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2018년 04월 18일 09시 42분 KST

'물세례 갑질' 목격 임원 "조현민 전무 그날 너무 많이 나갔다"

뉴스1

조현민(35) 대한항공 여객마케팅부 전무가 ㅎ광고사 임직원들과 회의하는 도중 ‘물세례 갑질’을 한 것이 알려지면서 수많은 보도가 이어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조 전무의 입장은 사과문과 담당 변호사를 통해 전해졌으나, 피해자의 목소리는 듣기 어려웠다. 갑을의 지위가 명확한 광고주와 광고대행사 관계를 고려하면, 피해자 목소리가 손쉽게 나오지 않는다. ㅎ사의 임원 ㄱ씨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사건 현장에 있었던 그를 <한겨레>가 17일 오전 서울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3월16일 있었던 일이다. 대한항공과 우리 쪽 관계자가 꽤 여럿 모인 회의였다. 곧 온에어(방영)할 광고 촬영 뒤 첫 보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ㄱ임원의 사건에 대한 설명은 여기까지였다. “그 일 자체에 대한 설명은 정확하게 드리기 어렵다. 어제(16일) 경찰서에 가서 진술을 했다. 정확한 내용은 수사를 거쳐 밝혀질 거라고 생각한다.” 그는 사건 자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하길 꺼렸다. 그러나 인터뷰 도중 사건을 조사한 서울 강서경찰서는 “조 전무가 회의 참석자들을 향해 음료를 뿌렸다는 진술이 확인됐다”며 정식 수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경찰의 수사 전환 사실을 확인한 뒤 조심스럽게 당시의 심경을 털어놨다. “과거에도 의견 교환을 하면서 고성이 있었던 적은 있다. 그러나 솔직히 그날은 (조현민 전무의 행동이) 지나쳤다고 판단했다. 그 정도는 처음이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5년여 전부터 대한항공 광고를 담당해오고 있다. 조 전무의 폭력적인 행동은 올해 3월16일 극단적으로 드러났지만, 그 전에 문제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이번 일이 있기 전부터) 실무진 등으로부터 여러 이야기들이 들려왔다. 그러나 당시에는 ‘소리를 질렀다’ 정도였다”고 말했다. 조 전무의 갑질은 이번 사건을 통해 극단적으로 드러났지만, 그가 까다로운 광고주라는 사실은 광고업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당시 함께 회의실에 있던 동료들은 그 일 이후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ㄱ임원은 전했다. “당시 많이 놀랐고, 동료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날 회의를 마친 뒤 점심을 먹고 일찍 퇴근하라고 지시했다.” 그 뒤 그는 회사에 당시 있었던 사실을 보고하고, 향후 계획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거의 6개월 동안 매달려온 광고 방영을 앞두고 있어 일단 ‘광고를 걸자’는 데 의견을 모았고, 앞으로 혹시 또 이런 일이 있을지 몰라 보호 차원에서 조 전무와의 대면 보고에는 임원진만 참여하고 실무진은 최소 인원만 함께하자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지난 12일 조 전무의 갑질 의혹이 불거져 나왔고, ㅎ사의 임직원들은 경찰 조사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려 많이 위축돼 있다고 전했다. 또 이날 ㅎ사는 광고주에게 이미 제작을 완료해 방영되고 있던 광고의 방영을 중지할 것을 제안했다.

비교적 평온하게 말을 잇던 ㄱ임원은 사실과 다르게 알려진 부분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사건 당시와 직후에 ㅎ사 관계자들이 굴욕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내용에 대해서였다. “참석한 사람이 무릎을 꿇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사과한 적이 없다. 상처를 많이 받은 부분이었다. 여러 엉뚱한 이야기들이 쏟아지는데, 굉장히 불쾌하다. 조 전무의 생일 때 동원됐다는 일도 우리와는 관계없다. 다른 광고대행사에서 있었던 일까지 마치 우리 회사와 관계있는 듯이 비치는 것이 안타깝다.”

조현민 전무는 지난 15일 저녁 사과문을 냈다. 조 전무는 “업무에 대한 열정에 집중하다 보니 경솔한 언행과 행동을 자제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많은 분들에게 상처와 실망감을 드리게 됐다”고 적었다. 사건을 당한 ㄱ임원은 조 전무가 ‘열정’이라는 단어를 쓴 것에 대해 고개를 갸웃했다. “이번 사건은 ‘열정’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상황이 많이 갔다”고 지적했다.

회사 차원에서는 이 사건과 관련해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 중이다. 그는 “아직 100% 확실하게 정하지는 못했다. 나름대로는 정리를 해나가고 있다. 과연 대한항공과 계속 갈 수 있을까? 이 부분을 고민 중이다. ‘계속 가는 게 아닐 수 있겠다’는 것도 선택지의 하나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