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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웹 아동 성 착취물 유통 사이트 운영자는 어떻게 징역 1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을까?

운영자는 23세 손모씨로, 1년 6개월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 김태우
  • 입력 2019.10.22 18:07
  • 수정 2020.04.22 11:44

지난 16일(현지시각), 미국 법무부는 다크웹에 개설된 아동·청소년 성 착취 영상 사이트 ‘웰컴투비디오’(Welcome to Video)의 운영자와 이용자들이 대규모 적발됐다고 발표했다. 한국 경찰청,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ㆍ국세청(IRS)ㆍ연방검찰청, 영국 국가범죄청(NCA) 등과 공조를 통해 진행된 이번 수사 결과, 적발 인원은 총 338명이며 그중 66%는 한국인으로 드러났다. 

웰컴투비디오
웰컴투비디오 ⓒ경찰청

사이트 운영자는 충남 당진 출신 23세 손모씨다. 손씨는 지난해 다크웹에서 아동 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하며 이용자들로부터 비트코인을 지불받은 혐의로 검거됐다. 미 국세청(IRS) 형사범죄조사국(CI)은 비트코인 거래 내역을 추적해 웰컴투비디오의 서버 위치를 한국으로 특정할 수 있었다. 압수수색 결과 손씨는 자택 침실에서 서버를 운영하고 있었다. 

손씨는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및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 2심에서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손씨는 아동 음란물 홍보·유포, 자금 세탁 등 9개 혐의로 미국에서도 기소된 상태다.

이번 수사 덕에 미국, 스페인, 영국에서 웰컴투비디오 이용자들에게 학대당하고 있던 미성년자 23명이 구조되었다. 또 이용자 두 명은 수사 과정에서 압수수색 영장이 청구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밝혀졌다.

웰컴투비디오

웰컴투비디오 스크린샷
웰컴투비디오 스크린샷 ⓒUNITED STATES DOJ

2015년 6월경 개설된 웰컴투비디오에는 총 8테라바이트 분량의 영상 25만 개 이상이 등록되어 있었으며 그중 45%는 이전에 단 한 번도 발견된 적 없는 영상으로 드러났다. 웹사이트에는 현재  ‘한ㆍ미ㆍ영 등 법집행기관들의 공조수사에 의해 폐쇄되었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웰컴투비디오는 ”성인 음란물 업로드를 금지한다”라는 문구를 내건 채 운영됐다. 이곳에서는 아동 음란물만 유통되고 있었다는 뜻이다. 

손씨에 대한 기소장에는 어떤 내용의 영상이 몇 차례 다운로드되었는지 서술되어 있다. 기소장에 따르면 웰컴투비디오에서는 ”사춘기 이전의 청소년과 영유아”의 성 착취 피해 장면이 공유되고 있었다. 영상에는 생후 6개월밖에 되지 않은 영아도 등장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영상은 113차례 다운로드되었다.

비트코인

웰컴투비디오는 회원제로 운영됐다. 회원가입에는 별다른 제한이 없었지만 영상을 다운로드받기 위해서는 1) 아동 음란물을 업로드하거나, 2) 신규 회원을 추천하거나 3) 0.03BTC(2018년 3월 5일 당시 352.59달러 상당)를 지불하고 6개월간 무제한 다운로드 이용권을 구매, 혹은 4) 비트코인으로 포인트를 구매해야 했다.

계정을 생성하면 고유 비트코인 주소가 전달됐고 그 주소를 통해 비트코인을 지급하면 음란물을 다운로드받을 수 있었다. 수사 결과 웰컴투비디오에서는 130만개 이상의 고유 비트코인 주소가 발견됐다. 2015년 6월부터 2018년 3월 8일 사이 웰컴투비디오에서는 최소 7300차례에 걸쳐 420BTC(당시 시세 기준 37만 달러 상당)가 거래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당국은 웰컴투비디오에 가입해 여러 차례에 걸쳐 손씨에게 받은 비트코인 주소에 송금했고 손씨의 출금 내역, 웰컴투비디오 접속 기록, ‘비트코인, 아동 음란물, 웰컴투비디오’를 검색한 기록 등을 추적해 손씨의 위치를 파악했다. 

가벼운 형량 

미국 법무부 홈페이지
미국 법무부 홈페이지 ⓒUNITED STATES DOJ

웰컴투비디오 이용 혐의로 기소된 미국, 영국 국적의 피의자들은 대개 중형을 선고받았다. 음란물 유포, 성폭행 혐의 등으로 기소된 영국 국적의 카일 폭스(26)는 징역 22년형을 선고받았고, 아동 음란물 수령 및 돈세탁 혐의를 받는  45세 미국인 니콜라스 스텐겔에게는 징역 15년, 종신 보호 관찰형이 선고됐다. 또 미국 텍사스주에 사는 전 국토안보수사국 요원 리처드 니콜라이 그래코프스키(40)는 영상을 1회 다운로드하고 해당 웹사이트에 1차례 접속한 혐의로 징역 70개월, 보호관찰 10년, 그리고 7명의 피해자에 대한 3만5000달러 배상을 선고받았다.

한국에서는 아동 음란물 소지 및 유포 혐의에 대한 처벌이 경미하다. 아동·청소년 음란물 소지자는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제작하거나 수입·수출한 경우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 영리 목적으로 아동 음란물을 판매, 대여, 배포, 제공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소지·운반한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징역형이 선고된다. 

이번 수사를 통해 적발된 미국, 영국 국적 피의자들은 정작 서버를 운영한 손씨보다 훨씬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됐다. 손씨의 경우 불우한 성장과정, 혼인 사실을 이유로 형량이 줄어들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나이가 어리고 별다른 범죄 전력이 없으며 (해당 웹사이트에) 회원들이 직접 올린 음란물이 많다”라면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원심 형이 가볍다면서도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기에 그쳤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당시 ”피고인이 ‘아청법’을 검색하거나 여성가족부의 ‘성범죄 알림e’ 앱을 내려받는 등 이 사건 범행의 위법성을 잘 알고 있었다”라면서도 ”(피고인이) 어린 시절 정서적·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낸 점이 있고, 최근 혼인신고를 해 부양할 가족이 생겼다”라며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손씨는 형기를 마친 뒤 미국으로 송환될 가능성도 있으나 미 법무부 측은 범죄인 인도 요청 여부에 대한 답변을 거부한 바 있다.

 

김태우 에디터: taewoo.kim@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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