, 급성 호흡기 감염 등으로 병원에 세 차례 이상 입원해야 했다. 그리고 회복이 얼마 정도 됐을 때 평소처럼 정기 검진을 받으로 병원을 방문했다. 그는 ”평소보다도 몸 상태가 좋게 느껴졌다”고 말했지만 의사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의사는 그에게 심부전 말기이며 몇 주 밖에 살지 못할 거라고 설명했다. 에밀리는 딸을 학교에서 픽업하다가 이 소식을 들어야 했다. 에밀리는 ”심장에 비수가 꽂힌 기분이었다.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전혀 예상 못 했다”고 회상했다. 

KNISLEY FAMILY
에밀리와 헌터

 

의사가 헌터에게 마지막 소원이 있는지 물었고 헌터는 ”에밀리와 바닷가에서 결혼하고 싶다. 아이들에게 바다를 보여주고 싶다”고 답했다. 이 말을 들은 병원 직원은 헌터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도움을 구했다. 근디스트로피 환자를 돕는 단체에 연락했고, 단체에서 헌터가 좋아하는 바닷가 근처의 웨딩플래너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헌터의 사연이 지역 커뮤니티에 알려지면서 한 기업이 헌터와 에밀리의 결혼을 후원하겠다고 나섰다. 두 사람이 공짜로 원하는 바닷가에서 결혼식을 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에밀리는 바로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낭비할 시간이 없다” 오래 끌어온 전 남편과의 이혼 소송을 마무리해달라고 부탁했다. 마침내 4월 14일 에밀리는 공식적으로 전 남편과 이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주 4월 21일, 헌터와 에밀리의 결혼식이 열렸다. ”완벽한 결혼식이었다.” 헌터의 말이다. 에밀리의 딸들도 두 사람의 결혼식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기뻐했다. 에밀리는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이 우리의 결혼식을 위해 많은 도움을 줬다.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전했다.  

Jennifer Abney/WPDE
헌터와 그의 아이들

 

헌터와 에밀리는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다른 이들에게도 힘이 되기 위해 우리의 이야기를 공개한다. 힘든 일이 많았지만 항상 그 속에도 기쁜 일은 있었다”고 말했다. 또 헌터를 위해 에밀리는 가족과 친구 등 25명을 두 사람이 나온 고등학교의 미식축구 경기장으로 초대했다. 그 자리에서 에밀리와 휠체어를 탄 헌터와 둘의 아들은 운동장 끝에서 끝까지 함께 달리며 골인(터치다운)을 선보였다. 초대된 사람들은 이 가족을 위해 환호와 응원을 보냈다. 헌터는 아들이 성장하며 미식축구를 하는 모습을 보길 바랐지만, 이렇게라도 그 꿈을 이루고 싶었던 것이다. 에밀리는 ”미식축구는 헌터가 평생 하지 못 한 일이면서, 앞으로 아들이 성장하며 운동하는 모습을 못 볼 것이기 때문에 이런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헌터를 처음 만났을 때, 이런 날이 올 줄 예상은 했다. 다만 너무 빨리 그런 날이 찾아왔다. 그렇지만 헌터와 다시 만나서 기쁘고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행복했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아들을 낳을 수 있었다. 내 딸들도 헌터를 좋아하고 아빠라고 생각한다.” 

RM PHOTOGRAPHY
미식축구 운동장을 달린 에밀리, 헌터, 그리고 두 사람의 아들

 

헌터와 에밀리는 현재 희망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아무도 정확히 헌터가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는 예측할 수 없다. 그럼에도 헌터는 ”아무리 힘든 일이 있더라도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 계속 나아가라. 시간만큼 소중한 건 없다”고 전했다. 

 

 

 

 

안정윤 기자: jungyoon.ahn@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