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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여성들은 치마 밑에 바지를 입기 시작했을까? '드레스와 바지' 조합은 여성 인권 운동에 뿌리를 두고 있다

“과거 드레스와 바지 복장을 한 여성들은 국제적인 조롱거리가 됐다"

2000년대 초반 할리우드 스타들의 패션
2000년대 초반 할리우드 스타들의 패션 ⓒGETTY

2000년대 초반 유행한 스타일을 이야기할 때, ‘청바지와 탑’ 조합을 빼놓을 수 없다. 다양한 상의가 디자이너 청바지를 더 돋보이게 했다. 이 스타일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린 유행이 있다. 바로 ‘청바지에 위에 드레스’ 조합이다. 

특히 2002~2005년 연예인들은 공식 석상에서 청바지와 드레스를 함께 입었다. 드레스는 화려한 홀터부터 클래식한 쥬시 쿠뛰르의 끈 없는 드레스까지 다양했다. 2019년 배우 제시카 알바는 인스타그램에 자신이 입은 사진을 올리면서 “2000년대 초에는 분명히 청바지에 드레스 입는 것을 좋아했는데...”라고 말했다.

사실 ‘청바지와 드레스’ 조합은 생각보다 더 오래된 패션이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여성 인권 운동에 뿌리를 두고 있다.

 

‘청바지와  드레스’ 조합의 매력

‘청바지와 드레스’ 패션은 레드 카펫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비연예인도 일상에서 많이 입고 다녔다.  

조지아주 대학 섬유·마케팅·인테리어 학과의 패션 사학자이자 연구가인 사라 이다카비지는 “고교 시절 내 단골 스타일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무릎까지 오는 프릴 드레스에 운동화를 신고 부츠컷 청바지를 입은 것을 기억한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이 스타일이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패션이었기 때문에 끌렸던 것 같다”며 “파티복을 입고 등교하는 게 좋았지만, 청바지가 없었다면 적절하지 않았을 것 같다. ‘원피스와 청바지’ 콤보 덕분에 과하지 않게 보일 수 있었고,  당시 여성 연예인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다카비지는 “그 외에도 굉장히 페미닌한 드레스와 청바지 조합은 ‘성 규범을 가지고 노는 건방진 방법’을 제시하며, 트렌드가 제3의 물결 페미니스트 운동과 잘 맞아떨어졌다. 여성들이 반항적인 정신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었다”고 덧붙였다.

실용적인 차원에서 청바지에 원피스를 입는 것은 치마가 들춰져 갑자기 사진 찍히는 두려움이 사라졌기 때문에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이는 또한 애슐리 티스데일과 마일리 사이러스 같은 디즈니 스타들이 당시 그들의 의상에 더욱 건전한 분위기를 주도록 했다.

 

룩의 역사

요즘 우리는 바지 위에 드레스를 입고 있는 연예인들 과거 사진을 보며 웃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19세기 중반에 이 조합은 완전히 ‘스캔들’이었다.

패션 사학자이자 팟캐스트 ‘패션의 역사’ 공동 제작자인 캐시디 재커리는 “1850년대 미국의 아멜리아 젠크스 블루머와 엘리자베스 캐디 스탠튼과 같은 여성 인권 운동가들은 당시 논란의 대상이었던 두 성별의 옷으로 상류 사회를 놀라게 했다”고 말했다.

합리적 드레스 운동(the rational dress movement)이라 불리는 드레스 개혁 운동은 빅토리아 시대에 미국과 유럽 일부 지역에서 일어났다. 당시 여성들은 무거운 드레스를 입고 꽉 조이는 코르셋을 입었기 때문에 과열, 호흡곤란, 계단에서 넘어짐, 장기 찌그러짐 등 문제를 겪었다. 건강을 직접적으로 해치고 자유를 제약하는 여성 복장으로부터 해방하는 것이 목표였다.

재커리는 “초기 여성 참정권자들이 헐렁한 ‘터키 바지‘나 ‘팬탈론’(19세기경 바지)에 종아리 길이의 드레스를 입게 된 건 당시 유행하던 거추장스럽고 바닥에 끌리는 스커트에 대한 편하고 실용적인 대안이었다”며 “그들의 삶을 규제하는 엄격한 성 규범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고 덧붙였다.

블루머를 입은 여성들. 1851년 Punch (영국의 주간 풍자 만화 잡지) 
블루머를 입은 여성들. 1851년 Punch (영국의 주간 풍자 만화 잡지)  ⓒUniversal History Archive via Universal Images Group via Getty
1855경 여성들이 블루머를 입으면서 어떻게 남성화 되었는지를 풍자한 만화.
1855경 여성들이 블루머를 입으면서 어떻게 남성화 되었는지를 풍자한 만화. ⓒHulton Archive via Getty Images

그는 “드레스와 바지 복장을 한 여성들은 국제적인 조롱거리가 됐다. 성 역할이 뒤바뀐 세계를 비웃는 수많은 풍자 인쇄물이 나왔다. 집에서 요리 하고 아이들을 돌보는 남성들에게 여성들이 청혼했다는 내용이다. 이 옷 한 벌에 얼마나 많은 사회적 불안이 담겨있는지 생각해 보면 놀랍다”고 했다.

헐렁한 드레스와 발목에 주름 잡힌 바지의 조합은 앞서 언급한 여성 인권 운동가 아멜리아 젠크스 블루머 이름을 따서 ‘블루머‘라고 불리기도 했다. 아멜리아 블루머는 그가 만든 여성 신문인 ‘릴리’(The Lily)에 복장의 장점에 대한 열띤 기사로 이 룩을 대중화했다. 

1851년 삽화 : 짧은 치마 속에 통바지인 '블로머'를 입은 여성의 모습. 이 바지는 여성 인권 운동가인 아멜리아 젠크스 블루머(Amelia Jenks Bloomer)로부터 이름을 따왔다.
1851년 삽화 : 짧은 치마 속에 통바지인 '블로머'를 입은 여성의 모습. 이 바지는 여성 인권 운동가인 아멜리아 젠크스 블루머(Amelia Jenks Bloomer)로부터 이름을 따왔다. ⓒLibrary of Congress via Corbis/VCG via Getty Images
(1818-1984) 미국 페미니스트 아멜리아 젠크스 블루머. 그가 디자인하고 입었던 '블루머' 스타일 / 1869년 런던 목판화
(1818-1984) 미국 페미니스트 아멜리아 젠크스 블루머. 그가 디자인하고 입었던 '블루머' 스타일 / 1869년 런던 목판화 ⓒUniversalImagesGroup via Getty Images

아이다카비지는 “블루머 의상은 당시 서양 패션에서 유행했던 실루엣을 그대로 반영했지만 무거운 페티코트(속치마)를 헐렁한 바지와 바꿔 입음으로써 편안함과 이동 편의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복장을 둘러싼 비난으로 아멜리아 블루머 등 여성 인권 운동가들은 편안한 의상에 대한 시도가 ‘여성의 권리’라는 더 큰 의도에서 벗어나는 것을 우려했다. 결국, 그들은 합리적 드레스 운동에서 벗어났다.

바지가 달린 드레스 유행이 19세기 중반 서양에서 두드러진 시기였지만, 여성들은 그 시대 훨씬 이전과 세계 여러 지역에서 바지 위에 드레스와 튜닉을 입었다.

재커리는 “터키 바지’라는 용어가 말해주듯 바지 입은 여성들은 중앙아시아의 유목민 문화에서 선례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다카비지도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의 살와르 까미즈(salwar kameez)를 언급했다.

아이다카비지는 “1810년대 패션 플레이트에서 여성이 종아리 길이 드레스 안에 바지를 입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스타일은 그다지 인기가 없거나 일상 복장에 적합하다고 여겨지지 않았지만 실제로 존재했다”고 말했다. 또한 보통 19세기 아동복은 팬탈렛(속바지) 위에 짧은 드레스로 구성되었고 미국 여성들은 수영장에서 자주 ‘바지와 치마’ 조합을 입었다고 덧붙였다.

“드레스 밑에 바지 입은 복장은 미국 특정 종교의 유토피아 공동체에서 여성들이 입었다. 아멜리아 블루머가 이 복장을 대중화하기 훨씬 이전이다. 19세기 스포츠에 참여하는 여성들에게도 적절한 복장으로 받아들여졌다”

2021년 유행 스타일로 재등장한 '드레스와 청바지' 조합
2021년 유행 스타일로 재등장한 '드레스와 청바지' 조합 ⓒGETTY

 

‘드레스와 바지’ 패션의 미래

최근 많은 런웨이 쇼에서와 스타일 인플루언서는 바지 위에 긴 튜닉과 드레스를 입은 스포티한 의상을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재커리는 현재 더 적절한 대화는 스타일링하는 방법보다 여성으로 정체화하지 않은 사람들이 어떻게 ‘드레스와 바지’ 조합을 입을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라고 말한다.

배우 빌리 포터 / 논바이너리 아티스트 알록 바이드메논
배우 빌리 포터 / 논바이너리 아티스트 알록 바이드메논 ⓒGETTY EDITORIAL/AYUSH GUPTA FOR SUBVRT MAGAZINE

이어 재커리는 “2021년, 바지의 성별 구별은 틀림없이 사라졌다. 치마와 드레스는 아직이지만 곧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며 “2019년 오스카 시상식에서 배우 빌리 포터가 입은 턱시도 드레스부터 논바이너리 아티스트인 알록 바이드메논의 #디젠더 패션(#DeGenderFashion) 운동까지, 다음 ‘드레스-바지’ 유행의 부활은 모두가 입고 즐기는 복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허프포스트 영국판 기사를 번역,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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