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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돗물 발암물질 보도에 생수가 불티나게 팔렸다

ⓒ뉴스1

″괜찮다고는 하지만 먹고 마시는 물인데 불안해서요.”

퇴근시간인 22일 오후 6시30분쯤 대구 동구의 한 대형마트 생수매대는 진열된 상품의 대부분이 팔리고 없었다.

이날 대구지역 정수장에서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됐다는 언론보도에 충격을 받은 시민들의 발길이 마트로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계산대에는 생수가 가득한 카트들이 줄지어 섰다.

박모씨(44·달성군)는 ”일하던 중에 아내의 전화를 받고 할 수 없이 퇴근길에 대형마트를 찾았는데 이미 저가 생수는 동나고 없었다. 카트마다 생수만 한 가득 실은 모습이 보였다”고 말했다.

박씨는 ”대구에서 먹는 물 문제는 하루 이틀 불안한 일이 아니다. 물이라도 좀 맘 편하게 먹고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지역의 대형마트도 사재기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평소 보다 많은 고객들이 생수를 찾았다.

북구 주민 김모씨(50)는 ”수년 전 낙동강 페놀 유출 사태이후 대구 수돗물에 대한 불안감이 남아 있었다. 정수기 사용도 겁나고 생수를 여러 묶음 사러 대형마트에 나왔다”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 김주연(48·여)는 ”주민들이 생수를 대량으로 사는 모습을 보니 불안하다. 장보러 왔다가 덩달아 생수를 구입하게 됐다”며 불안감을 내비쳤다.

마트 관계자는 ”아직 재고량은 충분해 계속 판매대에 입고시키고 있지만 2L 묶음 등 대용량 상품은 회전율이 빨라 금새 판매되고 고객들 중에는 대용량 상품 대신 500ml제도도 급하게 사가지는 분들도 있다”고 했다.

지역 유통업계에 따르면 달서구 등 지역에 따른 편차는 있지만 평소 보다 많은 생수제품이 팔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 업체들은 ”판매량 집계는 다음날 오전이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여 정확한 수치는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현장 체감상 평소 보다 5~6배이상 생수제품이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아직까지 재고물량이 부족하진 않아서 판매제한은 하지 않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주말까지 지켜봐야 될 것 같다. 이런 일이 몇일 더 지속된다면 그때는 추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1

 

앞서 TBC 대구방송은 21일 대구상수도사업본부 ‘과불화화합물 대책’이라는 제목의 문건 내용을 입수해 보도했다. 이 문건에 따르면, 대구 매곡·문산 취수장에서 8종의 과불화화합물을 검사한 결과 과불화헥산술폰산 수치가 낙동강 원수에선 152.1~169.6ppt, 정수된 수돗물에선 139.6~165.6ppt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불화화합물은 불소와 탄소가 결합한 화학 물질로 프라이팬 코팅제와 반도체 세정제, 살충제 등에 사용된다. 신종 환경 호르몬인 과불화옥산탄은 발암 물질로도 분류됐다. 몸 속에 쌓여 생체 독성을 유발해 각종 질환을 일으킨다. 

과불화헥산술폰산의 권고기준은 캐나다 0.6㎍/L 스웨덴 0.9㎍/L, 호주 0.07㎍/L이며 과불화옥탄산은 캐나다 0.2㎍/L, WHO(세계보건기구) 4㎍/L로 정해놓고 있다. 대구 수돗물에서 검출된 과불화합물 농도는 호주의 먹는 물 권고 기준 2배를 초과했다.

논란이 커지자 환경부는 이날 상수원인 낙동강 수계에서 배출 사업장을 확인하고 배출을 차단했다고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환경부는 22일 “낙동강 수계에서 검출된 과불화헥산술폰산(PFHxS)의 검출 원인을 확인하고자 배출원 조사를 시행했다”면서 “배출원을 확인하고 해당 사업장에서 물질이 나오지 않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주요 배출 장소는 구미 하수처리구역으로 확인됐으며 배출원에 대한 물질 사용 중단 조치가 완료된 것은 지난 12일이다. 환경부는 “저감 조치를 시행한 이후 구미 하수처리장 방류수에서 배출량이 감소됐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은 이번에 검출된 수준이 건강상 우려되는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라며 “불안해하실 필요는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대구경실련은 “수돗물 과불화화합물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라, 그리고 오염원을 차단해 근본적인 낙동강 수질개선 대책을 세우라”고 촉구했다. 정의당대구시당도 성명을 내 “발빠르게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내놔야 한다. 또 낙동강 식수원을 사용하는 지방정부가 모여 경상도의 젖줄 낙동강을 지키고 안전한 식수를 확보하는 방안을 논의하라”고 당부했다.

대구에서는 1991년 구미 두산전자에서 페놀원액 30톤이 새어 나와 낙동강으로 흘러든 ‘페놀사태’로 전국이 떠들썩했다. 1994년 1월 벤젠과 톨루엔 검출, 2006년 7월 유해물질인 퍼클로레이트 검출 등 오염사고가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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