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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지방선거의 이변들

ⓒhuffpost

내일 판문점에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체제로 나아가는 큰 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4월27일, 한반도에 사는 우리들뿐 아니라 평화를 바라는 전세계인들의 이목이 이 회담에 집중될 것이다. 부디 내일 하루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오래도록 길이 남을 전환적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기를 바라 본다.

이런 시기에 6월 지방선거 이야기를 하자니 뜬금없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라는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요 며칠 언론사 기자들이 전화를 해서 묻는다. ‘남북정상회담 효과가 이번 지방선거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 ‘드루킹 사건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 나도 참 궁금하다.

ⓒAnthony Bradshaw via Getty Images

2014년 지방선거를 관통한 전국 이슈는 단연 ‘세월호 사건’이었다. 지방선거 직전에 발생한 이 사건은 많은 사람을 슬픔에 잠기게 했고 정부의 무책임한 대응에 분노하게 만들었다. 특히 학령기 자녀를 둔 엄마들의 반응이 주목을 받았고 ‘앵그리맘’이라는 용어가 언론에 회자되었다. 투표일 전 여러 언론보도 기사들은 이 사건이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 철회와 야당에 대한 지지 증가로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여론조사 결과들도 인천, 부산 등에서 야당 후보의 승리 가능성을 점쳤다. 그러나 투표함을 연 결과 여당 후보들은 전국적으로 선전을 했고 기초단체장 수준에서는 2010년 지방선거보다 더 나은 성적표를 거머쥐었다.

한편 교육감 선거는 이변으로 주목을 받았다. 17개 광역시도 중 13곳에서 진보적 성향의 교육감이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선거 후 여러 언론은 ‘앵그리맘’ 효과가 교육감 선거에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과연 화난 유권자의 표심이 다른 곳에서는 두드러지지 않고 교육감 선거에서만 표출되었을까?

2010년 지방선거 직전 전국단위 이슈는 ‘천안함 사건’이었다. 3월26일 발생한 이 사건으로 우리 군 장병 40명이 사망했고 6명이 실종되었다. 실종자 수색 과정에서도 유디티(UDT) 대원 1명이 순직했고, 저인망어선 ‘금양98호’ 탑승 선원 9명 중 2명이 숨지고 7명이 실종되는 불행한 사태가 연이었다. 정부는 미국, 영국, 스웨덴 등 5개국 합동조사단을 꾸렸고, 선거 직전인 5월20일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침몰했다는 공식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언론은 ‘적어도 수도권 선거는 끝났다’는 등의 진단을 내놓았고, 투표일 6일 전까지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들은 전국적으로 여당의 압승을 예견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선거 후 분석 기사들은 ‘이변의 속출’, ‘여론조사의 대참사’ 등의 용어로 뒤덮였다. 서울뿐 아니라 38선 접경 경기도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야당이 선전을 했고, 전통적으로 여당 지지기반이었던 지역에서도 야당 단체장이나 의원이 여럿 등장했기 때문이다.

지난 두 번의 지방선거 결과는 중앙정치의 시선에서 지방정치를 해석하는 것이 한계가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17개 광역시도 228개 시군구마다 어떤 현안이 있는지, 경쟁하는 후보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등에 대해 그 동네 사람들은 알지만 중앙정치의 시선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이번 선거가 끝난 뒤에도 이변은 속출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중앙정치의 시선에서 잘 보이지 않았을 뿐, 그 동네 사람들에게는 이변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여당이나 야당 후보들이 전국단위 이슈에 기대어 가려는 안이한 생각을 할 때가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지방정치의 장을 부지런히 열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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