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트럼프의 재선을 저지하기 위해 돈을 쏟아붓는 부유한 공화당 지지자들이 있다

공화당 인사들로 구성된 '링컨프로젝트' 등은 공화당과 국가를 위해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말한다.

  • 허완
  • 입력 2020.07.28 14:15
  • 수정 2020.07.28 14:17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년 7월23일.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년 7월23일. ⓒREUTERS

워싱턴 (로이터) - 미국 테네시주에서 수백만달러 규모의 거대한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지미 토시(70)씨는 평생 공화당을 지지해왔다. 그는 총기 보유를 지지하고, 낮은 세율을 지지하며, 공화당 소속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대부분에 동의한다.

그런 그는 11월 대선에서 트럼프가 패배하도록 하기 위해 자신의 돈을 쓰고 있다.

″그가 하는 일의 80%는 동의한다. 나는 그저 거짓말쟁이를 못 견딜 뿐이다.” 그가 트럼프에 대해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민주주의에 위협이 되며, 장기적으로 공화당에도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하는 부유하고 보수적인 미국인들 중 하나다. 이들의 숫자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이 사람들은 11월3일 대선에서 민주당 경쟁후보인 조 바이든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트럼프의 재선에 반대하는 공화당 지지자들이 후원하는 주요 단체인 ‘링컨프로젝트(The Lincoln Project)’에 돈을 기부한 백만장자와 억만장자들은 공화당 선출직 인사들도 트럼프에 부역한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의회 다수당 지위를 민주당에 넘겨주더라도 몇몇 공화당 상원의원들을 낙선시켜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들의 돈은 현직 대통령이 소속된 정당의 당원들이 그를 쫓아내기 위해 벌이고 있는 전례없는 캠페인에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트럼프가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에 대한 대응, 흑인을 겨냥한 경찰 폭력에 대한 전국적인 시위를 계기로 일부 공화당원들과 멀어졌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자료사진) '링컨프로젝트'를 비롯해 트럼프 재선 반대 활동에 나서는 공화당 단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적극적으로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 지지 운동에 나서고 있다.
(자료사진) '링컨프로젝트'를 비롯해 트럼프 재선 반대 활동에 나서는 공화당 단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적극적으로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 지지 운동에 나서고 있다. ⓒBrian Snyder / Reuters

 

이 캠페인이 결과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칠 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네버 트럼프(Never Trump)’ 공화당원들은 2016년에 트럼프를 막지 못했고, 트럼프가 대통령 취임 이후 당을 장악하게 되면서 주변부로 밀려났다. 하지만 올해는 다를 수도 있다는 게 공화당과 민주당 몇몇 전략가들의 말이다.

“2016년에 볼 수 없었던 2020년의 차이점은, (트럼프를 저지하려는) 그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돈과 그 인원의 규모다.” 민주당 전략가이자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의 선거캠프 대변인을 맡았던 캐런 피니가 말했다.

″공개적으로 트럼프 재선 반대에 기꺼이 나서고, 거기에 상당한 돈을 대려는 사람들의 숫자를 보라. 우리가 이 정도 규모의 활동을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링컨프로젝트’ 말고도 최근 몇 개월 사이 공화당원들이 지원하는 여러 개의 바이든 지지단체들이 결성됐다. (43대 미국 대통령) 조지 W. 부시 전 정부에서 일했던 수백명의 정부 당국자들이 참여한 슈퍼팩(super PAC)인 ’43 Alumni for Biden’도 그 중 하나다. 공화당 국가안보 당국자들이 만든 단체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을 마친 뒤 브리핑룸을 떠나고 있다. 2020년 7월2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을 마친 뒤 브리핑룸을 떠나고 있다. 2020년 7월22일. ⓒLeah Millis / Reuters

 

트럼프가 이같은 ‘네버 트럼프’ 진영을 압도하는 규모의 선거자금을 모으고 있고, 훨씬 더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90%에 달하는 지지를 누리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같은 활동을 회의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트럼프 선거캠프는 지난 6월 한 달 동안에만 5520만달러(약 659억원)를 모금한 반면, 링컨프로젝트가 지난 12월 결성된 이후 지금까지 모금한 돈은 2000만달러(약 239억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치열한 선거에서 소수의 흔들리는 공화당원 및 중도층(지지정당 없음)의 이탈은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트럼프를 비판하는 광고물을 보고 링컨프로젝트에 1만1000달러(약 1300만원)를 후원한 토시씨는 트럼프 재선 반대 활동을 벌이는 다른 공화당 단체들에도 돈을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나는 트럼프가사라질 때까지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를 찍지 않기로 결정했다.” 

링컨프로젝트의 주요 개인 후원자들 중에는 최근 몇 년 간 민주당 후보들을 지원해왔던 월마트 상속자 크리스티 월턴, 보수단체 ‘Federalist Society’ 이사로 있는 헤지펀드 억만장자 앤디 레드리프, 공화당 주요 후원자이자 미시건주의 석유·가스 대기업 임원 시드니 잔스마 주니어 등이 있다.

 

링컨프로젝트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및 보건 위기와 인종 갈등에 대한 트럼프의 대응을 비판하는 광고를 내보내며 트럼프를 찍었으나 흔들리고 있는 유권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2008년 클린턴의 선거운동을 도왔던 민주당 광고 제작자 지미 시겔은 이 광고들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공화당 지지자들을 ”동요”하도록 만드는 데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선거캠프 대변인 에린 페린은 이같은 반(反)트럼프 단체들은 ”적접하게 선출된 미국 대통령을 끌어내리려고 하는 또 다른 적폐(swamp)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에서 워싱턴 정치권의 적폐를 청산하겠다며 ‘Drain the swamp’라는 구호를 들고 나왔다.) 페린 대변인은 공화당 유권자들 사이에서 트럼프가 ”다른 그 어느 역대 대통령들도 꿈꾸지 못했던” 수준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스피릿 오므 아메리카 쇼케이스' 행사에서 야구배트를 휘둘러보이고 있다. 2020년 7월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스피릿 오므 아메리카 쇼케이스' 행사에서 야구배트를 휘둘러보이고 있다. 2020년 7월2일. ⓒTom Brenner / Reuters

 

공화당 반(反)트럼프 단체들에게 돈을 대고 있는 건 보수 인사들 뿐만이 아니다. 일례로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 자료에 따르면, 링컨프로젝트는 부유한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도 대규모 자금을 모으고 있다. 6월에 기록된 단일 최고 후원금액은 헤지펀드 매니저이자 민주당 주요 후원자인 스티스 만델이 낸 100만달러(약 12억원)이었다.

부시 정부에서 일했고 고(故) 존 매케인 상원의원(공화당)의 측근으로 일했으며, 링컨프로젝트의 설립자 중 하나인 리드 가린은 약자를 괴롭히는 ‘트럼프표 정치’가 ”당 뿐만 아니라 국가에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미네소타주를 기반으로 하는 헤지펀드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를 설립한 레드리프는 자신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찍는 건 바이든이 처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스로를 ‘보수 자유주의자’로 규정하는 그는 링컨프로젝트에 3만5000달러를 후원했다. 그는 11월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원의원 선거에서 힘겹게 재선을 노리는 공화당 상원의원들에 대한 낙선운동에도 찬성한다고 말했다.

그는 ”복잡한 심경”이라는 말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다.

″나는 평생 공화당 당원이었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다. 그러나 당이 지난 3년 동안 해온 것들을 보면, 공화당은 바뀌어야 한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020 미국 대선 #조 바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